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명의 범죄자가 있다”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6-29 15:51:06

논란 통합진보당 투표중단 사태 ‘일파만파’

통합진보당 전국동시당직선거와 관련해 또다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투표도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스템 이상을 일으켜 투표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통진당 측은 중단사태와 관련 “서버 환경이 몰려드는 인터넷투표자들을 감당치 못했다”며 “투표결과가 모두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이어 “재투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통진당 비례대표투표시스템을 점검했던 전문가가 현 투표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27일 “중앙선관위원회,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당직선거 출마 대표·최고위원 후보 진영 인터넷 전문가, 기술업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투표시스템을 분석했다”며 “최종결과를 저장하는 투표값 파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졌다. 투표값이 정확히 저장돼있는지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술검증 합의서를 발표했다.


통진당은 “투표값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투표값의 증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인터넷투표관리업체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서버 접근 등 환경이 안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버 접근이나 서버 관리 환경 등이 조성돼있지 않았다. 돌발 상황에 대비한 기능 개선이 필요하다” 등의 보완 방안이 제시됐다.


◇ “새 시스템, 정당투표엔 검증되지 않아”
그러나 지난 4.11 총선 비례대표투표시스템을 조사했던 전문가가 “투표중단은 서버 문제 아닌 프로그램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네이버를 비판하는 웹툰으로 유명한 IT전문가 김인성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통합진보당 재선거 사태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새로운 투표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수차례 경고했으나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투표부터 새롭게 도입된 프로그램은 주로 초중고등학교에 납품된 것으로 동시에 대량의 사용자가 몰리는 정당의 투표 시스템으로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히 문제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 투표 시스템은 교사와 학생이라는 신뢰를 기반으로한 환경에 최적화 되어 있어 교사를 위한 일부 기능은 투표 제도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며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져도 부정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비례대표 선거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범죄자에게 악용된 일부 기능에 대한 보안성 강화 이외에는 특별한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다”며 “매우 안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시스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IT기업·엔지니어 명예 훼손 즉각 중단 하라”
김인성씨는 또 “보고서와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IT 엔지니어들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 도를 넘었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근거도 없이 IT기업과 엔지니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통진당 측은 이번 지도부 경선에 사용된 투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자 하드웨어를 납품한 ‘스마일서브’란 회사를 비난하고 있으나 이 업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여 호스팅 사업을 하는 기술력 있는 업체로 디도스와 해킹을 방지하는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여 사용할 정도로 소프트웨어 기술도 뛰어나다.


또 기존 선거 시스템을 납품한 엑스인터넷에 대한 비난도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개발 업무와 관리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업체를 소스를 고쳐서 부정 투표를 주도한 자들인 것처럼 매도한 것은 업체에 관한 비방을 넘어 IT 엔지니어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개발과 운영에 대한 관리 감독은 갑에게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오히려 투표 기간 내내 밤샘을 하며 정상 운영에 매달려온 업체에게 전가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 “범죄행위의 증거 있었다”
그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투표시스템 부정사건과 관련해 ‘디지털 포렌식(증거 수집 작업)’을 진행한 장본인이다. 그는 “포렌식 전문업체 KDL과 함께 법원 재판에 준하는 엄격성을 유지했다”고 작업의 신뢰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그의 글에서 가장 주목해야 곳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로그에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그것을 본 저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찾아 낸 것은 범죄행위의 증거였다”며 “인터넷을 잘 아는 단 한 명의 범죄자로 인해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는 부분이다.


그는 “이 자로 인해 통합진보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뿐만 아니라 또 다른 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당의 모든 분들이 서로 화해한 후 합심하여 범죄자 색출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지난 4.11 총선을 위한 비례대표투표 당시 명백한 범죄행위가 있었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직접 소명하고자 통진당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완곡한 표현만을 담았다.


그러나 통진당은 직접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분석보고서는 그대로 폐기됐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의 분석내용은 배제된 채 비례대표투표에 대한 2차 진상보고서가 발행됐고 통진당 내에서는 이를 두고 또 한차례 내부 충돌이 진행중이다.


소위 구 당권파로 분류되는 정파에서 보고서 내용을 일부 입수, “은폐와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서도 폐기된 것으로 알려진 조사 보고서가 일부 공개되며 파문은 가라않지 않을 기세다.


이에 통진당 지도부는 “보고서는 제한된 인원만 열람 가능했다”며 조사당사자를 통한 유출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에 조사당사자인 김인성씨는 “디지털 포렌식(증거 수집 작업)은 신의와 성실 그리고 보안을 생명으로 한다”며 유출 주장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함께 작업한) 수 년간 법원 제출용 디지털 포렌식 감정을 해 온 회사 입장에서 보고서를 유출했다는 식의 비난은 회사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사안”이라며 “이 문제 만큼은 소송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명예 회복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논란은 ‘현재진행형’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인성씨의 글이 발행된 후 통합진보당 온라인조사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분을 반박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관계가 명확치 않고 대부분의 내용 자체가 ‘얼버무림’에 가깝다는 내·외부적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기사 작성 시점인 29일 오전 김인성씨는 한편의 글을 더 올리며 통진당의 반박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는 “우리(김인성과 디지털 포렌식 업체 KDL)의 요청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소모적인 글을 써야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선거 부정에 대해 조사하는 도중 통합진보당 게시판을 통한 여론 조작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지지 못할 의혹제기 또는 거짓말을 해도 아무런 상처를 받지 않고 오히려 더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악의 자리”라며 검찰을 통해 사실이 밝혀지기 전 소명 기회를 제공해줄것을 통합진보당측에 요청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