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석달> 유동성 기근 여전

자금시장 혹한..'돈 말랐다' 아우성

토요경제

webmaster | 2008-12-22 10:46:35

'자금시장의 혹한기가 언제 끝날지..'
기업, 채권.증시.대출 파이프라인 막혀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내외 자금시장에 몰아친 한파가 여전히 기세를 부리면서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유동성(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 9월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했거나 지원할 금액이 130조 원을 넘지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신용경색이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 결산을 넘기고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초부터는 숨통이 다소 트일 수 있겠지만 경기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어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은행 외화조달 가시밭길
은행들은 안정적인 외화자금 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자금시장에서 만기 하루짜리(오버나이트) 달러화를 빌리는 금리는 지난 9월 중순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여파로 10%를 넘기도 했지만 10월 중순 1%대로 떨어졌으며 이달 12일에는 0.05%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중기물 조달에 주로 활용되는 외환 스와프시장에서는 여전히 만기 1개월 이상짜리의 거래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1개월 물 조달 비용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보다는 많이 드는 편이다.
현.선물 환율 간 차이인 스와프포인트(1개월 물)는 이달 5일 -20.50원까지 급락했다가 최근 당국의 외화 유동성 공급과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12일 -9.00원까지 올랐지만 9월 중순 이전에 플러스를 기록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스와프포인트가 아직도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화를 주고 외화를 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만기 5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1일 현재 3.61%로 지난달 4일의 2.52%에 비해 1.09%포인트 높다. 한국의 신용 위험도를 나타내는 척도인 외평채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한 달 사이에 117억4천만 달러나 줄어들며 11월 말 현재 2천5억1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이 8개월째 감소하며 1천억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둔 것은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지난 12일 중국, 일본과 통화스와프 규모를 각각 300억 달러로 확대한 것은 외환시장의 안전판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행권의 원화자금 경색 현상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원화 유동성 지원에 힘입어 완화되는 모습이다.
11월 말 7.84%였던 3년 만기 은행채(AAA등급)의 금리는 이달 들어 유동성 공급이 확대되면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린 이달 11일 7.02%로 급락한 데 이어 12일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전 수준인 6.70%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은행에서 실물경제 부문으로 돈이 흐르지 못하는 '돈맥경화'의 해소를 기대하기는 이르다.
예금은행의 실세 총예금(저축성 예금+요구불 예금)은 이달 9일 현재 619조5천647억 원으로 11월 말보다 3조3천91억 원 감소했다. 총예금은 10월 한 달간 22조43억 원 늘었지만 11월에는 증가 폭이 9조8천607억 원으로 줄었다.
우리은행 박동영 자금부장은 "유동성 문제에 직면한 외화자금 쪽은 해외 은행의 연말 결산이 끝나기 전까지는 경색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통화스와프 확대가 시장에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해외에도 좋은 신호를 주겠지만 외환시장의 경색이 완화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 채권.증시.대출 파이프라인 막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곳은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은행 대출 등이지만 모두 막혀있는 실정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뛰고 거래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10.27%를 기록한 BBB-등급의 회사채(3년 만기) 금리는 리먼브러더스의 몰락 이후 고공행진을 하며 이달 12일 현재 12.27%에 달하고 있다.
한은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소 낮아졌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게 된다.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9월 1조9천억 원에서 10월 1조4천억 원으로 급감했으며 중소기업은 단 한 건도 발행하지 못했다.
기업들이 10월에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나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3천억 원으로 지난해 월평균 1조4천억 원과 비교해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11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2조6천억 원으로 전달과 같았다.
정부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가장 큰 어려움에 부닥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보증기관의 대출 보증을 늘리고 은행들은 신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최근 238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대해 70%가 '전혀 또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답변했다. 가장 큰 이유로 은행들의 대출 기피를 꼽았다.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 확충을 요구받은 은행들이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회사채 금리는 급등하고 은행 대출은 둔화하는 등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여전히 나쁘다"며 "정부 대책이 효과를 내는데 시간이 필요하고 은행들의 연말 결산도 끝나야 하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좀 나아질 수 있겠지만 당분간 기업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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