檢, '박지원 게이트' 열쇠 얻었나?
예상보다 빠른 ‘소환카드’…민주 "체포영장 가져오라"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7-20 16:16:28
대선을 150여일 앞둔 가운데 검찰이 예상보다 빨리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소환 통보했다. 예상한대로 박 원내대표는 소환에 불응했고 “제 생명을 걸고 부당한 정치검찰과 싸우겠다”며 강공을 폈다. 이 같은 검찰의 조기 소환카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통합당은 ‘법(法)대로’ 입장을 내세우며 검찰의 ‘소환 카드’에 응수했다. 양측간 힘겨루기가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검찰이 박 원내대표의 금품수수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법처리의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검찰이 박 원내대표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하기 위해 국회 회기 중에 무리하게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민주통합당이 ‘정치검찰’ 운운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가운데 검찰과 박 원내대표간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박지원 소환 불응…檢 “재통보 할 것”
18일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요청을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박 원내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야당탄압이라며 현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지적하는 데 집중했다.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박 원내대표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조사실로 소환을 통보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끝내 검찰에 불출석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에 불출석 의사를 밝히며 ‘강공’을 펼쳐오던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고위정책회의 등 공식석상에서도 검찰 조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초 합수단은 이날 박 원내대표를 참고인성 피혐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솔로몬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았는지 여부와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소환에 불응함에 따라 합수단은 우선 박 원내대표에게 한 차례 더 소환을 통보할 예정이다. 만약 계속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그러나 회기 중인 국회의원에 대한 영장을 받으려면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해 영장을 바로 청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에게 다시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라며 강제구인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임 회장에게서 확보한 진술과 보해저축은행 오 전 대표의 횡령 및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로부터 전달받은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박 원내대표에게 뇌물이 건너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7년~2008년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억원 안팎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오문철(59·구속기소)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천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합수단은 이 과정에서 임건우(65·구속기소) 전 보해양조 대표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합수단은 오 전 대표가 김성래(62·구속) 전 썬앤문 부회장에게 건넨 9억원 가운데 2억원 가량이 박 원내대표 측에 전달됐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박 원내대표의 혐의가 입증되면 뇌물을 받은 성격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나 수뢰, 알선수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힘겨루기’ 검찰-박지원 속내는?
검찰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박 원내대표에 대한 ‘소환 카드’를 꺼내 들자 민주통합당은 ‘법(法)대로’ 입장을 내세우며 응수했다. 양측간 복잡한 두뇌 싸움이 점점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전격 소환은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내린 결정이다. 현재 제1야당을 이끄는 원내대표이자 야권의 상징적 인물인 거물급 정치인사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이 같은 수사팀의 결정을 놓고 검찰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검찰이 박 원내대표의 뇌물수수와 관련된 혐의사실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정황 증거나 진술, 물증 등을 토대로 소환 방침을 굳힌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원내대표를 상대로 추궁할만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공개수사 입장을 천명한 뒤 여론의 눈치를 보거나 시간에 쫓기는데만 급급해 소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줄곧 강조해왔다. 이는 이상득(77ㆍ구속) 전 새누리당 의원이나 정두언(55) 새누리당 국회의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 수사팀의 확고한 원칙이다. 민감한 정치인을 검찰청사로 불러들여 단지 해명만 듣고 성과없이 돌려보낼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검찰이 박 원내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 자체가 사실상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즉,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내사를 통해 박 원내대표에 대해 샅샅이 들여다본 만큼 검찰이 그동안 수사결과물만 갖고도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다.일각에서는 수사팀의 짜여진 스케줄을 염두한 결정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검찰은 원래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박 원내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사법처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하자 다음달 본격적인 대선정국을 앞두고 박 원내대표에 대한 소환일정을 더이상 미루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수사경과를 “진흙탕에 빠진 것 같다”고 비유할 정도로 답보상태에 빠진 현재 상황을 우려했다. 바위까지 뚫고 큰 산(이상득)을 넘었지만 오히려 하산(下山)길이 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 안팎에서는 저축은행 정ㆍ관계 로비 수사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합수단이 정치권에 강경한 모드로 선회함으로써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이는 해석도 없지 않다.
