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대화

이호영

eesoar@dreamwiz.com | 2007-03-02 00:00:00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소설가 박완서, '꽃삽'의 시인 이해인, '빛'의 화가 방혜자, 서양사학자 이인호 등 여성 지성 4인의 대담을 모아 엮었다.

이 책에서 4인은 지금껏 이들을 성장시켜온 경험, 여성으로서의 삶, 개인적인 갈등과 소중한 인연 등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간 꾸려온 삶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몇 안 되는 역할 모델 4인이 들려주는 슬픔, 문학, 기도, 역사, 교육, 여성을 주제로 한 삶의 얘기를 듣는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고충, 개인적인 아픔, 소중한 인연 등을 통해 여성 독자들이 방황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달하게끔 삶의 방향키를 부드럽게 잡아 이끄는 성찰이 돋보인다.

소설가 박완서는 "기억을 지우고 극복하는 일은 참 잔인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아들을 잃어버렸던 기억을 회상하며 고통을 나누는 모습이나, 어머니께서 얼마 못 살 거라는 말을 접한 후의 느낌을 "이별도 연습을 해야 하는 건데 타인의 슬픔을 만지며 살아왔어도 슬픔을 다스리기란 힘이 든다"며 수도자로서 보낸 절제의 세월과 함께 담담히 털어놓는 이해인 시인의 모습에서 그 슬픔의 깊이를 공감하게 된다.

삶의 의미와 실체를 고민해왔던 이들이라면 현대 사회를 꾸짖고 위로하며 삶의 길잡이로서 지성 4인이 가슴을 연 대화에서 던지는 화두를 곰곰히 되새김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소설가 박완서와 수녀시인 이해인이 내보인 문학가, 종교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어머니, 딸,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아픔을 접하면서 성숙한 내면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듯 다른 두 인물의 대비가 흥미로운 화가 방혜자와 역사학자 이인호의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도 접해본다.

앞서 2004년도 피천득과 김재순, 법정, 최인호 남성 4인의 대화가 행복, 예술, 신앙, 가족, 사랑, 시대에 관한 연륜을 드러냈다면 뒤이은 이들 4인 여성의 대화는 슬픔, 문학 등 좀더 현실적인 주제들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월간 '샘터' 2005년도 12월호에 실린 박완서 씨와 이해인 수녀의 송년특집대담과 2006년 1월호에 게재된 방혜자 씨와 역사학자 이인호씨의 신년특집대담을 엮은 이 책은 9개의 주제를 서로 다른 시각으로 나누고 있으며,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은 대화에 생명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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