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피눈물 먹고 성장한 불법 피라미드 회사
다단계 업체 ‘웰빙테크’ 불법행위 폭로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6-08 18:12:42
안면이 있었으나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던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내게 평범한 사무직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날 데려간 사무실의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강사의 입에선 다이아몬드ㆍ사파이어ㆍ루비 운운하는 말이 나왔고, 청중은 이미 세뇌된 듯 넋 나간 모습을 보였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사무실을 빠져나가려 했더니, 날 끌고 온 그가 애원 반, 협박 반의 태도로 날 막는다. 그런 그를 뿌리치고 나가려는데, 이번엔 간부급 직원이 검은 정장을 입은 덩치 큰 청년 여러 명과 함께 내 앞을 막으며 말한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다단계 업체’ 체험기를 기자가 재구성한 것이다. 이런 체험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업체명 중 하나가 ‘웰빙테크’다.
◇ ‘25세 이하’ 판매원이 대부분… 다단계의 ‘청년 착취’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등록 다단계판매업체인 ㈜웰빙테크의 방문판매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공표명령 포함) 및 44억4천7백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업체에 소속된 판매원은 약 29,000여명인데, 이 중 25세 이하의 청년이 전체 판매원의 70%에 달한다.
◇ 한 달 500 벌겠다고 찾아간 직장… 빚만 ‘800만원’
웰빙테크에서 다단계 판매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이 모(30) 씨는 “‘○○시큐리티라는 보안업체 과장님을 만나게 해 주겠다’, ‘경리 일을 소개시켜 주겠다’는 등의 말로 속여, 신규 판매원을 유인했다”고 털어놨다.
또 “‘한 달에 500만원 버는 일자리가 있으니 같이 하자’, ‘지인 중 체크카드로 뉴비틀 승용차를 4천만원 주고 구입한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유인했다”고 덧붙였다. 물품구매 자금이 없는 판매원에게는 등에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 측에서 대출금을 갚아 줄 것처럼 약속했으나 실제로 대출금을 갚아 준 사례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며, “나도 대부업체로부터 800만원 가량 대출받았다”고 실토했다.
◇ 상품 훼손 유도… 반품 막으려는 ‘꼼수’
공정위는 “웰빙테크 하위 판매원들이 청약을 철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위 판매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해한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정우 공정위 특수거래과 사무관은 “이들은 구매물품을 센터에 보관하게 하면서 공동사용ㆍ나눠먹기ㆍ시식 등의 방법으로 상품을 훼손하게 해, 반품하기 어려운 상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판매원은 계약체결일부터 3개월 이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토록 보장하나, 재화의 멸실ㆍ훼손ㆍ일부사용 또는 소비로 가치가 감소했을 경우에는 청약을 철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웰빙테크는 이 조항을 악용해, 하위 판매원의 청약 철회를 방해한 것이다.
◇ 열쇠 뺏고, 폭언 퍼붓고… 물품 강매 ‘천태만상’
웰빙테크는 신규 고객을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시키는 과정에서 상위판매원 2~3명이 지속해서 감시하고, 폭언ㆍ인신모독 등 협박조의 말투를 사용하여 심리적ㆍ물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물품구매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웰빙테크 사무실에서 최근 탈출했다는 최 모(26) 씨는 “찜질방에서 상위판매원과 같이 잠을 잤는데, 분실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내 열쇠를 빼앗다시피 가져가 대신 보관했다. 그 탓에 집으로 돌아오려던 계획에 실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네가 한다며, 괜찮으면 한다며, 빨리 해! ×신이 아니라면 지금 알겠다고 대답해!’ 등의 폭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 밖에 판매원에게 다단계판매원 수첩을 교부하지 않거나 교부한 후에 수령증에 판매원의 사인만 받고 회수함으로써 청약 철회등 신규 판매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간접적으로 저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공정위 관계자 “학생들 다단계 업체에 현혹되지 말길…”
조정우 사무관은 “웰빙테크에 행위금지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일간신문에 공표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웰빙테크의 임원, 상위판매원 등 47명에 대해 조사 중임을 고려, 고발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조치는 등록된 다단계업체라 하더라도 불법 피라미드화된 형태로 소비자피해를 유발하는 행위를 엄단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며, “불법 다단계업체들은 주로 취업을 미끼로 취직을 시켜주겠다는 등의 거짓말로 학생들을 유인하고 있어 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웰빙테크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저희의 입장을 전화로 설명드리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직접적인 해명을 회피하면서도 “직접 방문한 기자에 한해 브리핑을 해드리고 있다. 저희 사무실로 찾아와 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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