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중년의 아버지와 딸의 아름다운 동반 등정기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6-08-10 00:00:00

어느새 훌쩍 엄마의 키도 넘어버린 딸. 이제 딸과의 대화도 소원치 않고, 딸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기회조차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점점 아버지로서 충고하는 일만으로 만족스럽지 않자, 저자는 딸과 함께 산을 오르기로 했다.

딸과 함께 걸으면서 서로에게 속도를 맞추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저자는 결국 해발 4,200미터의 그랜드 티턴을 딸과 함께 등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등정 성공이라는 화려한 겉포장이 아닌 등반의 위험과 도전을 통해 중년의 아버지와 딸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를 재발견하게 되며, 그들만의 독특한 유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산을 오르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방법을 털어놓고, 그러면서 자연이든 딸이든 아빠든 모두가 교감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산은 정상 가까이 다가서기 전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둘이 정상까지 올라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숨어있는 것처럼. 산의 아름다움과 위험 속에서 신뢰와 존경에 기초해 형성되면서 이따금씩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와 딸의 독특한 유대관계를 엿볼 수 있다.

굳이 산에 왜 가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산은 우리의 온갖 형태의 고민을 모조리 감싸주겠다는 듯이 우뚝 서있는 종교를 초월한 사원이기 때문에. 그리고 파란 하늘, 구름을 낀 채 장엄한 모습의 표지 사진만으로도 왜 산을 올라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

아울러 등반의 역사와 최근의 경향, 등반장비, 유명한 클라이머들의 생애와 그로부터 얻어지는 교훈 등도 기술하고 있어서 등반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산을 오를 때에 필요한 구체적 방법론도 제시하고 있다.

딸의 웃음은 전쟁도 멈출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힘얻어, 더는 무릎에 앉힐 수 없게 된 딸과 대화하고 싶은 아버지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는 것은 어떨까.

제프리 노먼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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