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의 시선으로 그린 ‘파리’
[뮨학] 더글라스 케네디 作, <파리5구의 여인>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7-06 08:59:56
국내에서 <빅 픽처>, <위험한 관계>, <모멘트> 등을 출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유럽 지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최근 고국인 미국에서도 재조명 움직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작년엔 미국 ‘아트리아 북스’에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전 작품에 대한 판권 계약을 마무리하고, 인기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선 출간된 지 일 년 반이 지난 <빅 픽처>가 여전히 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풍기는 독특한 분위기를 알기 위해선 매우 특이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출생해 대학 졸업 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연극 대본을 쓰며 일을 시작한 그는 스물한 살에 아일랜드로 건너가 더블린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며 두 편의 연극을 올렸다.
집필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전 세계 20여 개국을 방문하며 여행기를 썼다. 처음으로 출간한 여행기[In God's Country]가 호평 받으면서 본격적인 여행기와 소설 집필에 착수한 그는 오래지 않아 유럽 지역에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부인과 두 아이들과 함께 격조 높은 19세기 풍 런던하우스에 살고 있으며 파리, 베를린, 몰타 섬에도 집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영국, 독일 등지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기사 작위를 수여받기도 했고, ‘르 피가로’ 지의 그랑프리상을 획득하기도 했다.
<파리5구의 여인>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작품들처럼 스릴러와 로맨스적 요소를 가미했을 뿐더러 특별히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한 게 특징이다. 이 작품은 에단 호크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라는 세계적인 배우들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영화로 만들어져 작년 토론토영화제에서 많은 관심과 화제 공개됐다.
이 작품의 판타지적 요소에 대해 일각에선 ‘비현실적 이야기’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이야기의 기본은 어차피 ‘판타지’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을 상상하고 받아들일 때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파리5구의 여인>에서 정작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프랑스 인이 아닌 파리의 이민자들이다.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된 지역은 파리5구와 파리10구의 파라디스 가이다. 파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파라디스 가는 터키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 살지만 실제로 현지인들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이민자들의 시선으로 파리를 그려보고자 했다”라고 했다.
이 작품속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자못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법체계를 배제한 사적 복수는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파리5구의 여인>은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준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의 미덕은 빼어난 재미에 있다. 소설 독자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읽는 동안 전혀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없을 만큼의 재미를 주는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까닭은 독자들에게 늘 ‘재미’라는 선물을 충실히 선사하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케네디 저, 조동섭 역, 1만3500원,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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