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선비답게 산다는 것

책과 문장에 흠뻑 취한 선비들을 만난다

이호영

eesoar@dreamwiz.com | 2007-02-19 00:00:00

안대회 교수의 담백한 글 솜씨가 폭과 깊이가 방대한 조선시대 선비들의 사유 세계로 안내한다. 사는 게 팍팍해질수록, 그래서 정신 세계보다 물질이 강조될수록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과 꼬장꼬장한 고집을 꺾지 않았던 선비들의 여유가 그리워진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사고의 유연함이 강조되고 가치 있는 지식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일, 지식 인프라가 중요한 시대에서 일평생 글을 읽고 쓰며 생각하고 보냈던 이들의 평생의 노하우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조선 시대의 '글과 그림, 책'이라는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그 사이사이 길목에서 독자들을 반기는 것은 '선비다운 삶을 살았던' 유학자들이다.

34세로 요절하기까지 13년간 하루도 일기를 거르지 않은 유만주, 절식을 실천한 성호 이익, 골동품 수집에 몰두한 김광수, 책을 좋아했던 만권 장서가 이하곤 등 그동안 흔히 접한 선비의 모습과 다른 면면을 둘러보는 책이다. 지은이가 부지런히 읽고 모아둔 옛글들에서 옛 선비들을 만난다. 선비들의 생활 철학을 살펴본 1부, 각종 서화를 소장하고 예술가를 키웠던 선비들의 취미를 훑는 2부, 편지와 시를 통해 옛 문인들을 만나는 3부, 도서와 공부법을 선비들의 삶에서 깨우치는 4부를 통해 선비 정신과 삶에 관한 태도를 익혀본다. 읽다 보면 어느새 멘토로서 다가온 유학자들의 삶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책을 좋아해 쌀 한 톨 장만하지 않는 자신을 '좀벌레'라고 칭했던 성호 이익의 정신에도, 토란국과 보리밥을 먹는 삶이 넉넉하다고 말하던 옛 선비들의 삶을 향한 여유와 깨달음이 가득 묻어 있는 이 책은 지은이가 그 풍류를 널리 알리고 싶어 썼다고 한다.

이규보의 '나에게 부치는 편지' 등에서 벼루를 웅덩이에 비유하며 대화하는 소박한 일상과 기지 넘치는 문장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향을 사르고 차를 품평하는 취미나 서화와 골동품을 감상하는 고상한 일'을 '마음을 기울이기에는 천박한 짓'이라고 풀이한 선비들만의 '정진의 세계'도 접해본다.

4부에서는 선비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조선시대의 베스트셀러도 모아놨다.
지은이가 부지런히 읽고 묶어낸 옛글들은 다양한 주제로 옛사람들을 생생히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유의 시간을 되찾게 될 것이다.
안대회 지음, 푸른역사,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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