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집착 어디까지…

김정일 생전 핵무기 대량생산 지시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7-06 13:25:38

최근 미국의 대북 제재 1년 연장과 관련해 북한이 미국의 적대 정책이 계속되는 한 자위를 위해 핵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맞대응을 했다. 핵과 관련해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무기를 대량생산할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이 문서로 드러나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이는 핵을 평화적 목적이 아닌 군사용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향후 북한 핵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 미국의 상업용 위성사진업체인 ‘디지털글로브(Digital Globe)’가 지난 9일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 사진. 최근 북한 핵 실험장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 지역의 움직임이 분주해져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한다는 징후라고 CNN이 22일(현지시간) 군사전문주간지 IHS 제인스의 분석을 인용, 보도했다. (사진=CNN닷컴)

◇ 北, 우주 개발 계속 및 핵억지력 강화 다짐
북한은 지난 2일 평화적 목적을 위한 우주 개발을 계속할 것임은 물론 자위를 위해 핵억지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외교부의 한 대변인은 이날 "한반도에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계속되는 적대 행위로 대립과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앙통신은 북한은 평화적 목적의 우주 개발을 꾸준하게 진전시켜 나갈 것이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이 계속되는 한 자위를 위해 핵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북한을 방문한 그리고리 세묘노비치 로그비노프 러시아 한반도 핵문제 순회대사의 방북 문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로그비노프 대사는 북한 관계자와 양국 관계 개선 및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이 대변인은 덧붙였다.


◇ 김정일, 생전 핵무기 대량생산 지시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고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한 핵무기 생산을 직접 지시하면서 핵무기 대량생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도록 지시한 사실이 지난 1일 입수된 북한 내부 문서에서 드러났다고 일본의 도쿄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이 2일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폭탄 제조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 농축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의 허구성이 여지없이 뒤집어졌으며 앞으로 북한 핵의 향방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쪽에 달하는 내부 문서는 김 위원장 사후인 지난 2월 작성된 것으로 북한의 내부 정세와 외교정책에 대해 자세히 열거하고 있으며 노동당의 중견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인 것으로 보인다.


문서는 북한이 지난 2010년 11월 미 과학자에게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과 관련, 김 위원장이 "우라늄 농축 기술은 민수공업을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군사적 측면에서는 원자폭탄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핵무기를 대량 생산하도록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는 북한 핵이 그들의 주장처럼 평화용이 아니라 군사용임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어 큰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는 한편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북한 새 지도자 김정은의 견해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김정은은 "미ㆍ일 양국과의 관계 개선과 관련해 북한은 시종일관 강경 자세를 유지해야 하며 적들의 본질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 항상 적대 의식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문서는 적고 있다.


도쿄신문은 북한이 지난 4월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공위성을 쏘아올린다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며 이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김정은이 양국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마이니치 신문은 김정일 위원장이 죽은 후 작성된 내부 문서에 이러한 내용이 기록된 것은 핵무기를 통해 체제 유지를 도모해온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을 김정은이 이어받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월 개정 헌법 전문에 '핵보유국'라는 문구를 넣는 등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북한 관영 언론은 지난 5월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되고 미국의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사라지면 우리는 한 발의 핵무기도 필요 없을 것이다"라는 논평을 게재했다. 하지만 북한을 적대시하는지 여부와 위협의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이다. 그 판단을 할 수 없는 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발견된 북한 내부 문서는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 일본에 대한 철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어 김정은의 새 체제에서도 당분간 획기적인 외교 정책의 전환은 기대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 안보리의 제재에도 무기 수출하고 사치품 수입
북한은 유엔의 제재를 위반하며 계속 미얀마와 시리아에 무기를 수출하고 사치품을 수입하고 있다고 유엔의 한 전문가 패널이 지난 1일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AP통신이 내용을 보도한 바 있는 이 보고서는 안보리의 제재 감시위원회에 보내는 74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으로 돼 있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이 핵무기나 화학 또는 생물학 무기를 수출했다는 언급이 없었으며 지난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보여준 새로운 KN-08 미사일이 모조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이 미사일을 운반했던 새로운 대형 차량은 이 전문가 패널이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을 한 뒤 북한에 제재를 가했고 2009년 2차 핵실험을 하자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한바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유엔의 제재 결의 내용을 '교묘한 수법으로' 따돌린 충분한 증거를 발견했으나 "그럼에도 이 결의안이 북한의 금지된 행동을 제약시키고 있으며 이를 감행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 효과는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북한 유엔 대표단의 한 외교관은 이 보고서를 폄하했다. 그는 "우리는 원칙적으로 그 전문가 보고서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 전문가 패널이 설립된 안보리 결의안 자체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美, 對北 제재 1년 연장 발표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그리고 경제에 가하는 "비정상적이고 터무니 없는" 위협을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오바마는 미 의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북한에 의한 무기 확산 위험의 상존, 한반도에 사용 가능한 핵물질의 존재 및 미국의 안보와 외교, 경제에 가하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6월 북한에 제재를 부과한 이후 지금까지 제재 조치를 계속 연장해 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 2월 말 미국이 북한에 24만t의 식량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북한은 우라늄 농축과 핵 및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유엔 핵사찰단의 북한 복귀를 허용하기로 합의했었지만 북한이 4월13일 위성 발사를 구실로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미국의 식량 지원 중단을 불렀다.


그 후 북한이 3번째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었지만 북한은 지난달 초 현재로는 추가 핵실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