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서민상대 사기분양?

한국토지신탁, 서산 코아루아파트 상가 분양권 논쟁

황지혜

gryffind44@hotmail.com | 2007-02-26 00:00:00

한국토지신탁은 토지의 소유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대신 건축, 매각, 분양 등의 업무를 대행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부동산 전문 공기업이다.

토지신탁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누구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투자파트너가 되겠다는 포부와 달리 최근 이들을 믿고 분양을 받았다 낭패를 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린 공기업에 사기당했다." 충남 서산 동문동 코아루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분양받은 분양자들이 최근 한국토시신탁 서울 본사를 방문해 항의했다. 이들은 지난 2005년 부동산 전문 공기업인 한국토지신탁을 믿고 상가를 분양 받았다가 입주는 물론 이전 등기 및 명도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과 계약한 회사가 토지신탁에 계약금을 제외하고 중도금과 잔금을 지불하지 않자, 신탁측에서 이들의 입주를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분양자 대표 정미향씨는 "계약을 맺고 잔금을 치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한국토지신탁에 문의를 했으며 이때 신탁측에서 책임 준공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면서

"그때는 공기업인 자신들을 믿으라며 분양자를 안심시키더니 지금 와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서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분개했다.

한국토지신탁 신탁사업1팀 관계자는 "책임준공이라는 것은 건축물 완성까지만 책임지는 것이지 분양과 별개의 문제"라면서 "건축 완공과 관련해 나온 말인데 분양자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뒤 정황을 뚝 잘라 (입주자)들이 그렇게 말하니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우리 쪽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한국토지신탁은 서산 동문동에 코아루 아파트를 건축하면서 자신들은 시행사로, 씨엔에스는 위탁자로 계약을 맺었다.

반면 단지내 상가 점포 20개 전부를 씨엔에스에 23여억원에 매도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분양하는 분양 사무실에서 상가 분양이 같이 이뤄져 분양자들 대부분이 상가 분양도 토지신탁이 맡은 것은 줄 알았던 것이다.

또 제대로 분양업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이들은 씨엔에스가 분양권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약을 했다. 토지신탁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뉘앙스 차이로 오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분양자들이 씨엔에스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씨엔에스에 있다"면서

"씨엔에스 쪽에 잔금을 입금을 요구하며 일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고 있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이라 아직 해결된 것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분양자들은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파트와 상가를 동시에 분양받은 한 분양자는 분양 안내 절차를 받으면서 분양사가 다른 것을 알고 걱정을 했다. 그러자 담당자로부터 "씨엔에스에 계약하고 대금을 내도 권리를 행사하는 데 지장이 없고, 한국토지신탁에서 책임을 지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

잔금까지 납부하면 10%를 할인해 준다는 제안에 2005년 5월 17일 상가 분양권 계약을 했다. 그러나 토지신탁과 씨엔에스가 상가 통매도 계약을 한 것은 6월 27일이다. 분양자 공동대표 최현열씨는 "두 회사가 어떤 절차로 계약을 맺었기에 계약 전에 상가 분양 희망자에게 씨엔에스 명의로 분양을 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토지신탁측은 "상가 통매도 계약일과 부양 희망자의 계약일 차이가 나는 부분을 우리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 조사 중이고, 계약 전부터 분양을 시작했다면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으로서 사업에 신중을 기해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토지신탁 관계자는 "부동산 사업의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 수익과 관계없이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도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위탁사와 계약 전 법률적 증빙은 하고 있지만 신원조회 같은 업체에 대한 조사 작업을 전혀 할 수 없으며,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정확한 조사도 없는 업체와 계약을 한 후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을 서민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토지신탁을 믿고 분양을 받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노원구 상계동 토마토 파르코 오피스텔에 입주한 한 주민은 11월 건물주인 한국토지신탁으로부터 법원을 통해 소장을 받았다. 토지신탁이 분양을 위임한 곳이 아닌 다른 곳과 엉뚱하게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토지신탁으로부터 "엉뚱한 곳과 계약을 했으니 어서 집을 비우고, 계약서에 나온 월세 보다 더 많은 50만원을 다달이 계산해 내라"는 요구사항을 전달 받았다.

그는 "어떻게 건물주(한국토지신탁)와 관계없는 곳과 계약을 했는데도 관리 사무실에서 집 열쇠를 인도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실수는 인정하지만 자신들이 보증금과 월세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돈 없는 개개인에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분양업체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서민들의 과실도 크지만 분양업체에 대한 정보를 알알리지도, 관리하지도 못한 토지신탁의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공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소명마저 결여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해말 서산 동문동 코아루아파트에 입주한 전영선 씨는 입주 직전 심정을 토로했다.
"처음으로 장만하는 집이라 부푼 꿈과 희망으로 입주를 기다리다 지난해 10월 사전점검을 다녀온 후 분노와 좌절감만이 가득했다. 공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코아루 아파트를 신청하게 됐데 분양 당시 약속된 지하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지 않고, 아파트 자재 또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전 씨에 따르면 80% 가까이 준공된 당시 아파트 현장은 소방차 집입로가 몇몇 세대에는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고, 친환경 담장으로 심은 사철나무는 듬성듬성 심어져 담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미 죽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전 씨는 "입주민의 기본적인 안전조차 보장하지 않은 것은 입주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겠느냐"며 속상해 했다. 현재 코아루 상가 분양건 분양자 대표 측과 여러 차례 만남이 이뤄지고 있으나 뚜렷하게 해결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미향씨는 "당분간 기다리기로 했으나 합의사항이 없다"면서 "계속해서 해결책이 아닌 변명으로 일관할 경우 법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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