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銀 합병 중단사태 후폭풍 거세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책임론 부각…고위임원 3명 사퇴 이어져

송현섭

21cshs@naver.com | 2015-02-13 15:48:46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금융당국의 조기 합병승인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급물살을 탔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 통합작업이 오는 6월까지 전면 중단됐다. 앞서 외환은행 노조측은 하나금융지주가 양 은행의 조기 통합에 박차를 가하자 인수한 뒤 5년간 독립경영 보장과 고용승계를 보장한 각서를 근거로 법원에 합병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따라서 법원은 지난 4일 외환은행 노조측 주장을 수용, 양 은행의 합병금지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 <편집자 주>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하나·외환카드 합병에 이어 야심 차게 추진해온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계획이 법원의 합병 중단결정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악화된 외환은행의 경영실적을 근거로 법원이 노조측의 합병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한 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17일 '위대한 상상(上上), 출발! 2015' 행사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하나대투증권, 하나카드 등 임직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 신년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법원이 작년 3분기 실적을 거론하며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면서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악화된 외환은행 실적을 고려하면 법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김 회장은 외환은행 실적 부진의 책임을 예전 대주주인 론스타로 돌리면서 "외환은행 실적이 하나은행의 반토막도 안 되는데 인력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환은행 직원들의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론스타가 손을 떼면서 2008년에서 2009년 인건비를 올려놨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 회장은 "현재 외환은행 경영문제는 4∼5년 전 상황에 따른 것"이며 "외환·하나은행간 합병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6대 하나은행 행장에 취임한 김병호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하나·외환은행의 물리적 통합이 지연됐으나 화학적 통합은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하나·외환 양 은행 영업점과 부서간 문화교류를 확대하고 감성통합 프로그램과 가족 공동행사 등을 개최해 공동체의식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김 행장은 "여수신 상품과 대고객 서비스 등 영업 및 마케팅 부문에서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공동 광고와 홍보 진행 등을 통해 양 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김병호 하나은행장 고객기반 강화에 역점


무엇보다 김병호 행장은 고객기반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는데 "고객을 늘리기 위해 본부 중심의 기관 및 집단영업을 강화하겠다"며 "고객 세분화를 통한 타깃 마케팅을 통해 니치마켓을 선제적으로 발굴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 행장은 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신설하고 IT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핀테크(Fin-Tech)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특히 임직원들에 대해 기업가 정신을 확산을 위해 사내 벤처 또는 소사장제를 도입하고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직원에 대해서는 '혁신 영웅'으로 발굴,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하나·외환은행 합병절차가 오는 6월까지 전면 중단되면서 양 은행의 통합을 주도해온 하나금융 임원 3명이 사실상 해임됐다. 게다가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나 연임을 노리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위상도 흔들려 하나금융그룹 전반에서 인사 후폭풍도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이우공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겸 통합추진단장과 정진용 준법담당 상무, 주재중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 담당 전무가 합병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이에 하나금융은 박성호 전무를 전략담당(CSO)임원으로 선임하고 준법감시인에 권길주 전무, 곽철승 상무를 재무담당 임원(CFO)으로 각각 임명하는 등 후속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지난 4일 법원이 오는 6월30일까지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일정을 중단하도록 결정한데 따른 사실상 경질인사로 보인다. 앞서 금융권에선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하나·외환 통합은행장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나왔으나 노조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책임 때문에 현재로는 김병호 신임 하나은행장이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 금융위, 책임불구 대타협 종용해 논란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당국 관계자들이 조기 통합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외환은행 노조측을 자극한 것은 불찰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당국은 노사 합의를 요구하면서도 예비승인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하나금융을 이,f방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는 외환은행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그럼에도 불구,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대타협을 할 경우 조기 합병승인이 가능하다"면서 "사측과 노조가 합의해 타협에 이른다면 예비인가 승인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는 최근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통합 작업이 중단된 가운데 대타협을 전제로 했으나 노조가 가처분 결과를 취소하면 금융위도 예비인가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조기 통합 무산의 책임에 대해 신 위원장은 "법원 판결은 노사합의에 대한 협의를 주문하는 취지"라며 "법원의 판결과 금융위의 입장이 배치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신 위원장이 합병 인가문제에 개입한데 대한 책임론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이의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하나금융은 금융위에 제출한 합병예비 인가 신청서를 철회했으며 지난 5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선 금융당국의 중립성과 신뢰문제를 질타했다.


◇ 야당, 금융위 중립성·신뢰상실 비난


이와 관련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월중 통합예비 승인심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법원이 2.17 노사정 합의서를 존중해 합병절차 중단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면서 "사과하고 양은행의 합병문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같은 당 한명숙 의원 역시 "법원의 가처분 수용결정은 금융위가 중재했던 합의서를 파기한 것을 사법부가 바로잡은 것"이며 "당사자간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 의원은 "금융위가 작년 국감에서 노사간 약속을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가 2월중 합병 예비인가를 의결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면서 "노사간 논의가 진행되는데 중립성을 지켜야하는데도 금융위가 노조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법원 역시 노사 협의를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노사 합의를 일관되게 주문해왔고 합의가 합병인가의 핵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과 금융위 입장이 상호 배치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 외환은행, 실적 놓고 노사갈등 재연


따라서 하나금융은 빠르면 이달말 법원에 이의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대관건은 외환은행 실적문제다. 이는 하나금융이 법원의 양 은행간 합병추진의 중단을 결정한 것을 번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외환은행의 실적 저하에 대한 소명이기 때문이다.


당초 법원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이후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했던 만큼 이를 뒤집을 만큼 통합이 절실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현 실적추이가 이어지면 은행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는데 외환은행 노조는 최근 수년동안 실적부진의 원인은 김정태 회장의 경영실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나금융은 이의신청을 위해 자료검토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되며 시기는 오는 23일 법원 인사이후가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면 금융시장에서는 위기가 감지됐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법원이 중재적인 입장에서 판단을 내렸으나 금융의 특성이나 현재 상황 등에 대해 법원에 충분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법원에 금융위기에 선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례와 함께 외환은행의 4분기 실적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4분기 외환은행은 총 859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만큼 실적 저하가 심각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따라서 법원은 앞서 외환은행 노조측을 두둔한 본래결정을 취소하고 가처분 신청 기각여부를 결정해야 되는데, 어떤 결정이든 10일이후 고등법원 항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법원이 당초 가처분 결정을 번복할 여지가 많지 않고 결정적인 소명이 없다면 앞서 인용된 가처분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가 적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 론스타 책임이냐, 독립경영 실패냐


당장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측이 인수 전후 수익성을 비교해 하나금융의 경영실패를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반론이 만만치 않다.우선 외환은행이 론스타에서 하나금융으로 인수되면서 인프라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외환은행 직원들에 대한 보수가 실적에 비해 턱없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론스타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월급은 많이 올려줬지만 전산 및 시스템 개발 등 경쟁력 강화에 대한 투자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금리가 하락하고 마진이 축소되다보니 수익성은 하락했는데 이를 하나금융의 경영실패로 몰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애초부터 매각차익을 노리고 노조측과 타협한 론스타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키도 했다.


반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인수 전인 지난 2011년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이 2억1000만원대에서 인수된 뒤인 2012년 7700만원으로 하락했다며 하나금융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특히 노조측은 수익 하락은 외부여건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을 배제하고 하나금융의 경영능력 부진과 외환카드 분사, 경영간섭 등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고 있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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