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13년 독점 끝…
약값 낮추고, 제형 바꾸고… 비아그라 아성에 도전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5-25 14:26:49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 출시에 나서면서, 이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약 1000억원 규모로, 그동안 오리지널 제품들이 80%정도 시장을 선점했는데, 이번 국내제약사들의 잇따른 제품 출시로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국내제약사들은 기존 오리지널 제품 가격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파격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해, 향후 시장쟁탈전에서 판매 가격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 국내 제약사 앞다투어 복제약 출시
현재 국내 제약사 16곳에서 28개 복제약 제품을 내놓고 있다. 또 복제약을 만들기 위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신청한 곳도 19개사에 달했다. 제약사들은 차별화를 위해 알약 형태인 비아그라를 가루약으로 만들거나 필름형으로 제작하는 등 제형을 바꿔 차별성을 강조한다.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CJ제일제당.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끝나자 자사 제품인 ‘헤라그라’를 출시했다. CJ제일제당과 일양약품에서 출시한 제품은 모두 알약 형태지만 특이한 제형으로 변신한 제품도 많다. 삼진제약, 일동제약, 삼아제약, 코오롱제약 등은 가루형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제약은 녹여 먹는 필름형 제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독특한 제품명도 눈길을 끈다. 많은 회사들이 ‘팔팔정(한미약품)’ ‘누리그라(대웅제약)’ ‘해피그라(삼진제약)’처럼 한글과 오리지널약 이름을 조합한 이름을 내놓았다. 김하성 CJ제일제당 PM(제품담당)은 “‘헤라그라’는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이기 때문에, 전문의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향후 시장에서 선도 품목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제품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팔팔정’ 약 값을 대폭 낮춰 환자 부담을 수입 약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공급함으로써,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안전하게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이 너무 높았던 탓에 100mg을 처방 받아 쪼개먹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팔팔정’ 광고에서 “발기부전치료제 100mg 지금까지 왜 잘라 먹었을까요? 비싼 약값 때문입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워낙 많은 복제약이 한꺼번에 나오는 만큼 대형병원과 비뇨기과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영업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복제약 간 효능 차이가 없어 결국 가격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제약사들의 잇따른 복제의약품 출시로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나연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이번 복제의약품 특징은 용량이 작아지면서, 제품 용량 대비 가격이 많이 저렴해 진 것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쉽게 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그러나 당분간은 선도 제품이 나오질 않으면서, 시장 쪼개 먹기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비아그라’ 제작사 한국화이자 “가격 인하 없어”
저가의 복제 의약품이 비아그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지만 한국화이자는 비아그라의 가격을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화이자측은 “복제 의약품이 출시된다고 해서 비아그라의 가격이 변동되거나 마케팅에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며 “지난 13년간 축적된 데이터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지금처럼 꾸준한 제품 마케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비아그라의 물질특허는 2012년 5월 17일로 만료됐지만 용도특허는 2014년 5월까지 남아 있다”며 비아그라 복제약 제품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화이자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용도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물질특허는 인정하지만 용도나 조성물특허 등은 논리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이 소송은 이르면 6월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복제약 출시는 한동안 늦춰질 수 있다. 화이자 측에서 용도특허를 들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아그라 복제약 허가를 받은 대웅제약,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 다른 제약사들이 출시 일자를 확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비아그라 복제 의약품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잠식이 본격화되면 어쩔 수 없이 화이자가 비아그라 가격을 인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효능 효과는 동일한데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이 복제 의약품에 비해 3분의 1가량 비싼 것에 대해 환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일부에선 복제약이 대거 출시되면서 오남용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데나필은 심혈관계 질환자가 섭취할 때 심근경색 등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섭취를 편하게 하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오남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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