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사회공헌 꼭 해야 하나요”

업계 “당국의 밀어붙이기식 강요 불합리”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5-25 17:24:38

지난 3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추진했던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이 물거품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매칭그랜트’ 방식의 기부보험과 법인카드 포인트 기부 등을 추진키로 했으나 현재 어떠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보여주기 식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과 “작년 사상최대 순이익을 올린 보험사들이 사회공헌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비난이 나오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2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이달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던 사회공헌 목적의 보험상품 개발이 사실상 중단됐다. 아예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과 업계는 지난 3월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 일부와 그만큼의 금액을 보험사도 출연해 기부하는 ‘1+1 기부 보험’을 5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월 보험료의 최대 1% 또는 1000원까지 내기로 약속하면 보험사가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같은 규모의 금액을 기부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에 보험사들이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받게 될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사회공헌 사업이었다. 하지만 현재 관련 상품이나 특약을 개발하고 있는 보험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5월 중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의견 취합에 시간이 걸리면서 아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해당 보험상품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 금융당국 ‘밀어붙이기’에 보험 업계 반발


생보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이와 관련해 두어 번의 모임을 가졌을 뿐, 그 이후로는 관련 회의조차 진행하고 있지 않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기부금을 전제로 보험료를 책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해 이미 이 같은 입장을 당국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입자의 사망 등으로 받는 종신보험금이나 사망보험금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부보험이 이미 있지만 연말이나 연초에 반짝 실적을 기록할 뿐, 평소 가입건수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설사 시행된다 하더라도 눈에 띄는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의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도 비슷한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법인카드 포인트를 기부 받아 금융피해자 지원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보험업계에도 기부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현재 금융회사별로 법인카드 포인트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보험사들은 “법인카드 포인트는 엄연히 사유재산인데 기부를 강제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사유재산인 법인카드 포인트를 왜 금융당국이 모아서 생색을 내려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최근 금융당국의 일련의 흐름에 대해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사회공헌활동은 자발적이어야 하는데 금감원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보험사들이 당국의 압박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즉흥적으로 기부를 강요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보험사들이 기본적으로 사회공헌을 게을리 한 측면이 있다”며 “보험사들 스스로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매칭그랜트 : 개인이나 단체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일정한 금액을 맞춰하여 후원금을 출연하는 기금 조성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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