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의 숨겨진 주역을 찾아라

괴물녀 한세아, 단 8초 출연후 화제 김뢰하, 박노식, 윤제문 유머 3총사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6-09-01 00:00:00

지금 한국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영화 ‘괴물’에는 괴물 못지않게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등장해 웃음을 흘리거나 혹은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금새 사라져버리는 조연들이 있어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공식 명칭 괴물녀, 한세아 = 영화 ‘괴물’의 조연중 단연 화제는 한세아다. 한강에서 헤드폰을 쓰고 있다가 고개를 돌린 순간, 괴물에게 무자비하다 싶을 정도로 끌려간 그녀가 영화 속에 등장한 시간은 고작 8초. 그러나 짧고 강렬한 그녀의 등장과 퇴장에 누리꾼들 궁금증이 폭발했고 결국 그 과정에서 그녀의 공식 명칭은 ‘괴물녀’가 됐다.

노랭이 방역대원, 김뢰하 = “자 주목! 여러분! 여의도 사건 현장에 계셨던 분! 모두 다 손 번쩍!” 을 외치며 합동분향소에서 시선을 모으는 방역대원. 이름부터가 어렵고, 낯선 배우처럼 느껴지만 봉준호 감독의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 말보다 주먹과 발길질이 앞서는 형사 조용구 역을 맡았던 김뢰화다.

이번에는 노란 보호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쓰고 방역요원으로 등장, 오열하는 유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웃음을 선사했다.

벼룩의 간도 빼먹을 흥신소 직원, 박노식 = 단지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역이나 분량에 관계없이 영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그.

‘살인의 추억’이 낳은 명대사 ‘향숙이’의 백광호 역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배우 박노식은 이번에는 강두 가족에게 ‘괴물’과 맞서기 위해 필요한 물건을 터무니없는 값에 파는 흥신소직원 역을 맡았다. 이번에도 인상적인 대사로 객석을 뒤집었다.

“우리는 이런 거 안 받습니다. 현금이 엔꼬면 카드로 하시죠.”

결정적 역할의 노숙자, 윤제문 = 세상을 달관한 듯 살아가는 노숙자이지만 우연히 한강 다리에서 떨어진 남일(박해일)을 도와주고, 괴물과의 사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은 윤제문. 그의 노숙자 연기가 그토록 자연스러웠던 것은 처음이 아니였기 때문.

이미 봉준호 감독의 단편 ‘sink&rise’에서 리얼한 노숙자 연기를 선보인바 있는 그는 영화 ‘괴물’의 촬영현장에서 실제 노숙자로 착각할 만큼의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과 말투까지 구사하며 촬영을 했다고.

이들 외에도 하얀 가운을 입고 미묘한 눈길로 강두(송강호)에게 마취 주사를 놓다, 강두에게 인질로 잡히는 개성강한 간호사 역의 고수희.

그리고 “우리는 지금 도둑질을 하는게 아니야, 매점 서리를 하고 있는거지” 라는 엉뚱한 서리 이론을 펼치며, 부모없이 어린 동생을 보살피던 아역배우 이재응의 연기가 더해져 ‘괴물’은 주연만이 빛나는 영화가 아닌 조연들의 호연이 모아진 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한편 '괴물'은 지난 27일 전국 20만823명을 동원, 개봉 32일만에 전국 1,205만5,447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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