민주통합당 정치검찰공작수사대책특별위원회가 검찰의 소환통보 하루전날인 지난 16일 대검에 항의방문했을 당시만해도 채동욱 대검 차장은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불과 하루만에 검찰의 입장은 조기 소환카드로 급변했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정치검찰’ 운운하며 거의 매일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고, 야당 의원들이 대검찰청에 항의 방문해 압력을 가하는 등 자칫 수사팀이 위축되거나 코너에 몰릴 것을 우려한 배경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이 이전에 이 전 의원과는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일정을 조율했던 것과는 달리, 박 전 원내대표에게는 일방적으로 소환날짜를 결정, 통보만 함으로써 냉랭한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검찰의 불편한 속내를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사항은 일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불필요한 잡음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지만 “박 원내대표에 대한 의혹이 계속 제기돼 소환을 예정보다 앞당긴 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은 검찰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꿔 체포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 소환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 변화는 앞선 정 의원에 대한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방탄국회를 만들려한다는 새누리당의 비난을 일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검찰이 영장을 가져온다면 그에 응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방탄 국회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생명을 걸고 검찰과 싸우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정 의원과 같인 국회의원 특권을 내세워 검찰 수사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기보다는 정면으로 맞서 검찰에 굴복하지 않는 투쟁적인 이미지 계산이다.
다만 검찰이 박 원내대표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하기 위해 국회 회기 중에 무리하게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2차, 3차 소환요청을 한 뒤 정치권 분위기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시점은 임시 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3일 이후일 가능성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박지원 “부당한 정치검찰과 목숨 걸고 싸울 것”
한편 박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데 대해 “제 생명을 걸고 부당한 정치검찰과 싸우겠다”며 불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 서구 2014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건설현장사무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솔로몬이나 보해저축은행 등 그 어디로부터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해저축은행은 이미 말썽이 나고 있는데 본인이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의 문제를 의뢰하면서 금품을 수수했다고 한다”며 “어떤 정치인도 말썽난 그 곳에서 로비를 위해 돈 받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정치인에 대한 검찰 소환은 사전에 일정을 조율한 뒤 발표하는 것이 관례”라며 “대선자금 고백이 터져 나오고 본인이 국회 정당대표연설을 통해 이명박·박근혜·검찰을 강하게 비판하자 검찰은 급조해서 소환통보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로써 검찰이 얼마나 야당 죽이기에 앞장서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 뒤 “모든 것은 당 정치검찰 공작수사 대책특별위원회의 결의대로 따를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당 특위는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 검찰, 朴 사법처리 ‘무게’…수위는?
현재까지 저축은행 비리를 둘러싼 박 원내대표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임석(50ㆍ구속 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500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또 2010~2011년 기간에 오문철(59ㆍ구속 기소)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한테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도 짙다.
박 원내대표의 혐의내용이 상당부분 드러나면서 검찰의 법리 검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검찰 주변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쳤다. 대가성과 관련없는 불법 정치자금일 경우에는 정자법(政資法)이 적용된다. 특히 총선 전에 받은 돈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규정한다면 박 원내대표는 정치자금법 제45조(정치자금부정수수죄)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최근 검찰 내부 기류는 보해저축은행에서 받은 자금을 놓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알선수뢰(특가법 제2조·뇌물죄의 가중처벌)나 알선수재(특가법 제3조) 적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자법 대신 알선수재나 알선수뢰를 적용할 경우, 박 원내대표의 '입김'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쳐 외압을 행사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원내대표가 받은 돈이 단순한 정치자금에 불과하지 않고 수사무마와 같은 청탁명목의 직무와 연관된 대가성있는 돈으로 보는 것이다. 이같은 판단 근거는 박 원내대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수사에 영향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알선수뢰죄는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수뢰액에 따라 5000만원~1억원 미만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倂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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