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銀 헐값매각' 결심 法-檢 대립으로 파행
검찰 추가기일 요청 묵살에 재판장 빠져나가
토요경제
webmaster | 2008-11-17 10:57:37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이 법원과 검찰의 대립 속에 파행으로 끝났다. 검찰은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진행된 변 전 국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증인신문과 공소장 내용 중 배임액수 수정 등을 위해 변경허가신청을 하겠다"며 추가 기일을 요구했지만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하려 하자 이에 반발하다 결국 퇴정함으로써 검찰의 구형 없이 결심이 진행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검찰은 "핵심적인 증거를 제출했으나 재판부가 조사 없이 변론을 종결하려 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검토없이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재판부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판기일을 연기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미 22개월 동안 88차례 공판이 진행됐고 검찰 측 증인 31명이 나왔다"며 "검찰이 결심단계에서 증거 수십 건을 제출하고 증인 수십명을 신청하면 재판부가 무조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며 거절의사를 밝혔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평행선을 치달았다. 검찰은 수차례 반복해서 추가기일을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마지막까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재판장의 지시로 강행된 변 전 국장의 최후 진술 도중 검찰은 상부와 의논하겠다는 이유로 휴정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최후 진술을 그대로 진행토록 했고 결국 A검사는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부는 이후 법정에 남아있던 B검사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5분간 휴정하도록 했지만 검찰 측이 30여분이 지나도록 출석하지 않자 그대로 결심을 진행했다. 이규진 재판장은 "형사소송법 상 검사 출석 없이는 공판을 열 수 없으나 이미 출석해 개정한 뒤 검찰이 재판부의 동의없이 퇴정했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히고는 이내 재판을 속개, 구형없는 결심을 끝마쳤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익의 대변자로서 의견개진의 기회를 박탈당한 기분"이라며 법원의 성급한 결심 진행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건을 수사해 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지난 공판 때 재판부가 다음 기일(10일)에 검찰측 추가증인 신청 내용을 검토하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는데 7일 저녁 검찰에 전화해 결심을 하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변론을 종결하려 해 당황스럽다"면서 "검찰은 아직 입증해야할 부분이 남아있고 구형준비도 하지 않은 가운데 재판부가 결심을 진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수부는 "오늘 검사들이 법원에 가면서 증인신문과 공소장 내용 중 배임액수 수정 등 변경허가신청을 하겠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구형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구형을 하려면 상부에 보고해야 하므로 공판기일을 하루만 더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은 2차례 이상 기일통지를 받고도 검사가 불출석했거나 판결만 선고할 때 이외는 검사가 반드시 출석해야 공판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가 빠진 상태에서 바로 개정해 변론을 종결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 변론재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최후 진술에서 변 전 국장은 "당시 외환은행 매각은 금융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었다"며 "20여년 간 공직자 생활에서 외환은행 매각을 가장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또 소실된 남대문 화재 사건에 빗대어 "초기진화가 제대로 됐다면 국보 1호인 남대문을 잃지 않았을 것"이며 "정부관료는 위기 발생 시 초기진압을 위한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은 "경제 위기 당시 외환은행의 임직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는 것을 막기위한 경영상 판단이었다"며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도 똑같은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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