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축구는 계속된다

“이제 전반전 휘슬이 울렸을 뿐”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7-19 10:32:50

‘한국축구 아이콘’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유니폼을 입으며 프리미어리그 인생 제2막을 열었다. 박지성은 지난 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토니 페르난데스(48) 구단주, 마크 휴즈(49) 감독, 아밋 바티야(33) 경영책임자와 함께 참석해 QPR로의 이적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고 이적료와 연봉은 밝히지 않았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지성이 다음 시즌 새 팀을 어떤 컬러로 바꿔 놓을지 또 어떤 역사를 만들어나갈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QPR, ‘성장가능성’ 하나만 믿고 간다
1882년에 창단된 퀸즈파크레인저스(QPR)는 무려 1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유서 깊은 클럽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에 비해 이렇다 할 성적은 없다. 지난 2011~2012시즌, 16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성공해 리그 17위를 기록, 간신히 강등권을 벗어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맨유와 비교가 되지 않는 약팀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평가만을 두고 박지성의 이적을 아쉬워하기에는 이르다. QPR은 작년 8월과 올 1월 페르난데스 구단주와 휴즈 감독을 팀의 새로운 수장으로 받아들이며 큰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저가 항공사 ‘에어아시아’의 회장인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신생 축구 명가’를 꾀하고 있다. QPR은 시즌 중이던 올 초 휴즈 감독과 지브릴 시세, 보비 자모라를 영입한데 이어 현재까지 공격수 4명과 수비수 2명 그리고 골키퍼 1명이 새롭게 유니폼을 입었다.


여기에 공·수를 강화시키는 팀 개편의 핵심 미드필더로 박지성을 선택했다. 두 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박지성은 오른쪽과 왼쪽 미더필더 역할도 가능해 장기인 수비와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패스를 통해 진정한 ‘센트럴 팍’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즈 감독 역시 박지성의 입단 기자회견에서 “그는 최근 맨유가 성공을 거두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한 대선수다”며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갖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7번’을 직접 선물했다. 차기 주장 후보로도 박지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지성의 영입으로 한껏 들뜬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박지성 영입은 팀을 인수한 뒤 가장 환상적인 일이다. 꿈꿔왔던 것이 현실이 됐다”며 “당장 맨시티처럼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결단과 야망이 더 나은 클럽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다음 시즌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박지성 역시 “QPR은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있고 더 나은 팀이 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힘든 결정이었지만 미래를 택했다. 클럽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아시아 축구의 역사는 ‘아직 진행중’
2000년 6월 일본 교토 ‘퍼플상가’를 통해 프로무대에 입문한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거치며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한국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월드컵이 끝난 뒤 자신이 맡게 된 네델란드 ‘PSV아인트호벤’으로 스카우트했다.


이적 초반 현지 적응 문제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이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을 야유하던 팬들도 ‘박지성 송’을 만들어 그를 응원했다.


이후 박지성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이탈리아 AC밀란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키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시아 선수의 지칠 줄 모르는 플레이에 반한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적을 제의했다. 2005년 박지성은 최초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로 맨유에 입성했고 그렇게 역사는 시작됐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무려 7시즌 동안 활약하며 총 205경기에 출전, 27골을 기록했다. 그사이 맨유는 4차례의 리그 우승과 3차례의 리그컵 우승,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와 국제축구연맹(FIFA)클럽월드컵 우승을 각각 1차례씩 차지하는 황금기를 누렸다.


그의 행보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의 역사였다. 박지성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챔스 결승 무대를 밟았다. ‘티셔츠 판매용’, ‘마케팅용’ 등 기존 아시아 선수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며 이청용, 지동원, 가가와 신지 등 재능 있는 아시아권 후배들의 유럽 진출을 가능하게 했다.


그는 고득점 플레이어가 아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활동량과 특유의 이타적인 플레이로 동료와 감독으로부터의 신임도 두터웠다. ‘보이지 않는 영웅’, ‘3개의 폐’ 등의 애칭을 얻은 박지성은 빅매치에 중용돼 퍼거슨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지능적인 선수이며 냉정함을 유지하는 선수다. 그는 큰 경기에서 신뢰할 수 있는 선수들 중 하나다”고 박지성을 높게 평가했다.



◇ 용의 꼬리로 남기보다 뱀의 머리가 되리라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박지성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작년 국가대표 은퇴까지 선언하며 클럽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그였지만 30대에 접어든 나이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신예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은 쉽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팀 맨유에 속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과정이었다.


지난 시즌부터 그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기 시작, 사실상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났다.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루이스 나니와 차세대 에이스로 인정받은 안토니오 발렌시아 그리고 이적생 에슐리 영은 시즌 내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노장 라이언 긱스까지 부활하며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시즌 종료 후 위기는 더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23일 일본 국가대표 미드필더인 가가와 신지를 추가로 영입했다. 박지성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명문팀 잔류’와 ‘새로운 도전’의 갈림길에서 그는 결국 QPR을 택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를 택한 셈이었다.


박지성 선수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지난 시즌 막판에 6~7경기를 못 뛸 당시에 이적을 심도있게 생각하게 됐다”며 “아직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버리는 선수 취급’ 같은 것을 받을까봐 마음이 돌아서 이적을 결심하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7년간 몸담았던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뒤로 하고 2011~2012시즌 2부리그(챔피언십) 강등을 간신히 면한 ‘QPR’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번 박지성의 이적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쇼’였다.


영원한 ‘맨유人’으로 남을 것 같았던 그였기에 이번 이적 소식은 축구팬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박지성은 늘 상 그렇듯이 ‘구차한 명예’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고 그의 축구 인생은 아직 끝나려면 한참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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