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명문 찾아 ‘강남 탈출’… 맹모삼천지교 신 풍속도

신흥 명문 송도ㆍ판교, 자사고ㆍ외국학교 몰려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5-25 15:45:58

‘명문 학군’이 바뀌고 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전통적인 ‘명문 학군’ 지역의 전세가가 최근 2∼3년간 너무 뛰어올랐고, ‘물수능’이라고 불릴 정도로 쉽게 출제되는 수능시험 탓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명문 학군에 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흥 명문 학군’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경기 가평ㆍ판교, 인천 송도, 세종시 등에 국제학교와 혁신학교가 들어서 기존 명문 학군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강남 8학군과 목동보다 저렴하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교육시설이 들어선 이들 지역에 맹모(孟母)들이 주목하고 있다.


▲ 채드윅송도국제학교 등 외국학교가 개교하고, 포스코 재단이 자율형 사립고를 개교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송도신도시가 새로운 명문 학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대우건설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조감도

◇ 전통 명문학군 강남ㆍ목동 ‘지는 해’ 되나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강남구 대치동의 3.3㎡당 매매가가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3274만원에서 지난 4월에는 3046만원으로 떨어져 7%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양천구 목동의 3.3㎡당 매매가도 같은 기간 2352만원에서 2190만원으로 역시 7% 정도 빠졌다.


반면 신흥 명문학군으로 부상하고 있는 경기 가평군, 판교신도시, 송도, 세종시는 3.3㎡당 매매가의 하락 폭이 훨씬 낮았다. 같은 기간 가평군은 1.1%, 판교신도시는 3.6% 정도 하락한 것이 전부다. 세종시는 3.3㎡당 매매가가 547만원에서 704만원으로 되려 29% 올랐다.


전문가들은 명문학군이 옮겨가는 이유로 물수능이라 불릴 정도로 쉬워진 수능시험과 강남지역 전월세 가격 급등을 꼽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명문 고등학교에 지원하려면 적어도 12월 이전에는 주소지가 이전돼 있어야 하는데 지난해 가을철에 강남으로의 이주 현황을 분석했을 때 그런 현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과거보다 수시나 내신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학부모들이 굳이 비싼 주거비에 부담을 느끼면서까지 강남에 들어올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 팀장은 “대신 강남보다 싸면서 비교적 학군이 좋고 강남과 접근성도 좋은 수도권 지역으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지난해 가을 무렵 청실아파트 재건축 때문에 주변 전월세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그 때 상승폭이 워낙 높았던 탓에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더 내려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지난해 겨울방학 기간에 명문 학군 지역에서 나타나는 프리미엄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물 수능 여파로 명문학군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함 실장은 또 “출산율이 저하로 인해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것 또한 명문 학군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 송도ㆍ판교ㆍ가평, 새로운 명문 학군으로 인기 폭발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신흥 명문 학군 지역에서는 집값의 오름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천 송도신도시엔 지난해 채드윅송도국제학교가 문을 열어 맹모들의 입소문을 탔다. 특히채드윅송도국제학교에 모 재벌가의 자녀들이 다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


또 포스코교육재단이 운영하는 자사고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도 학부모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기업재단이 받쳐주는 만큼 전국 단위 자율형 사립고로 설립될 가능성이 크며, 포스코계열 임직원 자녀교육이라는 설립목표 외에 지역과 연계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지역선발 쿼터가 상당부분 할당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를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교육재단은 2015년 개교를 목표로 자율고 설립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문형은 송도제일공인중개사 대표는 “인천이나 경기도 안산ㆍ시흥 등 부도심 지역에서 입주를 많이 상담해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새 학기 시작 전 주소 이전을 마쳐야 하는 9월부터 12월까지 기간에 전세가가 1억5000만~2억원 정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도 신흥 명문 학군 지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판교신도시의 보평초ㆍ중학교가 지난 2009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바 있다. 보평고등학교도 2010년에 과학중점학교로 전환되면서 신흥 명문학군으로 떠올랐다.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13분이면 판교역에서 강남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 돼 강남 접근성도 좋다.


이기훈 동판교대교공인중개사 대표는 “혁신학교와 과학중점학교가 생기면서 지난해 서울 강남, 송파 쪽에서 많이 이주해왔다. 올 1월에도 신학기를 앞두고 입주 수요가 몰려 전세가가 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현재도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데다 가격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경기도 가평군은 청심국제중ㆍ고등학교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청심국제고는 교사 당 학생 수가 적고 우수대학 진학률이 높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오는 2014년에는 청심국제초등학교도 개교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신탁이 가평군 설악면에 공급하는 북한강코아루아파트의 분양가도 인근 시세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전홍진 진공인중개사 대표는 “설악IC가 개통되고 남양주 덕송과 연결되는 75번 국도도 착공하면서 호재가 많이 생겼다. 인근 지역 아파트가 지난해 평당 600만원에 거래됐는데 곧 분양을 시작하는 코아루아파트는 650만원 정도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237가구 규모가 모두 분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세종시는 신흥 명문학군 중 집값 오름세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정부 행정기관이 옮겨오면서 장기적인 개발 수요 기대감으로 전통ㆍ신흥 명문학군 중에서 유일하게 매매가까지 오르고 있다. 서울에서 반강제로 이주하는 공무원 가족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가 새로 짓는 학교시설에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미래학교 시범운영 학교로 지정된 세종시 첫마을 내 참샘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OECD 수준인 25명인 데다 교실에는 학생 개인별 스마트패드, 3D 전자칠판이 구축돼 있어 신세대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지난 3월 개교한 한솔고등학교도 IT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학교’로 꾸며졌다.


학사일정과 식단, 메시지, 상ㆍ벌점 사항, 출결관리 등의 정보가 학생카드를 통해 제공된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세종시에 건립되는 150개 학교(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 모두 이런 스마트학교로 운영할 예정이다.


세종시호박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공무원들이 올해 말 4000명, 내년 초 4000명 내려올 예정이다. 행정타운 근처 아파트는 지금 분양을 시작해 2014년에나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인근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입주할 때 109㎡(33평)의 전세가가 9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거의 다 입주해서 남아 있는 물량도 별로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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