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청년과 유대인 여성의 안타까운 사랑
인종간 반목 넘어선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최윤지
yoon@sateconomy.co.kr | 2006-08-09 00:00:00
레바논 사태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의 반목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로스엔젤레스 타임스가 보도한 유대인 여성과 무슬림 청년 사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화제다.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은 현재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튀니지 출신 무슬림 청년 피터 셔리프(23)와 프랑스 파리 북서쪽 외곽지역에 살고 있는 익명의 유대인 여대생.
셔리프와 결혼을 약속했다는 이 유대인 여성은 타임스 기자와 파리의 까페에서 만나 이야기하는 동안 줄곧 눈물을 감추지 못했으며 “내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은 상태라 신분을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 달라” 고 부탁했다.
그녀는 “프랑스의 반테러 담당 경찰이 셔리프를 이슬람 극단주의자 단체의 세포원으로 지목했지만 내가 알기로 그는 반미를 입에 올린 적도 없고 유대인을 싫어하지도 않았으며 미국 영화와 랩, 맥도널드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이들이 본격적인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은 지난 2002년. 장교를 꿈꾸던 셔리프가 군대에서 낙하 훈련을 받던 중 허리와 다리를 다쳐 조기 제대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였다.
그녀는 셔리프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그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배달원으로 일하면서도 열심히 저축하고 어머니를 돕던 셔리프는 점차 심해지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과 냉대를 견디다 못해 이슬람 사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파리두 베네투(24)를 만났다.
셔리프는 지난해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베네투를 ‘교수’라 부르며 따랐고 베네투가 이끄는 스터디 그룹에 참가하면서 급기야 2004년 5월, 친구들과 코란을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다마스쿠스에 다녀온다며 파리를 떠났다.
떠난 지 두달이 지난 후부터 연락이 두절됐던 셔리프는 11월 약혼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고 이때 추적해본 전화번호의 발신지는 이라크였다. 얼마 지나지 않은 12월, 그는 미군과 반군간 교전이 벌어지던 팔루자 지역에서 체포됐다.
법정 기록에 의하면 셔리프는 체포 당시 비무장 상태였고 부카 캠프를 거쳐 지난해 8월 아부그라이브로 옮겨졌다. 올 3월 셔리프의 변호인단은 부당한 체포라며 소송을 제기해 일단 테러 혐의는 벗었지만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혐의가 적용돼 현재 징역 15년을 받고 곧 이라크 감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셔리프의 약혼녀는 “국제적십자가 현재 약혼자는 건강한 상태라고 전해왔다”며 “셔리프가 하루빨리 프랑스로 돌아와 나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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