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리영호 전격 해임…'권력이동' 가시화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권력다툼서 밀려나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7-20 13:24:24
북한 노동당이 지난 16일 북한 군부의 신실세로 꼽힌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한 것과 관련,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15일 정치국 회의를 열어 리영호를 신병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리 총참모장이 건강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권력에서 밀려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가보위부의 실세였던 우동측 보위부 1부부장도 지난 3월 중순 이후 북한 매체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군 지도부를 재편하는 조치의 일환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 미스테리 속의 北 리영호 해임
북한 새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의 핵심 멘토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온 리영호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의 갑작스런 해임 보도는 온통 미스테리 속에 쌓여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북한 권력의 핵심부에 자리잡았던 리영호의 실각은 북한 권력 구조에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리 총참모장의 해임이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지만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을 보였었다. 이 때문에 북한 관측통들은 김정은이 자신의 스타일로 북한을 통치하기 위해 리 총참모장을 숙청한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전 리영호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까지도 김정은과 리영호 사이에 불화의 조짐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었다.
중앙통신은 리 총참모장에 대한 해임 결정이 지난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내려졌다고 말했지만 리영호의 후임이 누구인지, 또 리영호의 현 상태와 앞으로 그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국제위기그룹(ISG)의 북한 전문가 대니얼 핑크스턴은 리영호는 최근까지도 매우 건강했다면서 그가 건강 문제로 해임됐다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핑크스턴은 리영호가 건강 문제로 해임된 것이 아니라 누구든 김정은에 도전하려는 자는 숙청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숙청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영호가 김정은에 도전하려 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어떤 일도 찾아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리영호의 해임 소식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다른 일련의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나왔다. 북한 국영 TV는 최근 김정은이 부인으로 추측되는 신원 미상의 여성과 함께 음악 콘서트를 관람하고 유치원을 방문하는 모습을 잇따라 방영했다. 이 여성의 신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성을 동행하고 공개행사에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김정은의 움직임이 TV를 통해 공개되는 것도 아버지 김정일 때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동국대의 고유환 교수는 "리영호의 해임은 그가 경쟁자이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리영호가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지명됐지만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후에는 최룡해가 2인자의 자리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북한군 총참모장의 해임은 선군정치를 앞세우는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세운 선군정치를 이어받는다고 밝혔지만 지난 4월 경제적 배경을 갖춘 젊은 관리들을 핵심 보직에 승진시켜 북한 경제 구축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세종연구소의 홍현익 연구원은 "앞으로 수 주 내에 더 많은 원로 관리들이 추가로 해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북한의 세대교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의 존 딜러리 교수는 “리영호가 해임된 이유가 무엇이든 앞으로 북한 군과 민간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든가 김정은이 군을 통제하려 들 것이라고 추측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리영호가 강력한 권한을 가졌던 것은 맞지만 그는 너무 늦게 권력의 핵심에 도달했다. 그는 결국 과도기적인 인물이었고 이제 그의 역할은 끝났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 옆 여성은 부인?
북한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와 함께 최근 공개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세련된 복장의 여성이 북한 국영 TV 방송에 김 제1 비서와 동행하는 모습을 드러내 이 여성이 김 제1 비서의 부인이라는 설이 확산되고 있다고 AFP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제1 비서를 수행한 갈색 단발머리의 이 여성이 이달 초부터 북한 국영 매체에 모습을 보였는데 북한 국영 매체는 이 여성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고 김 제1 비서가 결혼했는지 여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고 AFP는 전했다.
최근 조선중앙TV는 20∼30대로 보이는 여성이 노란색 물방울무늬 드레스를 입고 세련된 흰 재킷을 걸친 모습으로 김정은과 함께 김정은의 행사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을 방영했다.
이 여성은 김 제1 비서가 평양에 있는 경상유치원에서 현지 지도하는 동안 가까이서 수행하고 있었고 다른 관리들은 이 여성 뒤로 몇 발자국 떨어져 있었다. 유치원 방문 날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외부 세계로 이 여성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3번째라고 AFP는 전했다. 이 여성은 김 제1 비서가 유치원에서 원생들을 안아주고 원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김 제1비서 바로 옆이나 뒤에 서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여성이 김 제1비서의 여동생이라는 설이 있지만, 이 여성의 위치와 식탁 차림으로 봐서 이 여성이 부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AFP는 한국의 북한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북한에서 공개한 모든 사진에 이 여자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김 제1 비서의 영향력 있는 측근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고위 당 간부 대부분이 김 제1 비서와 이 여성 뒤에 서 있다.
이 여성의 정체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북한 지도자 부인이 국영 매체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여성이 김 제1 비서의 부인이 아니라고 추정했다.
정성창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이 여성이 김 제1 비서의 부인이라고 확신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그는 최근 한 기사에서 “북한은 김정은이 한 여성과 결혼했음을 강조해 김정은이 안정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 아세안에 급속 접근…중국 자극 노린 듯
북한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ㆍASEAN) 지역 안보포럼(ARF) 각료회의가 열리는 프놈펜에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외교 공세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박의춘(朴宜春) 북한 외무상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등 각 국 외무장관들과 활발한 접촉을 갖고 북한 핵 문제로 인한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어느 정도 카드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을 숨기지 않았다.
항공편 지연으로 이날 오전 2시에야 프놈펜에 도착한 79살의 박 외무상은 피로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아침부터 싱가포르 외무장관 등과의 회담에 나섰다.
13일 ARF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의장성명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요청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우라늄 농축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다. 박 외무상은 각 국 외상과의 회담에서 고립 해소를 위해 북한에 대한 비난 수위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영일(金永日) 북한 노동당 비서가 잇따라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을 순방하는 등 지난 5월 이후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외교 공세를 계속해 왔다. 아세안의 리더 격으로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식량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처럼 동남아 국가에 빠르게 접근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체면을 자극, 정치ㆍ경제 양면에서 지원을 더 많이 끌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찬성하는 한편 대규모 식량 지원을 최근 연기한다고 밝히는 등 북한 제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원의 임수호 수석 연구원은 “중국과 북한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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