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세대교체, 반복되는 산통
10원 새 주화 발행... ‘10원 경매’ 열풍 경매 사이트서 수십배 가격 폭등 현상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6-12-26 00:00:00
지난 18일 10원 동전이 새 모습으로 변신했다. 지름이 18㎜로 현재 22.86㎜보다 4.86㎜ 작아졌으며, 무게도 현재 4.06g 보다 훨씬 가벼운 1.2g이다.
또 기존의 황동에서 구리를 씌운 알루미늄으로 바뀌면서 색상도 황금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했다. 이에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10원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10원이 새 주화로 탄생된 배경에는 구리와 아연 가격이 급상승해 액면가가 제조단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새 주화의 소재가치 및 제조단가는 현재 동전보다 개당 20원씩 절감돼 연간 40억원의 제조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몇몇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듯하다. 새 주화나 화폐, 기념주화가 발행 될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벌어지는 ‘사재기’ 열풍이 그것이다.
특히 이번 10원 열풍의 경우는 지난 17일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경제야 놀자 코너에서 방송인 김구라가 내놓은 10원짜리 동전을 감정하는 과정에서 화폐전문가 한창주씨가 1970년에 발행된 10원 적동 동전의 감정가액을 130만원으로 제시한데서 탄력을 받아 거세지고 있다.
방송후 그동안 집안 곳곳에 잠자고 있는 10원짜리 동전 찾기에 나섰고, 인터넷 상에서는 이미 ‘10원’ 경매 붐이 일기 시작했다.
몇몇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는 물론 경매사이트에 자신이 소유한 동전을 사진으로 올리며 동전에 대한 문의와 답변은 물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10원짜리 동전이 경매 사이트 등에서 수십배에 가까운 가격폭등 현상이 보이자 한국은행은 "10원은 10원일뿐입니다"이라는 공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새 10원이 출시되자, 첫 선을 보인 당일 은행 앞에는 오전부터 애장용이나 선물용 외에 투자용으로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006년도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온 만큼 올해 제조 동전이 ‘희소성’을 가지리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은은 “이번 새 10원 동전의 제조연도는 2006년으로 표시되지만 총량이 1억개 이상으로 희소성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화폐상들도 동전은 액면가격이 낮고, 발행 물량이 많으며 희귀화폐로 인정받기 위해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수십년간 완벽하게 보관해야 하는 등 일반인으로서는 쉽지 않고, 단지 연도만 똑같다고 해서 높은 가격을 받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신권, 주화가 발행될 때마다 매번 되풀이 되고 있다. 올해초 5000원권 신권 발행 때에도 잠시 수집 붐이 일어 당시 앞번호 1~100번 지폐를 두고 고가 응찰 사례가 줄을 이었다.
화폐전문업체인 화동양행 관계자는 “지금은 60 ~ 70년대와 달리 경제 규모나 절대 발행량이 비교적 많은 편이고 수요에 따라 계속 발행되고 있는 주화이기 때문에 소장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기념으로 소장하는 것은 좋으나 많은 양을 투자목적으로 바꿔놓은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권이 발행될 때마다 사재기 열풍 외에도 반복되는 일이 또 있다. 자판기, 공중전화, 은행 ATM기 등 기기 교체의 번거로움이 반드시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번에 새로 발행된 새 10원 동전도 크기와 무게가 대폭 줄면서 기존 자판기가 식별을 할 수 없어 현재 자판기나 공중전화 등 일부 기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기 교체비용을 모두 관련업체에 전가하고 있어, 교체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관련업체들로서는 대당 40만 ∼ 50만원에 달하는 동전 식별기의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 교체를 미루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예상된다.
자판기업체대표 이모(47·춘천시)씨는 “이번에 식별기를 교체한다 해도 한달 후 1000원 신권이 발행되면 또 다시 교체비용이 소모된다”며 “교체비용은 모두 업자의 부담인데 10원짜리 때문에 누가 바꾸려 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중전화에서도 새 동전의 사용은 불가능하다. KT의 경우 현재 운용중인 4만여대의 동전식별기 교체를 준비하고 있지만 개인이 개통한 자급제 공중전화는 제외됐다. 식당 등에 설치된 12만여대의 자급제 공중전화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교체가 어렵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1000원, 1만원 신권 발행을 한달여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1000원권과 1만원권의 유통물량이 각각 10억장, 22억장임을 감안할 때, 신권 이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금융 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내년 1월 22일부터 발행될 1000원, 1만원 신권의 지폐 크기 역시 지금보다 각각 가로 15㎜,세로 8㎜, 가로 13㎜, 세로 8㎜로 작아져 금융권 기기의 전면 교체가 불가피 하다.
그러나 지난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새 은행권용 ATM/CD 개체 현황’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금융기관이 보유한 ATM 총 39만9000대 중 35.4%(잠정)에 해당하는 14만1000대를 신권용 ATM으로 개체 완료한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신권용 현금자동입출금기와 현금자동지급기 비율은 각각 76%, 73%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교체에 투입한 비용은 한국은행이 추정한 2200억원의 3배를 훌쩍 넘는 7800억여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권 화폐의 크기만이라도 구권과 같았더라면 위폐 감별 인식 시스템을 바꾸는 정도로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결국 고객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교체 비용이 부담돼 일부 시중 은행이 한국은행에 교체 비용의 지원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화폐를 새로 발권한다 해도 식별기의 교체 등을 지원하거나 이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는 없다”며 “처음에는 다소 불편이 예상되지만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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