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반 조현아' 구축...가족간 분쟁 표면화

주총 앞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 그 끝은? '남매의 난' 최종 목적지 재계 시선집중

최봉석

bstaiji@sateconomy.co.kr | 2020-02-05 16:25:37

한진그룹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지난 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족 간 깊어진 '갈등의 골'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이후 그룹 내 '경영권 분쟁'이 가족간 지지와 분열 등 본격적인 이합집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지난 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가족 간 깊어진 '갈등의 골'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현재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외부 세력과 손을 잡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나머지 총수 일가의 싸움으로 사실상 구도가 그려졌다.


한쪽에선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라는 표현을, 다른 한켠에선 "모녀간 생존 싸움"이라고 작금의 상황을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는 등,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가족 간 신경전의 승자는 오는 3월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날 전망이다.

사실 지난해 이명희 고문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큰 딸'과 꽤나 가까워졌고 결국 조 전 부사장 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 고문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아군'에서 조 전 부사장의 행보에 대항하는 '적군'으로 상황 판단을 달리했기 때문이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전날 한진그룹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공동 전선을 구축한 조 전 부사장이 '새로운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들고나오며 조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과 관련해,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현 한진그룹 경영 체제'를 계속 유지 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총수 일가와 뜻을 달리한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조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굴복'을 강요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가진 지분이 없었던 이 고문은 지난해 4월 남편 조양호 회장 사망 후 그의 보유지분을 법정비율로 상속받아 5.31%의 한진칼 지분을 갖게 되면서 이번 '남매의 난'의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이 고문은 그간 '남매의 난' 속에서도 침묵 행보를 유지해왔다. 앞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회동 때 소동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입장만 표명했을 뿐 정중동 행보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그런 이 고문이 조 전무와 함께 작금의 상황에 대해 첫 공식 입장을 낸 것은 그만큼 조 회장과 한진그룹 측이 조 전 부사장의 외부 세력 연대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합리적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즉 최근 조 회장의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현재 한진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조 회장에게 물러나라며 선전포고를 한 것은 고 조 전 회장의 유훈인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 어머니의 입장에서 '최종 결단'을 내렸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결국 한진그룹의 '차기 자리'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구도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총 전에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역할론이 확실해야 한다는 복수의 의견에 이 고민이 고개를 끄덕인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지분 공동보유 계약을 통해 확보한 한진칼 지분은 의결권 유효지분을 기준으로 31.98%다.


조원태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지분(22.45%)에 '우군'으로 분류된 델타항공(10.00%)과 카카오(1%)의 지분까지 더하면 33.45%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한진칼은 이사 선임·해임 안건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그룹 경영권 분쟁이 확산하며 관심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올해 주총 참석률은 작년(77.18%)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즉, 주총에서의 안건 통과를 위해서 40%가량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양측 모두 최소 7∼10%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이 달린 3월 한진칼 주주총회는 이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4.11%)과 소액주주 등에게 넘어가게 됐다. 향후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주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각종 기업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주가치에 가장 도움이 되는 쪽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소액주주의 신임을 누가 더 받느냐도 '조원태 대표이사 연임'의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발원지인 우한에서 우리 교민을 이송하는 작업에 참여해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직접 전세기에 탑승한 것도 결국 외국인과 기관, 소액주주의 비중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한발 더 나아가 조 회장 측은 배당 성향 확대를 포함한 주주 친화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부사장도 이에 질세라 여러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조 전 부사장은 3자 연합군과 공동 주주제안에 나서는 등 해법 마련을 두고 주사위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KCGI 측이 지난해 내놓은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3자 연합군의 청사진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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