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석달> 끝없는 경기추락
"환란때보다 어려워"..취업대란 우려
토요경제
webmaster | 2008-12-22 10:45:43
한은, 4분기 성장률 -1.6% 추락 예측...10년만에 최악
금융불안->실물경제 침체->금융 불안 악순환 가속화
"10년전 환란 당시보다 어렵다"
대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실업자들이 떼지어 거리에서 잠을 잤던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보다 훨씬 길고 깊은 경제위기가 시작되는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전세계 경제를 쓰러트렸고 한국 경제 역시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0원대를 뚫고 올라가고 은행들은 단기외채를 제대로 갚지 못해 한국은행에 손을 벌렸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다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확산됐으며 한국은행은 급기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300억 달러를 수혈받아야 했다.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순식간에 900선 아래로 주저앉아 투자자들에게 손절매할 틈을 주지않았다. 직장인들은 한푼 두푼 모아 투자했던 펀드가 반으로 잘려 나가는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거래가 차갑게 얼어붙었고 2006년 고점대비 50% 수준으로 떨어진 아파트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 뿐아니라 대기업들도 자금난에 허덕이면서 곳곳에서 부도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부와 채권금융기관은 급기야 '대주단 협약'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는 10년전 환란때 만들었던 '부도유예 협약'에 다름 아니다.
10년전 환란때 나타났던 현상들이 재연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상상을 뛰어넘는 경기침체
우리 경제는 상상보다 훨씬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4분기의 전기대비 성장률이 -1.6%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감소폭은 1998년 1분기(-7.8%) 이후 10년만에 최대다.
경제전문가들이 대체로 내년 1분기에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는 점에서 한은의 전망은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전기대비 기준으로 민간소비는 1.3% 줄어들고 설비투자는 9.8%, 상품수출은 15.5% 각각 감소할 것로 예측되는 등 모든 지표들이 일제히 추락하는 모습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가 최근 2~3달새 급속히 나빠지고 있으며 소비.투자 등 내수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지난 가을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도 지난 11월에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물지표도 경제가 최악의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보다 0.8포인트나 떨어져 9개월째 하락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월대비 0.5%포인트 내려 11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9개월째 동반하락한 것은 198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지금의 경기가 적어도 지난 28년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 금융시장 '초토화'
금융불안은 실물을 끌어내리고 이는 다시 금융을 흔든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3개월간 국내 금융시장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신용경색은 세계적인 현상이었지만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았다.
특히 외환시장은 경제주체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9월 초반까지 달러당 1,100원 안팎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 직후인 9월 16일 1,160원으로 오른 데 이어 10월 9일에 장중 1,485원까지 폭등, 1,500원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10월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통화스와프 체결을 계기로 11월 들어 1,200원대로 고점을 낮추며 잠시 안정을 되찾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 우려로 지난달 24일에는 종가 기준 1,513원으로 외환위기 이후로 10년여 만에 1,500원대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8개월째 감소해 불안심리를 부추겼다. 리만브러더스 사태 이후로 10월에는 274억 2천만 달러, 11월에는 117억 4천만 달러 등 두 달 새 400억 달러 가량이 소진돼 2천억 달러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증시에서는 코스피지수가 9월 12일 1,477.92에서 이달 1,100원대로 주저 앉아 하락률이 25%에 이르렀다.
특히 금융위기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감이 극대화되면서 10월 24일에는 3년4개월 만에 1,000선이 붕괴됐다. 지수는 이후 사흘간 폭락해 27일에는 올해 최저점인 892.16을 기록했다.
◇ 기업부도.실업자속출
실물과 금융의 붕괴는 기업부도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부도난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는 모두 251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6% 급증했다. 중소 건설업체의 은행 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1.46%에서 올해 6월 말 2.26%로 뛰었다.
지난달 12일에는 중견 건설업체인 신성건설이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옛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하는 등 건설사들의 부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달 3일에는 C&중공업과 C&우방 등 C&그룹에 대한 채권은행공동관리(워크아웃)가 시작됐다.
장하성 고려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는 외화유동성에서 시작돼서 원화유동성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유동성 위기였지만 이제는 지급불능(Insolvency) 문제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대기업 보다는 중견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기업부도 사태는 고용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고 가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천381만6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만8천명(0.3%)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폭은 지난 2003년 12월(4만4천명)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정부 목표치인 20만명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 상반기에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4만명이 줄어 2003년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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