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울한 올해 설 명절…"물 건너간 경기회복"

송현섭

21cshs@naver.com | 2015-02-13 16:38:03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을미년 청양의 해인 올 설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경기회복 기대는 대내외 악재가 겹쳐 절망감으로 바뀌면서 우울한 명절을 맞게 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지표들이 매월 큰 변동폭을 나타내며 경기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엔화 약세기조, 산유국 경제의 불안 등이 이어지면서 대외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완곡하게 지적했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저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이 40만명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광공업 생산과 소매판매·설비투자 등 주요 실물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내수경기는 그야말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단순 지표만 놓고 보는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설명이야 매번 그렇지만 모니터링과 함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뿐 분명한 계획도 비전도 없는 듯 싶다.


내수 위주의 경제활력 제고와 경제체질 개선 등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2015년 경제정책 방향'에 따른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란 대목에선 짜증마저 자아낼 정도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누리는 삶의 질이 20여년 전인 지난 1990년보다 크게 악화됐다는 모 민간경제연구소의 분석결과는 더 충격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 때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의 50∼150% 범위를 중산층으로 분류한 결과 2013년 기준 1140만가구 중 중산층이 67.1%인 765만가구였다. 4인 가족은 월 가처분소득 중위치가 386만원, 1인 가구는 193만원이었고 중산층 총소득은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7.0%씩 늘어 저소득층 6.1%, 고소득층 6.8%에 비해 증가율은 높았다.


반면 월세비중은 1990년 11.9%에서 2013년 12.8%, 전세보증금 증가율은 연평균 11.8%로 저소득층 10.7%, 고소득층 0.9%에 비해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지출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비중은 1990년 13.4%에서 2013년 20.9%로 상승한 반면 여가지출은 5.9%에서 5.3%로 줄었다.


결국 우리나라 중산층은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금융위기까지 거의 10년 주기로 반복돼온 경제위기를 거치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듯 싶다. 그런데 재산형성은 고사하고 생계비가 없어 금융기관을 전전하며 대출에 목을 매는 상황을 무시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는 어이없다.


오죽하면 각종 '푸어' 시리즈가 유행할까 싶지만 그것이 중산층이 겪고 있는 현실인데 뾰족한 대책도 없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고 하지만 건전한 시민이 되기 위해 교육·근로·국방·납세의 4대 의무를 다한 중산층 국민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현실에 순응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산층이 오히려 호구로 보여서 그런지 정부는 과중한 세금과 각종 부담을 한꺼번에 짊어지게 만들고 있다. 저소득층은 도움이 절박해서 그렇고, 고소득층은 정부조차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권력자와 부자들이 주축이 아니라 체제에 순응하고 묵묵히 일하는 중산층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권력과 부를 거머쥔 자들이 "중산층이 몰락하면 나라도 몰락하기 마련"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말없이 침묵하는 다수는 평상시에는 양처럼 온순하지만 돌변하면 성난 파도로 변해 권력을 교체하고 편중됐던 부를 해체한다. 흉년이 들면 왕을 죽이거나 갈아치웠다는 부여의 오래된 풍속은 2000여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 복합불황을 돌파할 생각보다 핑계를 대기 바쁘고 권력의 안위와 부의 승계에만 골몰하는 작금의 세태는 중산층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권력자들은 각종 지표와 통계를 들이대며 여론을 호도할 궁리를 찾지 말고 경기를 호전시킬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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