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PO탈락 삼성생명 … 그래도 '기대 이상'이었다!

박진호

contract75@naver.com | 2014-03-10 00:46:20

[토요경제=안산/박진호 기자]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가 9일 벌어진 우리은행 2013-14 여자프로농구 7라운드 경기에서 신한은행에게 78-61로 패했다. 16승 17패가 된 삼성생명은 4위가 확정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WKBL에 플레이오프 제도가 처음 도임된 지난 2000년 여름리그 이후 삼성생명은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 진출해 실패한 적이 없다. 전신인 동방생명 시절부터 한국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명문 구단이었던 삼성생명은 여름리그와 겨울리그, 그리고 단일리그를 거치는 동안 19번의 시즌을 치르며 항상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스무번째 도전만에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게 됐다.
사실 지난 시즌부터 삼성생명의 전력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우승권의 전력이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가 따라다녔다. 과거 삼성생명을 지탱했던 주축 선수들은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유망주들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고, 어린 선수들 역시 다른 팀에 비해 빠르게 치고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6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었다. 게다가 KB스타즈가 용병 태업이라는 어이없는 사태에 직면했고, 시즌 중 갑작스런 감독 사임의 위기를 겪으며 어느 정도의 반사이익도 봤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앰버 해리스가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삼성생명의 성적을 견인했다. 시즌 초 최하위까지 주저앉았던 삼성생명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3위까지 뛰어올랐고, 플레이오프에서 KB스타즈와 숙적 신한은행까지 연파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비록 우리은행에게 3전 전패로 주저앉으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 시즌 삼성생명이 거둔 성적은 삼성생명이 갖고 있던 전력을 볼 때 분명 120%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러나 올 시즌의 삼성생명은 더욱 상황이 좋지 못했다. 맏언니였던 박정은이 은퇴 후 코치로 자리를 바꾼 뒤, 팀에 해결사가 없다는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시즌 초와 도중의 트레이드로 선수 수혈도 있었지만, 채 1라운드도 마치기 전에 1라운드에 선발한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하며 교체를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득점을 해줄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36세의 노장 이미선이 경기당 35분 가까이를 뛰며 팀을 이끌었다. 다행히 대체용병으로 투입된 샤데 휴스턴이 팀에 활력을 넣으며 팀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삼성생명은 시즌 중반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7연승 행진까지 이어가며 막판 순위 싸움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시즌과 달랐다. 지난 시즌과 달리 플레이오프 티켓이 한 장 줄어든 상황에서 모니크 커리라는 걸출한 용병이 버티고 있던 KB스타즈 역시 고비 때마다 삼성생명에게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앞서나갔다.
치열한 순위싸움이 이어진 마지막 7라운드에서 삼성생명은 결국 KDB생명에게 발목이 잡혔다. 가장 많은 활약을 펼치던 이미선과 샤데, 그리고 배혜윤 등의 체력적 소모가 치명적일만큼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KB스타즈는 곁을 주지 않고 연승을 이어갔고, 7연승이 끊어진 삼성생명은 9일,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초반부터 무너지며 결국 플레이오프의 꿈을 접어야 했다.
플레이오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게 됐고, 4강이었던 체제가 3강으로 바뀌면서 첫 번째 희생자가 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지만 삼성생명의 올 시즌 역시 기존의 전력을 감안할 때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음은 분명하다.
또한,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지막 라운드까지 포기하지 않는 순위 싸움을 펼치며 막판까지 긴장감 넘치는 경쟁을 이어간 것도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지키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은 9일, 신한은행과의 경기가 끝난 후, 남은 두 경기에서도 프로답게 최선을 다하며 정상적인 경기 운영으로 시즌을 치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시즌 전 우려에 비해 훨씬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 한 삼성생명은 그러나 팀의 화려한 역사를 이끌어 준 베테랑들이 은퇴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상황임에도 어린 유망주들이 다른 팀에 비해 확실하게 앞서고 있지 못하다는 점과 팀의 주축이 되어야 할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기대만큼 성장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한 고민을 안고 가게 될 것 보인다.
사진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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