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시대 이색 사령장 戰意 다진다

단검, 미식축구 헬멧등 전쟁 방불케 하는 사령장 수여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6-08-11 00:00:00

지금 금융계는 '영업대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쟁을 치르고 중이다. 이 때문에 각 기업은 치열한 영업 전선에 뛰어들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가 솟아야 영업력이 강화되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이다. 때문에 이제는 덜렁 종이 한 장에, 박수 갈채를 받고 끝나던 수여식이나 딱딱한 전략회의 풍경은 사라지고, 재치 있으면서도 경영자의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색적인 방법이 눈에 띠고 있다.

경영자의 스타일에 따라 영업직원을 격려하는 유형도 저마다 다르다. 때문에 경영자의 메시지가 각기 다른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포장돼 있어, 숨은 의미를 살펴보는데도 재미가 있다.

▲강력한 메시지 전달형 = 신한카드는 지난 4월에 있었던 조흥은행 카드사업부와의 통합 출범식에서 임원과 부서장들을 미식 축구 포지션에 임명했다.

선수들을 지휘하는 역할의 헤드 코치로 홍성균 사장을, 상대 진형에 따라 공격방법을 정하고 각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역할 분배를 해주는 쿼터백으로 경영관리본부장인 심우엽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외 미식축구의 포지션과 부서 성격과 맞게, 플레이의 시작과 동시에 재빠르게 앞으로 뛰어나가서 쿼터백의 패스를 받아 엔드존을 향해 전진하는 와이드 리시버에 영업1본부장인 김성원 부사장, 쿼터백에게 공을 전달받아 돌진하는 역할과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쿼터백을 보호하는 러닝백에 영업2본부장인 전두환 부사장, 최후방 수비수로서 라인백커나 코너백이 상대에게 뚫렸을 때 그 공격을 저지하는 세이프티에 리스크관리본부장인 김희건 부사장을 임명했다.

이처럼 미식축구를 사령장 수여식에 활용한 것은 훈련된 미식 축구팀처럼 유기적이고 조화가 되어야 한다는 홍성균 사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또 미식축구 특유의 공격적인 운영 전략을 함축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사령장 대신 이름과 포지션이 나란히 적힌 미식축구 헬멧을 각 부서별로 전시하고 있고, 역시 담당자의 이름이 적힌 미식 축구 볼을 전체 회의실에 전시, 회의 때마다 볼 수 있게 했다.

다른 금융권의 격려 지원도 만만치 않다. "최고 경영자는 검투사이고, 지면 죽는다"는 경영철학을 펼쳐, '검투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은 올해초 경영전략회의에서 47명의 영업본부장들에게 목표달성 다짐서를 받으면서 이들에게 지휘봉을 선물했다.

이 지휘봉의 손잡이 끝에 달린 뚜껑을 돌리면 자그마한 단검이 하나 나온다. 그의 경영철학을 비춰볼 때, 죽을 각오로 싸워 은행 영업대전에서 승리하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검을 받은 한 본부장은 "올해 영업전쟁에서 결사적으로 싸워 반드시 우리나라 1등 은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직원들과 함께 비장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행장의 선물 공세후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지점장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나눠줬다. 그의 선물은 바로 명품 볼펜인 몽블랑. 이를 받아든 한 지점장은 선물을 받는 순간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먼저 떠올렸다.

우리은행이 칼을 줬으니 국민은행은 이보다 강한 펜을 선물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졌지만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강 행장 스타일의 선물이라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말을 전해들은 강 행장은 "우리은행을 의식해 펜을 선물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펜을 받은 지점장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지난 2월 총진군 출정식에서 '로마군단', '은행대전과 영토확장의 해', '작전', '전사'등 온갖 전쟁용어와 직설화법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다진 후 각 지역 본부장에게 '깃발'과 '네비게이션'을 선물했다.

이는 가만히 책상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지 말고, 네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고객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다니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 이런 발빠른 영업전략을 통해 각 지역에서 1등 지점으로, 고지를 함락하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회 전달형 = 직원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통해 영업을 독려하는 유형도 있지만 우회적으로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독려하는 부드러운 회유 방법을 고수하는 경영자도 있다.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영업성과가 우수한 영업점 지점장 부인들에게 장미꽃, 케이크, 와인, 과일 등을 선물하며 '당신의 남편은 외환은행의 기둥이며 참된 일꾼'이라는 요지의 친필 편지를 동송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생일도 아닌데 뜻하지 않은 선물과 편지를 받은 부인들이 기뻐하며 반겼다고.

또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직원들에게 학용품 세트를 나눠주기도 했다. 선물을 받은 하나은행의 직원은 "가정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뜻에서 준비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구은행의 이화언 행장은 최근 영업현장을 발빠르게 누비는 부점장급 사원들에게 건강도 같이 챙기라는 의미에서 만보기를 선물했다. 또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도 올초 연휴를 맞아 부모님께 효도선물을 하라며, 경로 효친용 상품권 10만원권을 전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신입사원 챙기기형 = 새롭게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도 예외는 아니다. 회사에 첫 발을 내딘 그 순간부터 각종 아이디어를 통해 회사 사람으로 만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종창 전 기업은행장는 3년 전 이색 사령장 교부식으로 신입행원들을 격려했다. 신입행원들에게 '열정'(존 템플턴 지음)이라는 책을 선물하면서 임원 부장들이 동석한 가운데 다과회 형식의 한결 가벼운 자리로 사령장 교부식을 대체했다.

김 행장은 인사말을 통해 "신입사원도 고객서비스 1등 은행 만들기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한다"면서 "변화와 개혁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기에 자기 혁신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 2월 하나은행은 신입사원 66명에 대한 사령장 수여식에 부모등 가족 98명을 초청, 그 자리에서 부모에게 지리산 토종 꿀 단지를 선물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 동안 자식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한 만큼 몸보신을 하라는 의미와 함께 하나은행을 통해 자녀들이 자아를 성취해가며 달콤한 인생을 누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입사원의 3개월간 수습기간이 마치고 정식 배치되는 5월 경 신입사원과 부모를 하나은행 기흥연수원에 초청해 어버이날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한편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도 신입사원에게 사령장과 배지를, 직전 입사 기수들에게는 외환은행을 상징하는 장미 꽃다발을 전달했다. 리처드 행장 역시 직원의 부모들에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토종꿀을 선물했다.

그리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신입사원과 가족에게 감사 서신과 꽃다발을 전달해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금융사가 직원들의 사기를 돋궈주고, 영업대전에의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만 있는 경쟁 사회 속에서 경영자의 이색적인 노력이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는 위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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