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창이다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결산
4년 뒤 평창 … 대한민국, 이상없나?
박상우
sijflower@naver.com | 2014-02-28 10:55:55
역대 최대 규모의 동계 올림픽, ‘강국 러시아’ 과시 성공
안현수 … 올림픽 2회 3관왕, 소치 최고의 스타
‘역대 최고의 성적’ 러시아 … 500억 달러, 귀화, 그리고 텃세
대한민국 올림픽 영웅의 마지막 무대 … 김연아, 이규혁
또다시 드러난 한국 스포츠 외교의 현주소
우리시간으로 지난 8일부터 17일 동안 진행됐던 제22회 소치 동계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대 최다인 88개국이 참가했으며 2,8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해 98개의 종목의 경기가 펼쳐진 이번 대회에서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과거 소련 시절의 영광 재현에 나섰던 개최국 러시아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9개를 차지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에게는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이번 대회에 가장 빛난 별은 러시아에 3개의 금메달을 안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안)였다.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러시아에 쇼트트랙 첫 메달을 선물했던 안현수는 이어 1000m와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5000m 계주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하며 러시아를 금메달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만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한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이어 두 번의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고, 총 8개의 메달로 미국의 안톤 오노와 함께 쇼트트랙 올림픽 최다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그 중 6개의 금메달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압도적인 성과다. 특히 안현수는 전 종목 금메달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이미 러시아에서는 안현수에게 ‘국민영웅’의 대접에 주저함이 없다. 그가 메달을 획득할 때마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축전을 보내며 기쁨을 전한데 이어 5억 원의 포상금과 아파트 등 현실적인 보상으로 안현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안현수는 미국 NBC 방송에서 선정한 이번 올림픽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러시아, ‘어쨌든’ 다 이루었다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을 개최하며 동계 올림픽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확립하고, 세계 속에 슈퍼파워를 갖고 있던 시절의 강력함을 세계만방에 과시하고자 했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부터 스포츠 강국이었다. 이는 동계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56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로 1위를 차지한 이후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까지 한 번도 종합 순위 2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그러나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부터 흔들린 러시아는 급기야 지난 벤쿠버에서는 금메달 3개에 그치며 톱 10 진입에도 실패했다. 자존심이 상한 러시아는 4년 만에 안방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1위 자리에 복귀했다. 그 중심에는 적극적인 선수 귀화가 있었다.
쇼트트랙에서 우리나라의 안현수를 귀화시킨 데 이어 스노보드의 빅 와일드를 미국에서 귀화시켰다. 빅 와일드는 지난 2011년, 러시아의 스노보드 선수인 알레나 자바르지나와 결혼하며 러시아 국적을 선택했다.
우크라이나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타티아나 볼로소자도 러시아 남성과 결혼한 후 러시아로 귀화를 했다. 이 3명의 귀화선수가 합작한 금메달은 러시가 획득한 금메달 13개의 절반이 넘는 7개다.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안현수를 비롯해 빅 와일드는 알파인 스노보드 평행 회전과 평행 대회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이 됐고, 타티아나 불로소자는 막심 트란코프와 짝을 이뤄 출전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번 올림픽에서 신설된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역시 2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홈 텃세 판정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심판의 재량에 의해 결과가 완전하게 바뀌는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홈 텃세 판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엄청난 점수 인플레이션이 이어졌고 러시아는 여자 피겨 단체전과 싱글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여자 싱글은 세계 피겨 전문가들 중 러시아와 ISU에서만 ‘공정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아디오스 김연아
피겨 여왕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았던 김연아가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러나 결과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연아는 메달 색깔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논란의 판정속에 김연아는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깜짝 스타로 떠오르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전 세계가 비난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올림픽 때마다 판정 논란에 울어야 했다. 동계 올림픽만 해도 쇼트트랙에서 김동성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개최국 미국의 횡포에 금메달을 도둑맞았고, 여자 대표팀은 지난 대회에서 어이없는 판정 속에 계주 금메달을 빼앗겼다. 하계 올림픽에서도 체조의 양태영이 억울한 판정에 금메달을 놓쳤고,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는 펜싱의 신아람이 멈춰버린 런던의 1초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피겨 여왕 김연아였다.
일단 내용과 결과는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와 선수는 억울하고, 이러한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변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력은 여전히 절망스럽다. 하지만 분명 이전과 다른 부분도 있다. 이는 러시아의 횡포에 대한 반감과 피겨에서 차지하고 있던 김연아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함께 어우러진 효과다.
대한민국 체육계와 대한빙상연맹이 국제빙상연맹(ISU)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는 사이 김연아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국내외 언론들이었다.
