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락 원인은 ‘엔 캐리 트레이드
저금리 엔화빌려 고수익시장 투자
최윤지
yoon@sateconomy.co.kr | 2006-09-06 00:00:00
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급락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4일 보도를 통해, 최근 두 달 동안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엔화의 실질 가치가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전체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지난 6월 초 유로당 143엔에서 지난주 말 150엔 초반까지 떨어졌다.
유로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2002년 초 110엔대에서 계속 떨어져 1999년 1월 유로화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 역시 7월 이후 2.3% 하락했고, 호주 달러와 뉴질랜드 달러에 대해서도 각각 5.7%, 10% 떨어졌다.
원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지난달 초 100엔당 840원에서 지난 4일 822원까지 내려갔다.
블룸버그 통신에 의하면 지난 두 달 동안 엔화 가치는 주요 16개 통화에 대해 동반 하락했다.
FT는 일본 경제 부활과 제로금리 폐지 등의 영향으로 올 하반기부터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엔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엔 케리 트레이드란 유럽 등의 자금 수요자가 일본에서 엔화 자금을 빌려 자국 통화로 바꿔 쓰는 것으로 이때는 엔화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내려간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제로 금리를 써왔기 때문에 그 기간 중 제로 금리의 엔화를 이용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빈번했다.
FT는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가 미국보다 유럽과 호주 등에서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작아지는 반면 유럽과 뉴질랜드 등은 중앙은행 당국자들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동결한 것도 엔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뱅크오브뉴욕의 네일 멜러 외환 투자전략가는 “일본의 경제지표가 부진해지면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명분이 약해지자 엔 캐리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삭소뱅크의 피터 로젠슈트라이흐 환율전략가는 “엔은 매우 값싼 자금조달 창구”라며 “펀드매니저들은 엔을 투자의 꿈을 이뤄줄 자금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엔화 전망에 대해서는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없을 경우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이달 중순 열리는 서방 선진 7개국 재무장관 회담에서 아시아 통화 절상의 필요성을 강조할 경우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후지 토모코 외환 분석가는 “글로벌 무역 불균형 문제가 이번 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며 최근의 엔화 급락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일본과 점유를 다투고 있는 정보기술, 철강, 자동차업체 등 국내 수출기업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대우증권 관계자는 “최근 엔화 약세는 일본경기 둔화 가능성보다 국가별 금리수준에 대한 기대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엔화 약세로 인한 상대적인 원화 강세가 제한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우리나라 수출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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