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포항, 엇갈린 운명속에 희비 교차
잘 나가는 울산 4연승 - 2년 연속'헝그리 정신' 포항
박진호
contract75@naver.com | 2014-03-17 14:22:44
지난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공식개막전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문을 화력하게 열었던 양 팀의 대결은 울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특히, 경고 누적으로 지난 해 마지막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팀의 안타까운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던 김신욱이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며 복수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미 포항과의 개막전을 치르기 전, 부담스러운 호주 원정길에 올라 가졌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첫 경기인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와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상쾌한 출발을 알린 울산은 이후 ACL과 K리그 클래식에서 4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경남에 3-0의 대승을 거뒀다. 홈 개막전에서 큰 점수차로 승리를 거두며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홈 팬들에게 올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4경기에서 모두 득점포를 쏘아올리고 있으며 총 9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단 1점에 지나지 않는다. 적극적인 선수영입으로 올 시즌 우승호보 0순위로 주목받고 있는 전북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은 팀 답게 만족스러운 초반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포항은 삐걱대고 있다. 그나마 ACL 조별리그 2차전 태국 원정에서 부리람에게 2-1로 승리를 거둔 것이 다행이었다. 첫 경기였던 세레소 오사카와의 경기에서는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끝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심판의 석연치않은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먼저 실점을 한 영향이 컸지만, 경기 내용을 감안했을 때 마무리의 아쉬움을 짚어내지 않을 수 없다.
국내리그에서도 울산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상대 골키퍼로 나선 김승규의 신들린 선방 앞에 골을 뽑아내지 못했고, 결국 김신욱의 한방에 무너졌다. 2라운드에서는 임상협에게 2골을 허용하며 3-1로 패했다.
올 시즌에도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시즌에 나서고 있지만 탄탄한 국내 선수진을 앞세워 상위권을 장담했던 포항은 2라운드까지 승점을 1점도 올리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지난 시즌, 모기업의 재정 위기와 그동안의 경영 문제를 해결한다는 '예상 밖의 사유'로 긴축 운영에 나서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러 '쇄국 축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지만, 포항은 K리그 클래식과 FA컵을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을 마친 후 포항스틸러스의 장성환 사장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공언하며, 올 시즌 트레블 달성을 목표로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이야기는 다시 꼬리를 감췄고, 그나마 있던 선수들 마저 연봉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보내야 했다.
공격진이 더욱 얇아진 포항은 올 시즌 빈약한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며 한때 '스틸타카'로 불리던 축구가 '과정만 아름다운 축구'로 퇴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구단 운영진의 어긋난 마인드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노력과 의지로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냈지만 기적은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선수들의 재원과 능력, 그리고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해도 이를 이끌어주는 구단의 마인드가 퇴보되면 아무리 명문구단이라 해도 한순간에 쇠락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 스포츠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시즌 초반. 단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이다. 과연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열악함'을 안고 시즌을 치르는 포항이 올 시즌에도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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