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내수 부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내수 점유율 60%도 위협 … 힘겨운 안방 지키기
박진호
ck17@sateconomy.co.kr | 2015-02-10 11:15:29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현대자동차 그룹의 내수점유율 추락이 심상치 않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내수 점유을 합계가 60.7%로 나타나며,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고수하던 내수 공룡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2007년 상반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양사 합산 점유율이 70% 이하로 떨어진지 6개월 만에 60%대의 점유율도 흔들리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월 국내에서 상용차를 제외하고 총 6만 6804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였지만 시장 점유율은 5% 이상 떨어졌다. 자동차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영향력만 곤두박질 친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연간 총 내수 점유율에서도 70% 선에서 후퇴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가 41.3%, 기아차가 28%로 총 69.3%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 합병한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내수 점유율 70% 선이 붕괴된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내수 부진의 원인은 불황으로 인한 국내 수요가 위축되어서가 아니라 경쟁에서 도태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내수 점유율이 급락한 지난해, 국내 수입차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수입차들은 디젤 차량과 SUV 등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모델들을 출시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2014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25.5%의 판매 신장세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60%도 위협받고 있는 동안 수입차의 점유율은 18.1%까지 치솟았다.
2010년, 6.9%에 불과했던 수입차의 내수 점유율은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지난 1월에는 18.1%를 기록해 20%를 넘어서리라는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더한 수입 브랜드의 공세
이미 수입차 브랜드들은 적극적인 한국시장 공략을 천명했다. 지난해 부산국제모터쇼에 참가한 각 브랜드의 대표들은 한국 시장이 자신들에게 매력적인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하며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를 앞 다투어 밝혔다.
또한 많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며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독일차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강조했으며, 유럽 브랜드들 역시 독일과 차별화 된 자신들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한‧EU FTA로 인해 관세장벽이 완벽하게 무너지다시피 하며 국내 시장에 들어오는 유럽차들의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착한 가격’일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성능과 디자인에서 매력을 느꼈지만 높은 가격 부담에 고민을 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수입 브랜드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현대차 구매는 ‘애국자’ 아닌 ‘호구’
고도성장기 ‘국산품 애용’의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 우리나라에서 국산차량 구매는 서민적 애국의 상징이었다. 특히 한국 산업발전의 기적 중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포니’로 도배된 현대차의 국내 위상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고급‧대형 차량 중심으로 라인업이 구성됐던 소위 ‘외제차’를 타는 것은 ‘과소비의 전형’으로 각인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 시장에 대해 높은 매력을 느낀 수입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에 경차부터 대형차까지 다양한 종류의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연비와 SUV 모델에서도 국산 브랜드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고 해외 생활의 경험을 가진 인구가 늘어나면서 수입차에 대한 접근도 거부감이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었던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를 역차별 하고 있다는 반감 속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현대차보다 수입차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층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너무 높다보니 국내에서의 문제점과 국내 소비자의 고충을 무시하고 있다”며 현대차의 점유율이 더욱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를 타지 말아야 한다는 원성도 적지 않다. 소비자와의 문제로 인해 현대차는 김충호 사장이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도 증인으로 출석한 바도 있다. 국내에서 현대차의 신뢰도가 수입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현대차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들이 수입차에 비해 가장 자신 있게 강조했던 A/S 부분에서도 수입차 사용자들은 그다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마케팅인사이드가 지난해 7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특히 품질만족도나 재구입 만족도, 추천도 등에서 국내 브랜드는 수입 브랜드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수입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뾰족한 ‘카드’ 없는 현대차
여전히 현대차는 국내 내수시장에서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차의 내수 매출이 이미 수입차와 르노삼성, 한국GM 등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꾸준한 매출 하락을 타개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쌍용차가 티볼리, 르노삼성이 SM5 Nova 등을 출시하며 수입차의 공세에 맞서 승부수를 던진 것과 달리 새해를 맞이하는 현대차의 분위기는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아슬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현대차는 올해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의 가격을 43.3%나 할인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국내영업본부는 판매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에게 질책성 편지를 보내 판매 독려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 중 오직 현대차만 1월 판매 시작에서 내수가 지난해 동월 실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실적 악화에 대해 “내수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히며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판매가 다소 감소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대차가 과거와 같은 내수 점유율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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