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의 ‘패기’ 혹은 ‘무리수’
팬택 “베가 시리즈로 국내 2위 달성”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5-25 16:53:58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이 누적 판매량 550만대를 돌파, LG전자를 제치고 2위에 오르면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 최근 신제품을 통해 삼성·LG는 물론 애플과도 정면대결을 예고하는 ‘패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팬택의 이런 행동을 두고 ‘무리수’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에선 ‘호객폰’ 혹은 ‘버스폰’으로 불리는 저가 상품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팬택은 지난 24일 “LTE 전국망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5월 국내시장에서 스마트폰 누적 판매 550만대를 돌파해 확고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팬택은 2010년 4월부터 현재까지 약 2년 만에 국내 스마트폰 누적 판매량 550만대를 돌파했다. 2010년 4월 첫 번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출시하고 같은 해 약 1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 자리를 차지, 이후 줄곧 유지해 왔다.
여기에 ‘스마트폰 올인’ 전략을 선언, 작년부턴 국내 신제품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선보였다. 지난해 국내 시장 전체 판매량인 355만대 중 322만대를 스마트폰으로 판매하며 스마트폰 중심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연착륙시켰다.
올해는 국내에서 아예 스마트폰만 판매했다. 이 중 프리미엄 스마트폰 ‘베가’ 시리즈가 인기를 끌며 550만대 판매 돌파를 이끌었다. 특히 베가레이서는 170만대, 베가 LTE 시리즈(베가 LTE, 베가 LTE M, 베가 LTE EX)가 120만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올해엔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킨 베가레이서2를 통해 지속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고 미국, 일본 등 세계 중심 시장에서 다진 입지와 국내 스마트폰 2위를 차지하며 입증한 스마트폰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중국 등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팬택 “2기가 램, 오버스펙” 주장
팬택의 ‘패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날 팬택은 “3분기에 쿼드코어 AP와 2GB 램을 탑재해 더욱 쾌적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선보이겠다”며 “듀얼코어에 2기가바이트(GB) 램(RAM) 조합은 오버스펙”이란 주장을 폈다.
AP는 스마트폰의 처리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칩으로 코어 개수가 많을수록 성능이 놓다. 쿼드코어는 4개, 듀얼코어는 2개의 코어를 의미한다. 또 램은 일종의 작업 공간으로, 용량이 크면 동시에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어서 속도와 사용 환경면에서 더욱 안정적이다.
팬택 관계자는 "듀얼코어 AP에 2GB 램을 탑재하는 것은 성능 차이를 실감하기 힘든 오버 스펙"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주 LG전자가 발표한 옵티머스LTE 2를 정면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LTE 2는 듀얼코어 AP에 2GB 램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단순한 사양 올리기 (경쟁을) 떠나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더욱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팬택의 이런 발언은 자사의 현실을 무시하거나, 스마트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안드로이드에서 램은 ‘다다익선’
팬택의 베가시리즈를 비롯한 대다수의 스마트폰들은 모바일 운영체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또 “안드로이드의 특성상 ‘램’은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안드로이드는 다른 스마트폰용 운영체제와 달리 일종의 ‘가상머신(VM)'의 형태로 작동하기 때문에 설치된 앱들을 미리 읽어들여 램 상에 필요공간을 확보한다. 때문에 설치된 앱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기본 점유 공간 또한 점점 늘어나게 된다.
미국이나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의 소위 ‘갑질’로 인해 ‘매우 불필요한 앱’들이 다수 삭제 불가능한 형태로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돼 출시된다. 그리고 이러한 ‘불필요한 앱’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메모리 누수의 주범으로 꼽힌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앱을 설치할수록 사용자들은 램 부족 현상에 시달리게 되고, 이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태스크 킬러’와 같은 메모리 관리 앱을 사용하는 이유다. 또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소위 ‘루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운영체제를 직접 제어하는 것 또한 이의 연장선에 있다.
때문에 LG가 ‘옵티머스LTE 2'에 2기가바이트(GB)의 램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유명 IT관련 커뮤니티인 ‘클리앙’에서는 2000개가 넘는 리플이 달리며 수많은 사용자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사용자들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국내에 시판될 갤럭시S3에는 2GB의 램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삼성·LG’와 경쟁하겠다고 큰소리치던 팬택만이 ‘1GB’로 충분하다는 주장을 펴는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임이 분명하다.
심지어 팬택은 자사의 현실도 무시하고 있다. 소위 ‘폰’좀 안다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팬택의 베가시리즈는 ‘버스폰’ 또는 ‘호객폰’으로 통한다. 엄청나게 ‘싼’, 혹은 엄청나게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스마트폰이란 의미다.
일례로, 팬택이 호기롭게 발표힌 신작 ‘베가 레이서2’는 출시 이후 무려 할부원금 30만원에 풀렸다. 할부원금은 업체들이 휴대폰 가격으로 광고하는 ‘출고가’와 달리 ‘실제 휴대폰 가격’을 뜻한다. 베가 레이서2의 ‘출고가’가 91만3000원인점을 감안하면 61만3000원의 ‘보조금’이 발생한 셈이다.
이 때문에 팬택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스카이’는 네티즌들 사이에 ‘버스카이’ 혹은 ‘버스 레이서’로 불리고 있다. 버스비 정도의 비용으로 구입 가능 하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엄청나게 싼 스마트폰’이다.
◇ 위기의 팬택, 세계 진출 필요
사실상 이번 ‘오버스펙’ 발언은 팬택의 위기감을 대변하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과 홍보를 통해 제품은 많이 팔았지만 제품의 성능 자체는 여전히 ‘저가’ 이미지가 강하다. 즉, 이런 발언을 통해 “과도한 성능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장 분위기는 냉담하다. 물론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제품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삼성·LG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모그룹이 ‘재벌’이고 팬택은 이제 막 회생절차를 거쳐 살아난 상황이다. 여기에 LG가 근작 ‘옵티머스LTE’로 이미지 개선에 성공, 국내 시장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점을 감안해도 팬택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국내에 한정된 판매’라는 점이다. 삼성은 모두 알다시피 이번 분기에 노키아를 꺾고 세계 1위 제조사에 등극했다. LG역시 피처폰을 포함하면 세계시장에서 명함 내밀 수준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그러나 팬택은 없다. 확실한건, 지금 팬택에게 필요한건 ‘패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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