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건설 법정관리 신청 … 줄도산 공포 현실화 조짐

건설업계 유동성 경색 가능성 커져

조강희

insate@gmail.com | 2008-11-17 10:14:45

당국·은행권, 자금지원여부 고심 중
부실 도미노 우려 매각협상도 순탄하지만은 않아


중견건설업체 신성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에 잠재돼 있는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신성건설은 시공능력평가 41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건설업체다. 이런 회사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금융권을 더 움츠러들게 만들어 건설업계의 유동성 문제를 더욱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시공능력평가순위 100위이내 업체중 신성건설을 포함한 20여개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금융감독당국과 은행권이 이들 업체들에 대해 자금 지원을 할지 여부를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대해서는 회생 가능성을 먼저 따져 본 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자금 지원 등을 할 계획이다. 회생 가능성이 낮으면 구조조정 등이 전제조건으로 붙는다.


신성건설은 사실 1차부도를 모면한 이후 유수의 그룹사로부터 매각협상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매각 협상 대상자인 그룹사는 이에 지극히 미온적으로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미분양 적체 등 주택경기의 침체와 맞물려 신성건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기 때문이다.


이후 자금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신성건설은 금융감독당국, 채권은행 등과 협의를 거쳐 법정관리의 수순을 밟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산된다. 신성건설 위기의 주된 원인은 1천324가구에 이르는 미분양으로 2억원씩만 쳐도 대출금 총액 2천456억원을 육박하는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10~12월 중 152개 건설업체가 부도를 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전체를 따졌을 때는 모두 488개의 건설업체가 부도를 맞았다. 건설사들은 2006년에도 496개나 부도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부도 건설업체수는 올 상반기까지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총 180개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부도를 맞은 125개사보다 44% 늘어난 수치다. 8월까지는 일반건설업체 79곳, 전문건설업체 171곳을 포함해 모두 250곳이 최종 부도처리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9% 증가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내몰리면서 기업 사냥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을 인수하고, 대한전선이 계열사를 통해 명지건설을 인수했다. 효성은 시공능력평가 45위 업체인 진흥기업을 전격 인수했다. 그러나 현재는 인수합병도 그렇게 여의치는 않은 상황이다. 부도건설사 매물은 인터넷 인수합병 관련 사이트에 매물로 많이 나와 있으나 거래 성사는 출시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밀어내기 분양과 공급과잉…미분양 증가로 건설사 부실 불러와
돈 빌려 집짓고 자금난 못 견뎌

건설사들의 미분양 주택이 증가한 원인은 밀어내기식 분양과 공급과잉. 저렴한 아파트로 청약자가 쏠리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수도권까지 미분양 물량이 쏟아진 것도 문제가 됐다. 주택 실수요자들이 여전히 더 싼 주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올들어 건설업체의 부도는 하루 1개꼴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기관으로 돈을 빌려 시작한 주택사업이 속속 미분양되면서 자금난을 극복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건설업계가 더 큰 문제로 꼽고 있는 것은 2001년 도입한 최저가낙찰제다. 1000억원 이상 입찰자격사전심사(PQ) 공사를 대상으로 했던 최저가낙찰제는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말 5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됐으며 2006년 5월부터는 300억원 이상 모든 공사에 적용되고 있다.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공공공사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이는 건설회사 부도를 급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신성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가뜩이나 추가 대출을 꺼리는 금융권에 건설사들이 부실하다는 적신호를 보내게 되면 이는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이러한 공포의 근거다. 정부의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발표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신성건설의 이번 사태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이나 파산하려는 기업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계기가 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할 만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금융위, 신성건설 협력업체 자금 지원·분양계약자 보호

한편 금융위원회는 ‘신성건설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보증이행이 필요한 8개 분양사업장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대한주택보증이 보증계약에 따라 분양계약자에게 환급 이행하거나 사업장 인수 후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신성건설 협력업체 159개 하도급 업체에 미지급한 채무는 1739억 원 수준으로, 이중 매출액 의존도 30% 이상인 협력업체들에 우선적으로 금융기관 채무를 1년 동안 상환 유예하거나 금리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신속지원(패스트 트랙)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하고, 통상 6개월 소요되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처리기간은 3개월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금융위는 통합도산법상 기업회생 절차에 따라 수익성 있는 공사는 신성건설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고, 수익성이 없어 공사가 중단된 경우 공동 수급 또는 시공 연대보증인이 시공하거나 보증기관이 대행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계속하게 된다.


다만 통상 6개월이 걸리는 기업회생절차 기간 공사추진이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에 주요 공공사업에 대해 공사가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신성건설과 공동수급체 재구성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신성건설 해외공사 현장(11개소·5억2000만 달러)은 모두 도급공사로 기업회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발주자, 채권단과 협의해 공사를 계속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공정률이 50%를 초과한 현장에 대해서는 발주처와 협의해 공사를 완료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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