러시아는 물론 ISU와 IOC는 이에 대해 강력히 맞대응 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언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소트니코바는 금메달 획득 후 갈라쇼에서 우스꽝스럽고 조악한 연기를 펼쳐 스스로 금메달 리스트로서의 자격에 대한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한편, 이번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100년 역사상 여자 싱글부문 최초로 올 포디움(All Podium)을 달성했다. 올 포디움은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내 입상해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성인 무대인 시니어 진출 이후의 성적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김연아는 노비스·주니어·시니어 대회를 통틀어 올 포디움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 기록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편, 그동안 여자 피겨 싱글에서 김연아 하나 만을 바라보고 있었던 우리나라로서는 다음 평창 대회를 앞두고 ‘제2의 김연아 발굴’이라는 힘겨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규혁 … 메달 없이도 빛난 영웅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18위, 1000m 21위. 메달권과는 한참 멀어진 성적이었지만 36살의 노장의 마지막 무대에는 기립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15살이었던 199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21년간 국가대표로 한국 빙상을 이끌어왔고, 세계 최고의 빙속 스프린터로 각광을 받았지만 유독 올림픽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기록하는 10개의 메달보다 올림픽에서 획득하는 1개의 메달이 더 가치를 인정받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불운은 이규혁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그러나 4년 동안 시차조차 밴쿠버에 맞춰서 생활을 하고 준비를 했음에도 지난 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곱씹었던 노장 이규혁은 결국 올림픽 메달과는 끝내 인연을 맺지 못하고 빙판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올림픽 성적을 떠나 대한민국을 빙속 강국으로 이끌어 낸 중심에서 꿋꿋한 주춧돌 역할을 해 낸 ‘살아있는 전설’ 이규혁 역시 메달로 평가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편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이후 이번 동계올림픽 까지 총 6번이나 올림픽에 연속으로 참가한 이규혁은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단의 기수로 활약했다.
4년 뒤, 대표팀을 이끌 희망은 누구?
한국 모굴스키의 희망으로 불리는 최재우가 이번 동계올림픽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 서 12위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결선 라운드에 진출했다. 스켈레톤에 입문한지 17개월 밖에 안된 윤성빈은 스켈레톤 남자 1인승에서 16위에 올랐다. 이들 모두 올해 20살의 어린 선수들이다.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을 더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인 것이다. 올림픽 첫 출전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과 함께 인기몰이에도 성공한 여자 컬링 대표팀의 행보도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종목별로 팀을 이끌어 갈 인재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여자 쇼트트랙은 이번에 선전을 펼쳤던 심석희와 김아랑, 공상정 등이 고등학생이고, 박승희 역시 22살이어서 평창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특급 에이스 등장이 아쉬운 남자 쇼트트랙의 경우는 여전히 아쉬움이 더 크다.
김연아가 은퇴한 여자 피겨의 경우는 그 공백이 더욱 절대적이다. 김해진과 박소연이 이번 올림픽에서 경험을 얻기는 했지만 세계 수준과의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밴쿠버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성적을 견인했던 스피드스케이팅도 후진 양성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빙속 여제’ 이상화를 비롯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인 모태범과 이승훈이 4년 뒤에도 세계적인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줄 수 있을 지는 분명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이들 모두 평창 대회까지 태극 마크를 달고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증명됐듯이 저변이 넓은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비약적인 성장은 언제든지 우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올림픽은 세계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인 만큼 성적에 너무 연연하는 것인 취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개최국인 만큼 어느 정도의 성과에 기대를 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때문에 모든 개최국들은 항상 역대 최고의 성적을 다짐하며 대회에 임한다. 하지만 평창을 앞두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의 가능성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 … 동계 올림픽 개최 자격 있나?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3개, 동메달 2개를 기록하며 종합순위 13위를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지난 토리노 올림픽과 밴쿠버 올림픽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다.
지난 두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씩을 획득했고, 특히 바로 이전 대회였던 밴쿠버에서는 역대 최다인 14개의 메달(금메달 6, 은메달6, 동메달2)을 수확하며, 종합순위 5위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하계 올림픽은 물론 동계 올림픽에서도 종합 순위 10위권을 목표로 내걸며 ‘세계 스포츠 강국’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준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모순이 많다. 특히 김윤만이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첫 메달을 획득하며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올려놓기 시작했지만 모든 메달이 빙상종목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는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설상 종목과 썰매 종목에서는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이는 1년 내내 눈이 쌓여있는 곳이 없는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징의 한계에서 기인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가운데 올림픽 때만 반짝하고 이후에는 외면 받는 비인기 종목인 동계스포츠의 어두운 단면도 인프라를 늘리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8년 만에 다시 3관왕에 오르며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안현수는 귀화와 관련하여 국내 쇼트트랙의 ‘파벌 논란’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기도 했지만,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의 해체도 큰 문제였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2관왕에 오른 박승희 역시 소속팀인 화성시청에서 푸대접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박승희를 비롯한 화성시청 선수들은 지난 2012년, 대표선발전에 나설 무렵 경기복이 맞지 않아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화성시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박승희 역시 사비를 털어 스케이트 장비를 직접 구매한 적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깜짝 스타로 떠오른 여자 컬링 대표 선수단이 선수촌에서 식사를 공급받지 못했다는 점과 국내에 연습 시설이 단 2곳 뿐 이라는 점도 잘 알려진 부분이다.
올림픽 개최에 어울리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연습 시설과 경기장 등이 강릉과 평창을 중심으로 강원도 일대에 들어설 것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시설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회만 개최해놓고 이후의 활용 방안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지 못하고, 이를 통한 후진 양성과 해당 종목의 발전 방향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올림픽 개최의 진정한 의미는 끝내 살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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