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안갯속’…시중자금 MMF로 몰린다
갈 곳 잃은 시중자금 20일만에 10조 증가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5-25 16:14:35
정부와 증시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와 증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입을 모았지만, 하반기 흐름에 대한 전망에 먹구름이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을 3.9%에서 3.4%로 하향했고 한국은행과 OECD도 각각 3.7%와 3.8%에서 3.5%로 전망치를 내렸다. 한국금융연구원도 기존 3.7%에서 0.3%포인트 낮은 3.4%로 수정했다.
증시전문가들도 이에 맞춰 4~5월을 조정국면으로, 6월부터를 회복시기로 내다봤다. 그래서 4월부터 적극적인 비중확대를 주문하는 증권사가 많았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 우려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고 대내외 경제가 어렵지만 조정국면을 거친 뒤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 갈 곳 잃은 시중자금 MMF로 대피 중
그리스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으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이 단기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리고 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64조원이던 MMF 잔고는 지난 21일에는 74조원으로 늘었다. 불과 20여일만에 10조원이 MMF로 들어왔다.
지난해 말 53조1000억원이던 MMF 자금은 3월 말 62조8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4월 말에는 64조원에 머물러 증가세가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5월 들어 그리스 위기가 재부각되고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자금 유입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주식관련 자금은 지난해 말 부터 큰 변화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의 경우 지난 5월 21일 기준 17조9000억원으로 4월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해 말 17조4000억원에서 3월 말18조2000억원으로 늘었다가 4월 말에는 17조8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CMA 잔고 역시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말 38조6000억원이던 CMA자금 규모는 3월 말 41조3000억원, 4월 말 40조2000억원으로 소폭 변동했다. 5월 21일에는 40조2000억원으로 4월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증시 주변자금은 대체로 풍부한 수준” 이라면서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만큼 MMF 등 시중자금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상저하고’의 변수, 유로존ㆍ미국 경제회복 등
하반기를 코앞에 두고 ‘상저하고’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상황과 미국경기, 국내경제의 체력 등이 ‘하고’의 흐름을 자신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일단 하반기 흐름을 좌우할 증시의 주요 변수로는 일단 유로존의 위기가 관건이다. 유로존의 위기는 투자심리 위축과 외국인의 ‘셀코리아’로 이어졌으며 코스피지수는 1700대로 급락했다. 현재로서는 그리스 총선과 유로존의 정상회담 등의 정치이벤트와 정책요소를 통한 위기 완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미국의 경제회복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와 증시는 우려와 위기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소비 부문은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완만히 회복되고 있다. 각종 지표도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앞으로 미국 가계의 소비여력은 꾸준히 개선될 여지가 있고 물가가 안정적 수준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정책 여력은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미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인지 투자자들은 확신하지 않는 상황이다.
◇ 증시전문가들 "상저하고 의미 없다"
대외적인 조건들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체력’도 중요하다. 일단 하반기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대내외의 기관들은 성장률전망을 하향조정하며 하반기 경기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전망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또 ‘3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1~2월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던 광공업 생산이 3월 들어 감소로 돌아섰고, 소비와 설비투자도 큰 폭으로 줄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현재 한국 경제가 저점이냐 아니냐를 말하는 게 주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시전문가들은 ‘상저하고’의 전망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증시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하고'의 의미에 무게가 덜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 반등을 위해서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로존위 위기가 먼저 해결돼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박해성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던 이유는 경기선행지수나 GDP 성장률을 참고로 반영한 것”이라며 “그리스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부분 생기면서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이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그리스로 인해 상당히 빠졌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간으로 봤을 때 5월 달이 가장 저점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저하고의 주요 논리는 하반기에 경기성장률이나 업황이 좋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 경제가 모멘텀을 갖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반기가 고점이고 2분기에는 조정 들어간다고 봤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물론 3분기에 반등이 나올 수 있는데 반등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연초나 올해 증시 전망할 때 상저하고를 많이 얘기했지만 지금은 크게 의미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3분기, 하반기에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데 2분기 장이 급락했기 때문에 저점으로 잡고봐야한다”며 “유럽 위기만 잘 넘어간다면 하반기가 지금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위주 우량주 적극 매수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전문가들은 그동안 비싸 장바구니에 담기 망설여졌던 우량주를 적극 매수할 것을 제안했다. 가격이 낮아진 때를 투자 적기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윤 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서 장기적으론 우량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가 빠진 자리에 외국인투자자가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변동성에 베팅하는 투기성 접근보단 큰 종목 위주의 안정적 투자가 바람직하다며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권했다. 이 센터장은 “갤럭시3의 매출 증가로 삼성전자의 2,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7조원, 8조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는 없지만 10% 이상의 영업이익률 지속이 기대되는데다 마켓 셰어(시장 점유율) 측면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실적이 받쳐주는 정보통신(IT)과 자동차 중심의 대응이 추가 하락에 따른 부담을 피해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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