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좌파본색’

밀착현장 통합진보당 색깔논쟁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5-25 16:47:44

<100분토론>에 방청객으로 출연해, 이상규 당선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돌직구녀’가 화제다. 반면,북한 주민의 인권, 3대 세습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그녀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며 말을 돌리던 이 당선자는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장은 “국민들이 불편해한다면 당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겠다”고 최근 밝혔다. 종북 색깔을 지워보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렇다면 지금까지 애국가를 부정했단 말인가”, “국민의 비난이 쏟아져야 애국가를 부르겠다는 그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며 이들의 종북 성향을 강하게 비난하는 모양새다.



◇ “북한 인권 거론 말라”, “김정일은 나의 기쁨”… 종북 당선자 천태만상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은 예전부터 제기돼왔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자주 비판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경향을 보일 뿐, 단 한 번도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지난 2010년 8월 4일, 라디오에 출연해 “6ㆍ25 전쟁이 남침인가, 북침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서 답변하겠다”고 말했지만, 2012년 5월 현재까지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


당권파 중 일부는 반(反)국가단체를 만들어 활동해 온 전력도 있다. 이석기 당선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고 폭력투쟁을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을 구성한 혐의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당선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에 동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내재적 접근법이란 ‘북한의 눈으로 북한을 이해하자’는 주장이다.



김재연 당선자는 이적 단체 가입 혐의로 2004년 11월까지 수배자 신분으로 살다가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된 김 당선자는 18대 총선을 앞둔 지난 2008년 4월, 심상정 당시 진보신당 대표(현 진보당 공동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보편적 인권 차원의 문제”라고 말한 것을 두고 “지금 시기에 북한 인권을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김재연 당선자의 남편 최호현씨는 ‘세기와 더불어’ 등 이적 표현물 90여건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 회고록으로 1992년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평양의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으로 법원이 ‘이적 표현물’로 판단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평양을 방문해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인 10월 10일 평양에서 딸을 낳았던 황선(비례대표 15번) 전 부대변인은 작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한 인터넷 매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의 기쁨을 열 배 백 배로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쓰기도 했다.


비례대표 부실ㆍ부정 경선의 일차적 책임자로 지목되는 김승교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008년 민노당 분당(分黨) 당시 종북 청산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국보법은 쓰레기법”이라며 “쓰레기법에 근거한 쓰레기 판결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은 올 1분기에 국고 보조금 27억4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진보당 당권파들은 대한민국과 실정법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특히 19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는 ‘경기동부연합’ 출신 6명 중 상당수는 한때 대한민국을 합법적 국가가 아닌 미(美)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규정한 김일성 주체사상 추종자들이었다.


“어둠에 찬 반도의 땅, 피에 젖은 싸움터에, 민중의 해방 위해 너와 나 한목숨 바쳐…” 통합진보당 당권파 당원들이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민중의 노래’ 가사다. 이들이 부른 노래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은 ‘어둠에 찬 반도의 땅’이고 ‘피에 젖은 싸움터’다. ‘민중의 해방’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가사는 듣는 이들을 소름끼치게 만든다.


◇ 특정인 몰표, 총무실 비공개… ‘그들만의 정당’


통합진보당의 당권파인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은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누구인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폐쇄적 조직이다. 더구나 학맥으로 촘촘히 얽혀 있어 결속력이 강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는데도 경기동부연합이 비례대표 후보 2번 이석기 당선자와 3번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온몸으로 막고 있는 데는 ‘내 조직 지키기’ 식의 이런 폐쇄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경기동부연합 출신에는 특히 서울대 운동권과 한국외대 운동권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비례대표 2번인 이석기 당선자가 한국외대 82학번이고, 정 전 경기도당위원장도 같은 학교 84학번이다. 이 밖에 4ㆍ11 총선에서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했다가 성희롱 파문으로 낙마한 윤원석(86학번) 전 민중의소리 대표, 우위영(84학번) 진보당 대변인, 편재승(87학번) 전 민노당 사무부총장, 김기창(85학번) 전 민노당 성남시협의회의장, 이양수(85학번) 전 민주노총 조직실장이 한국외대 출신이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는 이의엽 통합진보당 정책위의장, 이상규(서울 관악을) 당선자,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이 경기동부연합으로 분류되는 진보당 인사다.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석기(비례대표 2번) 당선자는 4ㆍ11 총선을 통해 정치 무대에 데뷔하기 전까지 이름도, 얼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다.


운동권 시절 NL 계열 조직 ‘자주민주통일운동그룹’(자민통)에서 활동했고, 이적단체로 판정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며 경기동부연합에서 핵심 사업을 맡았다. 또 진보 매체인 ‘민중의 소리’ 이사와 당의 광고ㆍ홍보물을 독점한 광고기획사 ‘CNP전략그룹’의 대표라는 정도가 그와 관련해 알려진 전부다.


