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1년, 국산화 성과 크지만···“소부장 독립 아직 갈길 멀다”
한국 소부장 경쟁력, 일본 90% 수준
반도체 소재기업 평균 연구개발비용, 한국 130억 vs 일본 1534억
전경련 “양국 정부, 수출규제 해소 위해 적극 노력해야”
신유림
syr@sateconomy.co.kr | 2020-07-01 09:20:30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일본이 대한민국에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단행한지 1년이 됐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소재 국산화와 수입국 다변화에 빠르게 성공하면서 오히려 일본이 제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는 평가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독립은 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고순도 불화수소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3대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후 국내 산업계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고순도 불산액 대량 생산에 성공한 솔브레인은 지난해 매출 첫 1조원을 달성했으며 SK머티리얼즈도 초고순도 불화수소 가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개발이 어려워 벨기에 등으로 수입국을 다변화해 공급했던 포토레지스트는 미국 듀폰이 충남 천안시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SK머티리얼즈도 내년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연 5만 갤런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에는 코오롱 인더스트리가 독자 기술로 양산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국내 중소기업 엘티씨와 그동안 일본에 의존해왔던 OLED 패널 핵심소재 PDL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SKC는 역시 일본 의존도가 90% 이상이었던 반도체 공정 소재 블랭크 마스크의 시제품 생산을 마쳤다.
반면 국내 산업계가 이 같은 성과를 이루는 동안 일본은 역풍을 맞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한국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탈일본 의존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피해를 보는 건 일본의 관련 기업만이 아니다”며 “자동차, 맥주 등 일본 소비재에 대한 불매운동이 착실히 정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기준 일본의 한국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10% 감소했으며 한국의 일본차등록대수와 일본 맥주 수입액은 각각 62%, 87% 급감했다. 특히 닛산은 아예 한국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일본 관광객 순위 2위를 차지했던 국내 여행객들이 일본 불매운동으로 일본에 가지 않으면서 관광수입도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9일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1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불화수소 등 일부 품목은 국산화 등 대체가 많이 이루어졌으나,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은 최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오히려 늘어났다”며 품목에 따라 수출규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일 간 소부장 국제 분업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양국 제조업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 규모는 136조원(1233억불, 2018년 평균환율 1101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돼 양국 간 수출규제를 완화하고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양국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일본으로부터 소부장 등을 수입하는 주요기업들은 2019년 7월 일본 소부장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한국 소부장 경쟁력은 2019년 7월 89.6에서 2020년 6월 91.6으로 소폭 상승한 것으로 평가했다.
즉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국 소부장 경쟁력은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일본의 90% 내외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직은 국산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업종별로 일본 대비 경쟁력 변화를 살펴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이 92.7→98.7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이어 ▲1차금속 제조업 88.1→92.5 ▲식료품 제조업 91.9→96.3 ▲기타기계 및 장비 제조업 97.0→101.0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 96.1→97.8로 경쟁력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세미나에선 소부장 독립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을 맡은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소재 기업의 연평균 연구개발비는 일본이 1534억원인데 비해 한국은 130억원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사업화 연계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국내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1년 동안 우리 소부장 경쟁력이 정부와 기업의 노력으로 다소 상승했으나 단기간에 소부장 경쟁력을 일본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의 꾸준한 노력과 함께 양국 정부도 수출규제 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 1년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 1년간 우리는 기습적인 일본의 조치에 흔들리지 않고 정면 돌파하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를 겨냥한 일본의 일방적 조치가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맞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생산차질도 일어나지 않았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를 앞당기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 핵심품목의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