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받은 비리 간부, 역장 되어 돌아오다니…
시민 혈세로 지어진 지하철… ‘비리철’로 전락하나?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5-25 15:27:37
대구 지하철 일부 역사(驛舍)를 민간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간수탁자로 공사 퇴임 간부 출신이 선정되고, 위탁운영을 위한 운영비 산출을 허위로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대구도시철도공사(이하 공사)는 지역사회의 우려와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과 효율성 증대라는 명분하에 대구지하철 2호선 역사에 대한 민간위탁 운영을 강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지하철 안전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뒷전으로 한 채 이윤추구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특혜 시비, 근로조건 악화… 끊이지 않는 논란
대구지하철노동조합(이하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대구시와 공사의 민간위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면 재검토 후 직영전환을 요구했다. 노조 측이 그동안 시민안전의 위협, 공공성 훼손, 운영의 비효율성 등 역 위탁 운영의 폐해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공사 측은 만성적 운영적자 해소를 자신하며 노동조합의 우려가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일축한 바 있다.
노조 측은 “그러나 7년 여 시간이 경과한 지금, 대구도시철도 역사 민간위탁 운영의 허상과 실상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노동조합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애초 공사 경영진의 주장과 달리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용절감 효과도 미미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특히 퇴임간부의 노후보장용으로 전락하는 등 위탁운영 전반의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현장 노동자와 이용승객에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 위탁운영의 문제점으로 ▲퇴임 간부의 노후보장용으로 전락해 전문성이 결여되고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점 ▲수탁자들이 자신의 친ㆍ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로 도덕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점 ▲직영운영과 비교할 때 직원 처우가 열악해지는 점 ▲공사 측의 주장과는 달리 비용 절감 효과가 미미한 점 등을 꼽았다.
공사는 지난 2005년, 수탁선정 기준을 역사운영 경험에 중점을 두면서 대부분 역무분야 퇴임간부를 수탁자로 최종 선정한 바 있다. 2년간의 계약기간이 끝난 2007년에는 수탁자 모집 공고를 아예 내지 않은 채 기존 수탁자와 재계약해 특혜 시비가 생겼다.
그러다가 지난 2009년에는 애초의 기준과 배치된 선정을 실시해 논란을 야기했다. 역사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비 역무 출신 퇴임간부를 우선 선정해, 제 식구 챙기기, 임금 손실분 보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실시한 2011년 재계약 때의 실상은 더욱 점입가경이었다. 공사 재임시절 개인적 비리로 중징계 이력이 있는 퇴임간부를 수탁자로 선정한 것이다. 김성교 대구지하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수탁선정 기준을 일관성 없이 자주 변경하는 것은 퇴임간부의 노후보장과 특혜를 위한 억지 변경, 끼워맞추기식 변경”이라며 “특히 중징계 이력이 있는 비리 퇴임간부에게 역사 운영을 위탁한 것은 공사의 수탁선정 기준과 자격에 제도적 허점이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도시철도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수탁자들이 자신들의 친ㆍ인척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 바 있다. 공사 측은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수탁계약서에 친ㆍ인척 채용금지 조항을 신설했으나 퇴임간부들은 이마저도 편법을 동원, 자신들의 친ㆍ인척을 다른 위탁 역에 교차 채용해 실속을 챙겼다. 그리고 매번 수탁계약 시 위탁역장을 둘러싼 취업청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위탁 역 직원의 처우도 심각한 상황이다. 역장이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의 논란이 발생하고, 최저임금을 겨우 충족하는 낮은 임금 등의 열악한 근로조건 탓에 이직률이 높아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못한다.
공사는 위탁 역에 대한 지도와 감독권한이 있지만 개별도급계약에 따른 사업권 보장을 핑계로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이렇듯 수탁계약의 많은 허점과 맹점 때문에 위탁직원의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 전반의 감시와 개선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김 정책실장은 “이는 무소불위라 할 만큼 인력채용과 운영비 집행 등 모든 권한이 위탁역장 1인에게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로 역위탁의 구조적인 폐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예산절감 주장하지만… 실제 효과는 고작 5천만원
노조는 “예산절감과 만성적 재정적자 해소는 공사 경영진이 만든 허울 좋은 포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12년 현재 대구도시철도 총 56개 역사 중 위탁 역은 14개역이며 이 가운데 공사 퇴임간부가 12개역에 수탁자로 선정되어 있다.
외부인사에게 위탁한 역은 2개역에 불과한데, 그나마 1개역은 대구시 출신 고위 공무원이다. 김 정책실장은 “이것만 보더라도 역 위탁이 애초 경영개선과 전혀 무관하며 공사 퇴임간부의 노후보장용 창구로 악용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간 위탁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사 측은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14개역 위탁으로 연간 38억원(1개역 당 연간 약 2억7천만원)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노조는 역사 운영인력(1개역 당 정규직원 10명) 신규채용 대비 위탁역의 비용절감은 1개역 당 연간 약 5천만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김 정책실장은 “정규직 신규채용 기준을 기존 9급 4호봉이 아닌 6급 16호봉으로 과대계상해 절감액을 부풀린 것”이라며 “신규채용에 따른 소요비용은 당연히 9급 4호봉으로 산출해야 하는데도 공사 경영진은 미미한 예산절감 효과를 부풀려 경영성과를 생색내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작 1년에 5천만원을 아끼기 위해 부정 논란이 끊이지 않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며, 시민의 안전 또한 보장하기 어려운 위탁 운영을 계속해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역위탁의 파행적 운영을 보며 시민안전을 책임지는 공공부문 노동자로서 분노와 책임통감을 금할 수 없다”며 “대구도시철도는 대구시민의 소중한 혈세로 지어진 만큼, 더욱 안전한 지역시민의 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한낱 숫자 놀음에 불과한 경영 논리로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 그리고 공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위협받고 훼손되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위탁운영의 폐해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역사 민간위탁 저지와 직영전환을 위해 노동조합이 총역량을 모아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공사, “외부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투명성 확보” 해명
한편 공사 측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노조 측의 문제 제기 내용을 해명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퇴직 간부의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말 퇴직 간부의 노후 보장을 위한 꼼수라면, 위탁 역장 전원이 우리 공사 고위간부 출신으로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공직에서 퇴임하신 분도 있고, 다른 기업체 출신도 있다”며 “지난 2009년에 경영효율화 과정에서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실시한 바 있는데, 이 때 퇴직한 간부들이 우연히 많이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역위탁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모든 위탁 과정을 심사하는 ‘역 운영 수탁 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전원 외부인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특정 간부를 위한 편향된 심사결과는 나올 수가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역 위탁에 관한 사항은 이미 노사 상호간에 합의된 사항들인데, 이제 와서 노조가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