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석달> 은행 건전성 비상

BIS비율 높여라..자본 확충에 '사활'

토요경제

webmaster | 2008-12-22 10:47:21

은행 건전성 지표 '날개없는 추락"
저금리 기조 하에서 무리한 대출 경쟁
'몸집 불리기 경쟁'하다 대출자산 부실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 둔화 여파로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실물경제 침체기에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나빠지면 자금공급이 위축돼 가계와 기업에 돈이 돌지 않고 결국 내수와 투자부진, 경기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들은 건전성 지표 개선 등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만 골몰하고 자금중개기능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시중의 '돈맥경화'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들에 중소기업 대출을 채근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의 자본확충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은행 건전성 지표 추락
은행들의 건전성 문제는 올해 3분기 영업 성적표가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지난 3분기 총 연체율은 대부분 은행이 1% 미만으로 낮은 수준에 있었지만, 상승 추세라는 점과 중기대출 연체율이 급증한 점에서 부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1.50%로 작년 9월 말 대비 0.28%포인트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기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97%로 1년 새 0.08%포인트 상승했고 기업대출 연체율도 1.30%로 0.18%포인트 올랐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BIS 비율은 대출, 지급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에 비해 자기자본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핵심 잣대다.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은 바젤 Ⅱ기준으로 9월 말 10.79%로 작년 말의 12.31%에 비해서 1.52%포인트나 떨어졌다. BIS 비율은 2003년 말 11.16%에서 2004년 말 12.08%, 2005년 말 12.95%에 달했다가 2006년 말 12.75%로 조금씩 내려왔으나 올해 들어 급격히 추락했다.
통상 자기자본비율 10% 이상, 기본자본비율(Tier 1) 8% 이상이면 우량은행으로 평가하는데, 리딩 뱅크인 국민은행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자사주 물량 때문에 BIS 비율이 9%대로 떨어져 충격을 줬다.

◇ 제 발등 찍은 은행들
은행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것은 은행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 은행들은 과거 수년간 저금리 기조 하에서 무리한 대출 경쟁을 통해 몸집 불리기 경쟁을 해왔고 그 결과가 대출자산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은행들은 2005~2006년에는 부동산 투자 붐을 타고 주택담보대출을 무리하게 늘렸고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중소기업 대출쪽으로 옮겨 뺏고 빼앗는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환율 및 원자재 값이 크게 뛰었고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면서 기업대출 연체율이 늘어나고 대손충당금 전액입도 증가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도 급감했다.
하나은행은 3분기에 태산LCD와 관련해 대손충당금을 2천507억원을 쌓는 바람에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고 나머지 은행들도 당기순이익이 전분기보다 30% 이상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는 4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각종 건전성, 수익성 지표는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프로젝트 파이낸생(PF) 대출과 내수 부진에 따른 중기 및 가계대출 부실 등 은행 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부실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는 경제 전반에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은행들의 자금중개 기능은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에 내년 1월 말까지 BIS 비율을 11∼12%로, 기본자본 비율을 9% 이상 맞추도록 요구했다.
은행들은 후순위채 발행, 증자 등으로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위험자산인 대출과 부실채권을 떨어내는 방법으로 BIS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은행의 건전성을 높이면서 자금중개 기능도 원활히 가동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2금융권 부실화에 자금경색 '이중고'
2금융권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치솟는 연체율과 자금경색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저축은행의 9월 말 기준 연체율은 16.0%로 6월 말보다 2%포인트나 뛰었다. 부실 우려가 제기되는 PF 대출의 연체율은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같은 기간 14.3%에서 16.9%로 2.6%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할부금융 등 캐피털사들도 연체율이 작년 말 2.8%에서 올해 9월 말 3.7%로 뛰었다. PF와 중기, 신용대출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신용카드사들의 연체율은 아직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내년 상반기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은의 잇단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확대에도 자금경색이 지속돼 2금융권의 영업환경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영업활동이 계속 부진하면 2금융권의 수익성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곳은 수신 기능이 없이 주로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들이다.
삼성카드는 이달 8일 100억 원 규모의 카드채를 9.02%(3년 만기)의 금리에 발행했다. 카드채 금리가 9%를 넘은 것은 카드 사태가 발생한 2003년 10월 이후 5년 2개월 만이다.
올해 4월 카드채 평균 조달금리는 5.95%였지만 지난달에는 8.60%로 2.65%포인트나 높아졌으며 이달 들어서는 9% 안팎이 아니면 발행이 어려운 상태다.
여신전문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이 8% 금리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카드사는 9% 수준으로 카드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캐피털 사는 채권발행이 거의 힘든 상태"라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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