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Again 1976’ 드림팀이 간다

세계 랭킹 3위 日꺾고 본선진출, 매달의 자신감 얻어

박태석

snokyrossa@naver.com | 2012-06-08 11:14:26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지난 5월27일 일본에서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희소식을 전했다. 2004아테네올림픽 이후 8년 만이다. 김형실(61)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끝난 ‘2012런던올림픽 세계예선전’에서 5승2패를 거둬 목표를 달성했다. 출전 8개국 중 7전 전승을 기록한 러시아에 이어 2위로 런던행 티켓을 따냈다.


구기종목으로 런던행을 확정지은 것은 남녀 핸드볼, 남자축구에 이어 여자배구가 4번째다. 주위에서는 월드스타 김연경(23ㆍ페네르바체)이 지키고 있는 이번 대표팀을 ‘드림팀’이라고 일컬으며 본선에서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김형실 감독 또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동메달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죽음의 조’ 본선 조 편성
8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일궈낸 한국이지만 막상 본선에서의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5월28일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본선 조 편성을 발표했다. 세계랭킹 13위 한국은 미국(1위), 브라질(2위), 중국(5위), 세르비아(6위), 터키(11위)와 함께 B조에 포함됐다. 얕잡아 볼 팀은 하나도 없다. 모두 한국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본선에 오른 팀 가운데 한국보다 세계랭킹이 낮은 팀은 알제리(16위)가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A조에 편성됐다. 한국은 B조에 속한 나머지 5개 팀과 풀리그를 벌여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8강부터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A조 상위 4개 팀과 맞붙는다. 최소한 2승은 확보해야만 8강을 바라볼 수 있다.


그나마 미국과의 상대전적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한국은 미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22승27패를 기록 중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본선에서 만나 1승1패를 주고받았다. 브라질과는 16승36패를 기록 중인데 2003년 이후는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다. 11연패 중이다. 중국과의 역대전적은 11승57패로 절대 약세다. 이번 런던에서도 이들을 다시 상대해야 한다. 녹록치 않다.


◇ ‘도쿄대첩’ 통해 얻은 자신감
본선행 티켓을 따낸 데에는 예선 4차전 일본(세계 랭킹 3위)전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당초 일본의 승리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은 그간 일본 1진을 상대로 22연패를 기록해왔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이긴 뒤 단 한 번도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게다가 일본은 터키리그 진출이 결정된 기무라 사오리(26)와 한국전에 유독 강한 사코다 사오리(25), 에바타 유키코(23) 등이 건재해 한국에는 부담이 큰 경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적진의 심장부에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도쿄대첩’을 이뤄냈다. 22연패의 치욕을 씻어낸 순간이었다.


그 중심에는 ‘월드스타’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혼자서 34점을 쏟아 부으며 일본 코트를 초토화했다. 일본리그에서 2년 동안 활약한 경험이 있는 그는 일본전에 강했다. 일본은 김연경을 막기 위해 스리블록을 치며 단단히 대비했지만 60%에 육박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일본전 이전까지 1승2패로 본선행에 먹구름이 끼었었다. 하지만 일본전 승리를 발판삼아 상승세로 돌아섰고 대만 태국 쿠바를 잇달아 격파해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 ‘월드클래스’ 김연경
발목 부상을 입었던 김연경은 불운하게도 4년 전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전 때 출전하지 못했다. 예비 엔트리에는 올랐었지만 단 한 경기도 코트에 나설 수 없었다.


당시 한국은 2승5패로 8개국 중 6위에 그쳐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1996애틀랜타올림픽부터 이어온 4회 연속 본선 진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김연경은 벤치에서 눈물을 삼켰지만 김연경은 4년 동안 월드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


2006년 흥국생명에 입단해 한국무대를 평정한 그는 2009년 일본 JT마블러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소속팀을 2010~2011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듬해 터키 명문 페네르바체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김연경의 앞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적 첫해에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MVP, 최다득점상까지 모두 김연경의 몫이었다.


하얀 도화지처럼 주어진 위치마다 모든 것을 흡수했고 나날이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아제르바이잔의 아제랄 바쿠로부터 연봉 18억원까지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인생에서 전성기를 맞고 있는 김연경에게 남은 목표는 올림픽이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권에 꼭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 ‘비밀병기’ 김희진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서 또 다른 예비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막내 김희진(21ㆍIBK기업은행)의 발굴이다. 김희진은 일본전에서 2세트부터 황연주 대신 투입돼 13점을 올렸다.


김연경을 막기에 급급했던 일본은 김희진의 맹활약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강한 서브로 일본의 서브리시브를 흔들었을 뿐 아니라 이동공격으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며 만점활약을 했다.


주 포지션이 센터인 그는 대표팀 라이트 백업 요원으로 뽑혔다. 김희진이 라이트에서 활약하자 일본 방송 중계진은 ‘센터인 김희진이 왜 라이트에서 뛰느냐’며 어리둥절했다.


일본대표팀 에이스인 기무라 사오리는 경기 뒤 있은 인터뷰에서 “김연경에게 허용하는 실점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하지만 황연주 대신 들어온 김희진에게 공격을 허용해 선수들이 당황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김희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비밀병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특히 일본전에서 승리를 거둬 두 배로 기쁘다. 이번 본선진출이 내게는 더욱 특별한 계기가 됐다. 많이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메달로 보답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김형실 감독은 좋아하던 술마저 끊을 만큼 올림픽에 대한 열의를 태웠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메달을 재현하겠다는 각오가 선수들 내에 충만해 있다”며 ‘Again(어게인)1976’을 외쳤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내렸다. 스피드와 파워있는 배구, 한국만의 색깔이 있는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서브리시브 보완이 시급하다고 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가 6월8일부터 부산에서 열린다. 한국은 일본 터키 쿠바와 함께 ‘2012그랑프리세계여자배구대회’에 나선다. 본선에서 터키와 맞대결을 앞둔 한국에는 절호의 찬스다.


한쪽에서는 한국여자배구가 8년 전부터 침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1976년 동메달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김 감독이 런던올림픽에서 이 같은 우려를 깨고 제2의 전성기를 이끌어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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