그렇게 베일에 싸인 그가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1만 1235표를 얻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자 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이었던 윤금순 후보를 압도했다. 당 안팎에선 경기동부연합에 의한 조직적 투표의 결과로 보고 있다.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한 당직자는 “이정희 대표, 장원석 사무총장, 이의엽 정책위의장, 우위영 대변인, 신석진 대표 비서실장 등이 당내에선 ‘5인회의’라고 불렸는데, 회의를 하다가도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는 정회하고 따로 나가 회의를 했다. 이를 두고 이 당선자의 지시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들만의 폐쇄적인 모습을 귀띔했다.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 선거 파문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대치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에는 비당권파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 존재한다. 회계ㆍ재정 및 당원 관리를 전담하는 ‘총무실’이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후 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이 당권을 거머쥔 이후, 총무실은 다른 정파 인사의 진입이 허용되지 않는 유일한 당내 조직이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회계ㆍ재정 부문은 타 정파의 접근이 엄격하게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민노당 NL진영과 국민참여당(유시민), 진보신당 탈당파(심상정ㆍ노회찬)가 55:30:15의 지분으로 통합할 때도 총무실 회계ㆍ재정에는 당직자 배분이 이뤄지지 않았다.


총무실은 경기동부연합 핵심 멤버로 민노당 성남 수정구 지역위원장 출신인 백승우 사무부총장이 장악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백 부총장의 부인인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국회의원 당선자 역시 경기동부연합 소속이다. 부정선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은 백 부총장을 온라인 투표 서버의 소스코드를 열어 본 당직자로 지목했었다.


당 주류였던 이들은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를 거치며 점차 고립되는 양상이다. 범당권파로 분류되던 인천연합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출신인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의 사퇴와 함께 등을 돌렸고 울산연합의 지지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다른 당권파들이 당을 지키려고 하는 가운데서도 경기동부연합만은 패권을 지키려 움직이고 있다.”며 “이들의 폐쇄성과 대중적 진보정당은 양립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 민주주의 외치지만… 위계질서 ‘군대 뺨치네’


NL은 수십 년 동안 운동권 내에서 비민주적인 행태로 악명이 높았다. 민주주의를 늘 외치던 외형과는 달리, 내부에서의 선후배 관계는 군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위계적이었으며 툭하면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 PD 활동가들은 이런 NL의 행태 때문에 치를 떠는 경우가 많았다.


PD 계열이 소규모로 모여서 사회당을 만든 이유, 그리고 몇 년 전에 민주노동당에서 PD 계열이 대규모로 떨어져 나가 진보신당을 창당한 이유는 바로 NL의 북조선 체제 옹호와 비민주적 행태 때문이었다.


NL의 비민주적 회의 진행은 진행하는지는 1980년대 전대협 시절부터 유명했다. 이런 비민주적 행태는 그동안 운동권 내에서만 알려져 왔으나, 이들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게 되고, 각종 매체와 인터넷이 발달하게 되자 이들의 비민주성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 노조 만들 수 없는 통진당, 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월 1000만원 남짓한 월급에서 27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700여만원을 특별당비로 낸다. 업무 강도가 센 4급 보좌관도, 상대적으로 업무 중요도가 떨어지는 인턴 직원도 월급은 20만원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는 통합진보당의 급여 체계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근간으로 하는 평등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동지적’ 관점에서 볼 때 노조는 통합진보당에 있어서는 안 될 불편한 존재다. 자기모순이 생기는 까닭이다. 들어올 때부터 알고 왔다지만 현실과의 괴리 속에 좌절감을 느끼고 당을 떠나는 보좌진이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얼룩진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등주의의 명암이다.


통합진보당은 업무 강도에 상관없이 누구나 똑같은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당직자들에 의하면 의원은 월 270만원을, 보좌진은 급수에 상관없이 당 내부적으로 정한 노동자 평균 임금인 월 23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나이가 어리거나 부양가족이 없으면 210만원으로 떨어진다.


4급 보좌관은 월급 400만원 중 절반가량을 특별당비로 내고 최대 230만원만 수령한다. 국회로부터 370만원을 받는 5급 보좌관의 실수령액은 220만원이다. 나머지 150만원은 반의무적으로 당에 내야 한다. 평균 임금에 미달하는 9급이나 인턴들의 경우 상위 보좌관들이 받은 평균 임금 초과분에서 충당된다. 일종의 ‘돌려 막기’다.


평등하게 나눠 가진 뒤 남은 월급은 ‘특별당비’로 당에 귀속된다. 특별당비는 지난해(민주노동당)까지만 해도 의원실당 월 1000만원이었으나 국민참여당 등과의 통합 이후에는 월 500만원 이상 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총선을 치러야 하는 의원실에서는 “사무실 운영 등 지역구 활동은 무슨 돈으로 하느냐.”며 불만이 높다. 2004년 도입된 특별당비는 17대 의원 입성이 늘면서 보강된 정책연구위원의 인건비 명목으로 걷었으나 지금은 목적이 불분명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당비 미납을 당의 충성도와 연결지어 비난하기도 한다. 현재 당권파 이정희 공동대표를 제외한 강기갑ㆍ권영길 의원 등 전원이 많게는 수억원씩 특별당비를 내지 못해 압박을 받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 구성도 요원하다. 통합진보당에는 노조가 없다. 서로를 동지적 관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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