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리더십으로 정권 교체 이뤄낼 것”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분석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5-25 15:17:16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원내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해 5월 김진표 의원에게 자리를 넘긴지 정확히 358일(11개월21일)만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이란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그는 6월에 치러질 임시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어야 하고 새누리당과도 19대 국회 개원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등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당내 대선주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도 그가 맡은 중요한 임무다.
◇ 어렵게 이뤄낸 ‘1년만의 귀환’
박 원내대표가 약 1년 만에 의원총회 의사봉을 쥐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경쟁자인 유인태ㆍ전병헌ㆍ이낙연 후보의 집중 공격을 견뎌야했기 때문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가 시작된 것은 이른바 ‘이해찬ㆍ박지원 역할분담 합의’가 외부로 알려지면서부터였다. 호남 세력을 대표하는 박 원내대표가 친노 세력을 대표하는 이해찬 상임고문과 각각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당내 반발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박 원내대표가 출마기자회견을 열고 “친노와 비노, 호남과 비호남이 없는 오로지 민주당만이 존재해야 한다”며 “김대중 세력과 노무현 세력, 한국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한마음 한 뜻으로 성공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전병헌 의원은 “스스로 친노-비노, 호남-비호남으로 구분지어 자신의 기득권을 지켜나가려는 인물은 적절치 않다”며 “밀실에서 나눠 먹기식 야합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유인태 후보도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이 당은 활기와 역동성을 잃을 것이며, 이는 대선의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이낙연 후보도 “친노(親노무현)세력과 비노무현 세력의 연대로 당내 화합을 이루겠다고 했으나 분란은 이미 커질대로 커졌다. 화합을 이루겠다는 좋은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이미 좌초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1일 3인 연대에 합의했고, 자신들 가운데 1명이 결선투표에 올라가면 각자의 지원세력을 모아 표를 몰아주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4일 열린 경선에서 2차 투표에 진출한 유인태 후보가 60표에 그쳐 67표를 획득한 박 대표에게 밀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힘겹게 승리한 박 원내대표는 “제게 엄중한 경고를 주시고 그 경고대로 잘 하라는 격려로 황금분할의 표를 주셨다. 어떠한 경우에도 독주하지 말고 원내대책과 전당대회를 치르라는 국민의 명령이자 의원들의 선택”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어떤 경우에도 한 세력이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한국노총ㆍ시민사회단체ㆍ노무현ㆍ김대중 세력이 진정으로 통합하고 뜻을 모은다면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선 선거운동 내내 3인 연대에 시달린 점을 상기한 듯 당내 갈등을 봉합하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유인태 후보의 유머와 전병헌 후보의 영특한 재주, 이낙연 후보의 신사적 어휘 선택을 함께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지지에 보답하겠다”며 나머지 후보들을 위로했다.
◇ 승리했지만 어깨는 무겁고 갈 길은 멀어
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막강한 권한만큼 큰 책임도 지게 됐다. 우선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임시 전당대회까지 당을 운영해야하고 새누리당과도 19대 국회 개원 협상을 진행해야한다.
무엇보다 40%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당내 대선주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당내 대선주자로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거론되고 있지만 10%대 지지율에 불과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문 상임고문은 잠재적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도 밀리고 있는 신세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역시 최근 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갈 태세를 취하고 있지만 인지도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정세균ㆍ손학규ㆍ정동영 상임고문 등 유력후보들까지 경선에 참가시켜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이슈를 만들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수행해야한다. 그는 이 작업 후에도 당내 후보들의 지지율이 박근혜 위원장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안철수 원장과 후보 단일화하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소감에서도 “안철수 원장이 내일이라도 민주당에 들어와 함께 경선하면 좋겠지만 강요할 필요는 없다. 먼저 우리 당 후보를 선출하고 우리 당 후보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며 안 원장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내부통합 문제도 박 원내대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 경선이 ‘이해찬(당 대표)-박지원(원내대표) 역할분담’ 합의 이후 친노 대 비노 등 당내 계파 대결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당내 많은 이들이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 같은 당내 균열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한 세력이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한국노총ㆍ시민사회단체ㆍ노무현ㆍ김대중 세력이 진정으로 통합하고 함께 뜻을 모으면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각 세력 간 안배에 중점을 뒀다. 비대위원 명단에는 3선의 김우남(제주 제주을), 박기춘(경기 남양주을), 노영민(충북 청주 흥덕을) 의원을 비롯해 재선의 김현미(경기 고양 일산서구), 김태년(경기 성남 수정구) 당선자가 이름을 올렸다.
초선의원 중에서는 이학영(경기 군포), 민홍철(경남 김해갑), 김관영(전북 군산), 홍의락(비례대표), 최민희(비례대표), 한정애(비례대표) 당선자가 선임됐다. 원외 인사로는 고연호 은평을 지역위원장과 송영철 강릉 지역위원장이 포함됐다.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으로는 재선의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ㆍ신안)이 임명됐다.
원내대표단 역시 개혁성과 참신성을 강조해 30~40대 초선의원들을 전면배치했다. 박기춘 원내수석부대표, 유기홍(기획담당)ㆍ박범계(법률담당)ㆍ서영교(당무담당)ㆍ부좌현ㆍ윤관석ㆍ이상직ㆍ장하나ㆍ정호준(의원담당)ㆍ송호창ㆍ한정애(대외협력담당) 원내부대표, 우원식ㆍ이언주 원내대변인, 이윤석ㆍ김명진 비서실장이 원내대표단을 구성했다.
19대 국회 개원 후 과제도 박 원내대표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민주당은 4ㆍ11 총선 승리로 150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에 맞서 강경투쟁을 펼쳐야한다.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반값등록금 실현, 재벌 개혁 등 현안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로 위상이 강화된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새누리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법사위는 강팀으로 구성해 효과적인 상임위 활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박 원내대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에 휩싸인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지속할지도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대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부정경선 파문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박 원내대표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