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허락 ‘보험가입 개인정보 동의’...“고객결정권 침해”우려

미동의란 없는 현 개인정보 동의제도 정당성 의문 제기
선택사항 VS 소비자 신중..“이용자 중심 가입문화 선행돼야”

문혜원

maya@sateconomy.co.kr | 2019-10-23 17:32:13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 지인을 통해 보험가입 권유를 받았습니다. 개인정보동의를 하려고 보니 과거의료진료내역정보부터 개인계좌내역까지 열람 동의하도록 돼 있더군요. 이것 모두 동의해야 하나요?


# 고객님 000보험사입니다. 이번 할인쿠폰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저희 보험사에 고객님들을 위한 새로운 보험 상품이 나왔는데요..가입 권유해 드려요


위 사례처럼 보험가입시 보험계약자가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개인정보 동의를 할 시 반드시 체크해도 되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리송한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 또한 나도 모르는 이벤트에 가입했다며 상품가입 권유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 개인정보동의제도에 대한 고객결정권에 대한 정당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보험가입시나 보험금청구시 보험계약자들에게 개인정보동의를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상품가입시에나 보험금을 지급할시에나 반드시 동의를 해야만 넘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적합한 보험 상품을 파악하기 위해 상담과정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직접 묻고 있으며, 구체적인 보험 상품 내용과 보험료 산정을 위해 상담과정에서 알게 된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보험가입설계서를 발행하고 있다.


보험사는 특히 보험금 지급사유와 관련돼서는 현장조사가 필요한 경우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에게 동의를 요청하기도 한다. 보험 상품의 경우 가입 전, 필수동의와 선택 동의로 나뉘어지는데, 이는 모두 고객결정권에 맡겨진다.


필수동의는 고객이 드는 보험 상품에 대한 중요사항에 대한 체크기재이고, 선택 동의는 이른바 마케팅(이벤트)에 참여한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이후 고객이 체크한 모든 정보관리는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맡게끔 되어 있다.


하지만 소비자사이에서 “나도 기억 안나는 보험가입 동의 때문에 홍보성 전화영업을 받는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으로 현 보험가입 동의여부에 대한 현장 감찰과 개인정보 사후관리를 감독당국에서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업계에서는 보통 고객들을 위해 가입 전 충분히 인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필수동의와 선택 동의로 나누고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으면 동의를 안해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통 인터넷보험 가입시에나 전화로 가입시에 오는 오해가 종종 발생되고 있다”면서 “현재 금감원의 엄격한 개인정보동의활용법에 따라 보험사들도 고객이 동의할 시에 분쟁이 발생되지 않도록 충분히 인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사실상 개인정보체크란에는 미동의란 없이 무조건 암묵적인 동의하에 체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마케팅 의도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소비자 결정에 맡겨 있는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이 대충 많은 양의 약관내용을 읽고 무심코 체크하는 경우를 악용해 무조건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고객자기결정권이 없는 현 동의제도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소비자들을 위해 중요사항에 대한 식별기능을 추가시켜 동의제도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률학과 교수는 “그동안 기업문화 위주의 가입선택사항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이용자 중심의 친화적 가입문화로 새로 계도돼야 한다”면서 “고객 또한 정보동의에 사인을 할 때 책임의식을 가지고 신중한 결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영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인터넷발달로 인한 개인정보동의제도가 필수사항이 됐다”면서 “그러나 현재 개인정보동의제도는 마케팅을 의도하는 기업들 위주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그러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다른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필수동의사항에 대해서는 옵트-아웃(opt-out)방식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전제하되 동의를 원하는 않는 경우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는 부분도 기재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내실화 방안’을 통해 정보활용 동의서 양식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새로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정보활용 동의서 등급제가 도입될 예정이었다.


기존 정보활용 동의서의 ‘필수’와 ‘선택’으로만 나뉘어 동의여부를 등급제를 시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적정-비교적 적정-신중-매우 신중’ 등 4등급으로 색깔별로 구분돼 한 눈에 소비자가 동의해야 할 정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현재 계류된 상태에 놓여져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데이터법 정책팀 관계자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신용정보법에 대한 논의를 국회와 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하위규정 개정 등으로 추진이 가능한 과제는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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