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바보 이반의 산 생활을 적은 생명의 노래

최성현의 산 이야기 2편 '산에서 살다' "나의 종교는 한 포기 풀, 한 알의 쌀"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6-08-18 00:00:00

우리나라는 산과 강이 아름다워서 도시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중 온전한 자연주의 철학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저자 최성현은 국내에선 물론 전세계 자연농법의 대부 후쿠오카 마사노부 선생이 노령의 병석에서도 추천 시를 헌사 할 만큼 그의 삶과 사상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동국대 대학원에서 노장 철학을 전공하고 학자의 길을 걷던 중 도시 생활을 접고, 현재 살고 있는 산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 올해로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스무 해 동안 그가 사는 산 입구에는 '바보 이반 농장'이란 작은 문패가 걸려 있다.

유독 '바보 이반'을 문패로 내건 이유는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 그에게 경전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도 톨스토이처럼 자연농법을 실천하기 위해 산으로 거처까지 옮겨, 벌레와 풀을 형제처럼 여기는 자연농법의 방식으로 자급 정도의 논농사와 밭농사를 하고 있다.

아울러 꽤 큰 뽕나무밭을 가꿔, 거기서 나오는 오디로 발효음료를 만들어 시장에 내고 있다. 그는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음은 물론 땅을 갈거나 벌거숭이로 만드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런 방침 덕분에 그의 논에는 절로 생긴 미나리 밭이 있고, 거머리와 미꾸라지와 야생 달팽이와 소금쟁이 등 수많은 수생 동물이 산다. 밭에도 먹을 수 있는 풀이 많아 밥상에는 늘 야생초가 반이다.

이처럼 '산에서 살다'는 저자가 온몸과 영혼의 무게로 자연농법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산속의 이웃들과 싸우고 화해하며, 자연농법으로 흙에 바탕한 자급자족의 성공적인 경제를 이루며 산 스무 해의 온전한 기록이다.

또 일생을 걸고 일관되게 바래왔던 세계를, 그리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목숨 가진 것의 바탕인 공기와 물과 땅과 숲을 지키기 위한 자신의 고민과 실천, 거기서 얻는 보람과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흙 생활에 깊이 뿌리박은 저자의 극히 구체적이고 생동적인 체험에서 우러나온 글귀가 그만큼 큰 감동과 설득력을 갖는다.

바보 이반 농장 주인다운 농사법을 통해 문득 눈이 떠지는 자연의 섭리, 그 속에서 만나는 우주, 재미와 행복. 최성현이 부르는 삶에 대한 찬가는 독자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의 종교는 한 포기 풀, 한 알의 쌀'이라 외치며, 한 포기 풀, 벌레 한 마리에게서 배우는 삶을 통해 삼라만상이 모두 신성한 존재이며 그러한 신성함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가진 것은 도시만은 못해도 마음이 편하고, 육체노동이 있는 삶. 조용히 내면의 뜰에 빗자루질 하며 사는 삶. 한 포기의 풀을 존경하고, 벌레 한 마리부터도 배우는 삶. 홀로 농사를 지으면서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며, 자신을 깨우는 일에 힘쓰며 사는 산 생활을 통해 무엇이 우리의 삶에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최성현 지음, 조화로운 삶,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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