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국민석유회사’ 만든다…싼 기름 공급
정유 4사 독과점 지각변동 예고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6-22 16:04:59
유럽경제 위기와 중국의 경착륙 우려, 이란 문제의 진전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기름 값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유가 안정화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현재 기름 값이 부적합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해 시중보다 저렴한 기름을 공급하기로 했다.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프레이저 스위츠 호텔에서 1차 준비위원회 결성식을 개최했다. 국민석유회사는 현재 정유시장을 정유 4사의 독과점 폭리구조로 규정하고 소비자가 뭉쳐 석유회사를 설립한 후 현재보다 20% 싼 석유를 공급한다는 개념이다.
◇ 국민석유회사 설립 1차 준비위원회 결성식 개최
1차 준비위는 이달까지 10개 지역 준비위원회를 순차적으로 결성한 후 10월에는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준비위원 1000명, 추진위원 10만명, 약정참여 100만명이 목표다. 또 인터넷에서 1인1주(1만원)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홈페이지(www. n-oil.co.kr)를 개설한지 불과 보름만에 50억원을 돌파했다고 준비위는 전했다. 약정 목표액은 500억원이다.
1차 준비위는 1000명의 준비위원, 10만명의 추진위원, 100만명의 약정참여를 목표로 뛰고 있으며, 각 지역 조직 결성을 8월말까지 끝내고 회사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1차 준비위에는 이윤구 전 적십자 총재, 전득주 녹산학술재단 이사장, 정동익 4월혁명회 상임의장, 김재실 전 산은캐피탈 회장, 윤종웅 전 하이트맥주 CEO, 이팔호 전 경찰청장, 임진택(창작 판소리), 조세현(사진작가),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고문, 이부영 한국교육복지포럼 상임대표, 이주헌 전 새누리당 의원, 안경률 새누리당 전 사무총장, 이인영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설훈 통합민주당 의원, 민병두 통합민주당 의원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여했다.
이태복 준비위 상임대표(전 보건복지부장관)는 “준비위 산하에 경영위원회와 기술위원회를 둬 경영전략과 원칙, 향후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석유와 대체에너지, 환경문제 등에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기구들은 기존 정유사들의 방해를 우려하여 비공개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상임대표는 “차량소유자가 1600만명이 넘기 때문에 차량 소유자들이 1인1주(1만원) 갖기 운동에 동참만 해주신다면 초기 설립자금 1000억원은 충분하다”면서 “설립허가 이전까지는 인터넷 약정만을 받아 참여의 폭을 넓히고, 현재 부담도 줄였다”고 덧붙였다.
◇ 자영주유소연합 ‘유가정보 공시제도’ 도입 촉구
한편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회장 정원철, 경북 경주시 하이웨이주유소)는 “최근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유가는 여전히 비대칭성을 보이고 있어 정유사들의 원가공개 및 1일 유가정보 공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는 물가안정과 유가의 거품을 빼는데 꼭 필요하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정유사로부터 유류를 공급받고 있는 주유소들의 경우 1주일 기준 금요일 1회 또는 한 달 중 월말에 2~3일 정도 유가를 인하해 공급받고 있는 실정으로 그 외 기간에는 유류출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도 유가를 높게 책정해 실제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는 유가가 정유사 평균 공급가로 반영되고 있어 알뜰주유소의 구입가격도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유가에 대한 원가를 공개하는 특례법을 만들어서라도 국내 정유 4사의 정확한 원가공개와 함께 매일 정유사들이 주유소로 공급하는 유가에 대해 ‘1일 유가정보 공시제도’를 도입해야 유가에 대한 의문이 풀릴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유가인하를 위해 알뜰주유소를 확대 운영코자 할인폭이 기존의 2배 수준인 신용카드 및 유류전용카드를 출시하는 등 수입관세 인하조치를 통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 소비자가 저렴하게 석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휘발유ㆍ경유에 대한 1주일 후 가격 예측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보다 원가공개가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합회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물가관리 실명제’ 발언 이후 정부는 농산물을 비롯한 주요 생필품에 대해 정부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하게 하는 ‘물가안정책임제’ 실시로 석유 국장 등 품목마다 책임자를 정해놓고 물가를 관리하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정책을 펼쳐 좋은 성과를 거둔 경우를 예로 들었다.
◇ “6월말 삼성토탈 휘발유 공급”…1차 3만5000배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6월말부터 삼성토탈이 국내휘발유 시장의 제5공급자로 참여해 1차분 3만5000배럴을 우선 공급하고 향후 추가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제품의 공급선을 다변화 하기 위한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달 1일부터 전자상거래용 수입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할당관세가 적용되고, 리터당 16원의 석유수입 부과금이 환급된다.
박 장관은 “석유제품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이 지난 4월19일 발표된 후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알뜰주유소는 4월20일 449개에서 6월14일 554개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간중 서울지역에서 늘어난 알뜰주유소는 3개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 4월 전량구매계약 강요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주유소 혼합판매에 대한 거래기준을 마련했다. 혼합 판매 활성화를 위해서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주유소 설문조사결과 약 70%가 전량구매계약의 변경을 의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정유사, 주유소협회와 협상을 통해 계약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중 민관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계약변경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혼합판매를 홍보하고 다음달에는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가뭄 현황과 대응방안 △석유산업 경쟁 촉진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 △FTA 관련 화장품 가격 동향과 대책 등이 논의됐다.
◇ 국내 기름값 2000원 시대 끝?
3개월 만에 국내 휘발유값이 ℓ당 1900원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기름 값의 안정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4일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판매가격은 전날(3일)의 ℓ당 2000.72원에서 1.10원 하락한 1999.62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27일 1999.55원에서 2001.07원으로 상승한 이후 97일 만에 처음으로 2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국내 기름 값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이란 제재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기름 값도 안정선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 4~5월 배럴당 120달러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1일 배럴당 98.43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30일 배럴당 104.89달러를 기록한 이후 5개월여 만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름 값에 영향을 미치는 싱가포르 국제 현물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도 두바이유와 동반 하락, 배럴당 휘발유가 전날 대비 1.65달러 내린 113.79달러로, 경유는 2.35달러 하락한 119.40달러로 마감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과 미국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및 국내정유사 공급가격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당분간 국내주유소의 소비자 판매가격도 현재의 내림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와 정유 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25일 EU 외무장관회의에 따라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제 유가의 하락세는 유럽경제위기와 중국의 경기 경착륙 우려 등으로 수요가 떨어지고 있으며 이란 문제의 진전 가능성 등으로 공급 악재도 영향을 끼치면서 국제 유가를 하락시킨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내 유가는 당분간 1900원대를 유지하고, 국제유가 하락분이 반영되는 이달 3번째 주까지는 40~50원의 추가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EU 제재로 이란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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