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은 물론 초등생까지 “스마트폰 없으면 왕따”
초등생이 커닝에 야동까지… 스마트폰 악용 심각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5-25 16:30:53
“최신 스마트폰 없는 학생은 따돌림 당해요.”
‘등골 브레이커’가 다시 등장했다. 지난해 중ㆍ고등학생 사이에서 ‘제2의 교복’으로 불리며 부모 등골을 휘게 했던 노스페이스의 바통을 스마트폰이 이어받은 것이다. 10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과거 노스페이스처럼 스마트폰의 사양에 따라 학생들의 ‘계급’이 갈리는 양상까지 보이면서 중ㆍ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 스마트폰 없으면 왕따… 기종이 ‘신분’ 결정하기도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공무원 이성식(51) 씨는 “그 놈의 스마트폰 때문에 곤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딸아이가 “스마트폰을 사달라”며 매일같이 조른다는 것.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학업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이 씨는 “수능 시험을 치고 나면 사 주겠다고 아이를 달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용돈을 올리고, 다른 선물을 사 주느라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직장인 박효준(43) 씨는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마음도 내키지 않았지만,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며 “기계 가격도 문제지만 통신비는 더 문제다. 아무리 청소년 요금제를 써도 통신비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씨와 박 씨의 사례와 같이 최근 중ㆍ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은 당연히 지니고 다녀야할 ‘필수품’이 됐다. 여기에 ‘아이폰’ ‘갤럭시’ 등 제품 사양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김수택 군(15ㆍ가명)은 “카카오톡이나 틱톡 등 SNS를 통해 그룹채팅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어 ‘왕따’가 된다”며 “갤럭시노트나 아이폰4S를 구입하면 며칠 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될 정도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의 경우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 멀쩡한 일반 폰을 분실하거나 파손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군은 “몇몇 친구들은 사용 중인 휴대폰을 일부러 고장내서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이제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닌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는 물건이 됐다. 노스페이스의 폐해를 그대로 이어받은 모양새다. 그나마 의류는 빌려입거나 물려받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고 1년만 지나도 ‘퇴물’이 돼버리기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최근 출시한 LG전자 옵티머스 LTE2나 팬택의 베가레이서2 등의 가격이 100만원대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책정되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 수업 방해는 물론, 커닝에 야동까지…
이런 양상은 심지어 초등학생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혜화동에 위치한 A초등학교의 경우 일반폰이 분실센터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물품으로 나타났지만,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분실센에 접수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잃어버린 학생은 있어도 돌려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스마트폰은 모든 일상의 대화부터 일기까지 작성하는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될 정도”라며 “4학년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의 종류와 기종을 이야기한다. 최신 제품을 가지고 있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할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우려 또한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제섬 용인 송전초등학교 교장은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학생들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 진행이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또 “스마트폰을 소지한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쭈그려 앉아 전화기만 붙잡고 있을 뿐, 좀처럼 야외로 나와 뛰어놀려고 하지 않는다”며 “인생의 다른 순간에는 접할 수 없고, 오직 초등학생 시절에만 체험할 수 있는 놀이문화가 있는 법인데, 이를 즐기지 않는 일부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등학교 교장은 “스마트폰이 시험 부정행위에 악용된 사례도 있다. 이후 수업 시작 전에 담임교사가 스마트폰을 걷어 수업이 끝나면 되돌려주고 있지만, 아이들이 몰래 숨기는 경우까지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며 “심지어 어느 학교에서는 초등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야동’을 본 사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스마트폰과 관련, ‘와이파이셔틀’도 문제가 됐다. ‘와이파이셔틀’은 신종 괴롭힘의 한 형태로 약한 학생의 스마트폰의 테더링 또는 핫스팟 기능을 이용해 힘센 학생들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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