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석유公, 경영실적 D등급 '꼴찌'
간판 공기업? '도덕적 해이, 방만경영' 차고 넘쳐
정수현
su_best@hanmail.net | 2012-06-29 15:46:54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 중 간판 공기업인 석유공사와 석탄공사가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공기업 27개 중 두 기관이 등급별 평가에서 최하위인 ‘미흡’(50∼60점) D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E등급이 최하지만 공기업 등급별 평가에서 E등급을 받은 기관은 없기 때문에 석탄공사와 석유공사가 꼴지를 한 셈이다.
두 기관이 D등급을 받은 이유는 ‘도덕적 해이’와 ‘방만경영’인 것으로 드러났다. 석탄공사는 정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위배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정부는 인건비 인상률의 가이드라인을 5.5%로 정했으나 석탄공사가 인건비 인상률을 10%로 인상해 정부지침을 준수하지 않았다. 4.5%나 위배 인상한 것이다.
석유공사도 주요 사업파트에서 벌인 해외사업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하위등급을 받은 석유공사는 영국의 자원기업 ‘다나’ 인수 후 법인세 비용부담을 계산하지 못해 재무적 성과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해외자원사업에서는 매장량 확보가 전년 보다 악화된 것이 주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번 평가를 두고 특히 석유공사는 D등급 판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가 해외 자원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지난 2008년부터 중국ㆍ인도 등의 자원 확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석유공사의 대형화 전략을 수립하는 등 해외로 밀어붙혔기 때문이다.
이번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문제가 된 영국 다나사에 대한 영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법인세 인상건만 해도 일개 공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안이었음에도 정부는 석유공사의 항변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석유공사 대형화라는 정부정책에 적극 부응해 대형 M&A를 추진한 결과가 이런 식으로 돌아온다는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연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번 평가는 방만경영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진행했다”며 “E등급을 받은 기관장은 해임조치하고 D등급 기관은 원칙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1984년도에 최초로 실시되 올해로 29년째를 맞았다. 평가제도는 공공기관의 전년도 경영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임원 인사와 직원 성과급 등고 연계함으로써 공공기관의 공공성·효율성제고와 책임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평가는 ‘부채관리 노력’과 ‘글로벌 경쟁력’에 관한 평가에 중점을 뒀다.
석탄공사 임금 2배 인상..정부 기준 무시?
'만년적자'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임금 수준은 '신의 직장'과 거리가 멀었던 석탄공사가 올해 임직원 임금을 인상했으나 정부의 인건비 인상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임직원의 인상을 2배 가까이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27일 석탄공사는 이사회를 열고 임직원 임금을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직원연봉규정 및 직원임금규정 개정안, 임원보수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시 석탄공사는 올해 사장 기본연봉을 5.366% 인상했다고 전했다. 단, 최근 석탄공사 사장 기본급을 2005년 7827만원에서 2006년 8590만원으로 인상된 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8760만원으로 동결한 것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정한대로 연봉이 인상되더라도 한전, 가스공사 등 기본급이 1억원을 상회하는 다른 공기업에 비해 여전히 적은 연봉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감사는 인상된 기관장 기본연봉의 80% 수준으로 인상되며, 본부장의 기본연봉은 5.366% 올렸다.
이사회측 석탄공사 관계자는 “올해 일반직의 기초급은 6%, 기능직의 기본급은 6.4% 각각 인상키로 합의했고 당초 노조측에서는 8%이상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상폭을 낮췄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임금을 올리지만 다른 공기업에 비해 적기 때문에 직원들이 별로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고 말해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경영평가에서 이 같은 임금인상 폭이 정부의 가이드 라인을 무시한 것은 물론 임직원 월급이 2배 이상 인상된 것이 드러나자 석탄공사측의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인상폭을 낮췄다”는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까지도 정부 산하 공기업들의 성과급 잔치와 고액 연봉에 대해 국민들이 강력한 반감을 표출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탄공사의 임금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도 가이드라인보다 더 높은 비율로 임금을 인상한 전력이 있는 석탄공사를 두고 최종원 경영평가단장은 자료 발표 후 브리핑을 통해 "석탄공사가 정부의 인건비 인상 가이드라인 5.5% 준수했다면 기관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갔을 것"이라며 "석탄공사가 인건비 기준을 어김에 따라 해당 항목에서 0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메이저기업 꿈꿨는데...법인세 계산 못해 분통
해외 광구 지분 확보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등 2019년 세계 40위권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혁신경영으로 관심을 모았던 석유공사도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석유공사는 2010년 영국의 다나(Dana Petroleum plc)사를 통해 미국 헤스가 북해 해상에 보유하고 있는 비턴 유전 지분 28.3%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에 성공하면서 공사는 지난해 2억40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국가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은 2009년 9%에서 1% 정도 상승, 사상 최초로 두 자리 수로 진입하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러나 1년 후 영국정부가 갑자기 에너지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인상(50%→62%)하면서 석유공사는 사업에서 손실이 늘었다. 그 결과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석유공사 전 직원의 성과급이 잘려나갔다. “우리 공사는 대형화를 통한 국가 원유가스 자주 개발률 향상과 글로벌 석유기업으로서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은 15일 불명예퇴진했다.
평가단측 총괄간사인 김완희 가천대 교수는 “석유공사의 경우 지난해 M&A를 한 회사 중 하나의 법인세가(영국) 11%정도 올라간 점이 기업에 큰 영향을 줬다”며, “또한 주요 사업파트와 관련, 해외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런 것들이 상당히 악화됐다”면서 D등급을 받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석유공사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기간의 성과에 조급증을 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2~3년 안에 수익을 가져오라며 공기업들을 닦달하고 있다는 것.
경제 전문가들도 “대규모의 자본력을 요구하는 해외 자원개발은 애초부터 국내 공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며 "단기간에 실적을 요구하는 정부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려던 공기업들의 욕심이 맞물려 정권 말에 부작용이 속속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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