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데이”…데이 아닌 날 없다

매월 14일 등 국적불명 데이 우후죽순 생겨. 매출상승…기업들, 너도나도 데이마케팅 펼쳐

장해리

healee81@naver.com | 2007-02-16 00:00:00

발렌타인데이(2월 14일)처럼 특정한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이(day)’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기업들의 과도한 ‘데이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특정 데이는 국적불명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기업들이 교묘한 상술로 매출을 올리는 상업적 이벤트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데이마케팅에 이용되는 ‘△△데이’는 연간 50여일에 이른다.

1월 14일 다이어리데이를 시작으로 2월 14일은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 고백하며 초콜릿을 주는 발렌타인데이, 3월 14일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화이트데이, 4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싱글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가 있으며 이중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로즈데이(5월 14일), 키스데이(6월 14일), 실버데이(7월 14일), 뮤직데이(8월 14일), 포토데이(9월 14일), 와인데이(10월 14일), 무비데이(11월 14일), 머니데이(12월 14일)들이 생겨나 매달 14일은 특정한 데이로 자리 잡게 됐다.

이 밖에 빼빼로데이(11월 11일), 삼겹살데이(3월 3일), 오이데이(5월 2일) 등이 생겨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공략하고 있다.

초콜릿 등 각 데이와 관련된 상품들의 소비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특정 데이와 관련한 정보를 온, 오프라인을 통해 마구잡이로 데이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할인마트 진열대에 수십 종류의 관련 상품이 진열되는 것은 기본이고, 제과업체가 아닌 일반업체의 상점에서도 데이 특수를 보기위해 일시적으로 초콜릿 등의 제품을 판매한다.

이 같이 앞다투어 데이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는 매출 상승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연인들이 초콜릿을 주고받는 발렌타인데이가 있는 2월 경우 연간 초콜릿 판매량의 1/3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

빼빼로데이의 경우 전체 초코과자 매출의 절반 이상인 500억원 정도가 11월 11일을 전후한 2~3개월 동안 이뤄진다.

제과업계에 따르면 계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빼빼로를 확보하기 위해 상인들 사이에서 사재기 경쟁이 일어날 정도라고 한다.

빼빼로는 빼빼로데이가 소비자에게 차츰 인식됨에 따라 매년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지난 2005년은 매출이 전년대비 30%나 오르기도 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빼빼로의 경우 평소에 매달 25억원어치가 팔리지만 11월 쯤에는 월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선다”며 “제과업계 단일품목 가운데 월매출 100억원을 넘는 제품은 자일리톨껌에 이어 두 번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은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부실하거나 포장만 요란한 경우가 다반사다.

할인 마트에서 500원 짜리 빼빼로 한 통과 초콜릿에 불필요한 인형까지 끼어 넣은 바구니 세트가 1~2만원 이상 가격으로 판매되며, 백화점에서는 바구니 안에 인형, 과자, 초콜릿 등을 끼어 넣고 포장만 고급스럽게 한 선물세트를 6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각종 데이 기획전을 열어 빼빼로와 장미꽃, 귀걸이 등을 꽃바구니 선물세트로 묶어 3만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초코과자와 그 외의 상품을 선물세트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선물 가격은 날이 갈수록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높은 가격으로 치솟고 있으며 최근 발렌타인데이 선물로 60만원이 훌쩍 넘는 1박2일 유명 호텔 패키지상품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백화점의 선물세트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미끼상품을 부문별하게 끼어 넣어 가격만 높게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철 장사이기 때문에 특정한 데이날 재고상품을 함께 끼어 넣어 처분하려다보니 가격이 일정부분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며 “하지만 원가와 포장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마진이 50%도 남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이렇게 데이마케팅을 통해 짭짤한 수입을 거두는 경우가 늘어나자, 제과업체 이외의 기업들도 각종 데이를 지정해 기념일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텔레콤의 레인보이데이(매월 10, 11, 16, 17, 18일 중 자신의 휴대폰 번호에 해당하는 날 할인혜택)를 선정해 에뛰드나 이니스프리 같은 화장품업체와 함께 데이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기업들은 “일단 입소문을 타면 폭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에게 인식되기 쉬운 날은 여러 기업들의 특정 데이가 겹치기도 한다.

3월 3일 경우 한 지방 농협이 정한 ‘삼겹살데이’이자, 대한화장품공업협회가 선정한 ‘화장품의 날’이다. 또한 삼성생명은 이날을 ‘아내의 날’ 정했으며 LG카드는 ‘LG카드 땡스기빙데이(Thanksgiving day)'로 선정, 무려 4개의 데이가 겹쳐있다.

한 소비자는 “너무 많은 데이가 생기면서 여러 광고를 통해 마치 이 날을 모르면 유행에 둔감한 사람이란 인식을 심어준다”며 “억지스럽고 식상한 상술 때문에 일일이 챙기기도 피곤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이벤트성 데이가 과연 본인에게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 짚어 보고 선별해서 소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남녀간의 사랑을 고백하고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며 등의 순수한 의미를 가졌던 이벤트가 기업들의 얄팍한 상술로 인해 얼룩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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