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정책 기조 유지해 우리 경제 내실 다져야”

한은,“외화유동성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5-18 16:00:40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리스의 연정 구성 실패에 따른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지난 17일 긴급 경제ㆍ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기획재정부 신제윤 제1차관과 금융위원회 추경호 부위원장, 한국은행 박원식 부총재, 금융감독원 최수현 수석부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점검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양호하고 실물경제도 이상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재정부가 밝혔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6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장기적으로 경제활력을 높이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주식ㆍ채권ㆍ외환시장에서의 자금유출입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엄격한 기준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지속하는 한편 차입금 만기일정 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와 한은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그리스 사태 진전 등 유럽 정치ㆍ경제상황 변화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재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아울러 유럽 사태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회복 흐름이 위축되지 않도록 투자ㆍ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미세조정 노력을 강화키로 했다.


신제윤 차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6월 그리스 재선거 등으로 유럽발 정치불안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나 우리 경제의 양호한 외환 유동성 여건, 충분한 외환 보유고, 건전한 대응능력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차관은 특히 “최근 국내금융시장 불안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교해 볼 때 크지 않은 수준”이라며 “한·중, 한·일 통화 스와프 체결 등 선제적인 조치로 우리나라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대내외 평가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상황과 관련해서는 “외화차입 여건은 양호한 상태이고 외환채가산금리,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최근 소폭상승했으나 2011년 고조됐을 당시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중장기 조달수준이 양호하기 때문”이라며 “외화자금이 풍부하고 충분한 외환 보유액을 확보하고 있어 대응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식시장과 관련해서는 “1, 3월 중에 대규모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4월 이후 순매도세로 전환했고 5월 들어서도 매도세가 확대됐으나 채권시장은 건전한 펀더멘털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금리가 안정적으로 되고 있으며 외국인 수지도 양호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 유럽발 정치불안이 국제금융시장의 큰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제활력을 높이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불안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대외 위험요인에 대처하는 세밀한 폴리시 믹스(Policy Mix, 정책조합)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들을 만나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지수 등) 우리 금융시장이 유로 리스크를 크게 반영하는 모습”이라며 “변동폭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변동성이 갑자기 커져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둘러싼 유럽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무려 3.08%(58.43포인트) 급락한 1840.53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도 증시폭락과 유로화 하락의 영향으로 1165.7원에 마감, 4개월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 환율, 4개월 만에 연고점 경신
원·달러 환율이 4개월 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고조되면서 증시가 폭락한 데다 유로화까지 하락하면서 환율 상승세를 이끌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그리스의 정치 불안이 계속되면서 1175~1180원이 다음 저항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1154.1원)보다 11.6원 오른 1165.7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9일 종가를 기준으로 1163.6원을 기록한 뒤 4개월 만에 연고점을 경신한 수치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그리스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뒤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의회가 시작되는 다음달 17일께 2차 총선을 치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다음 총선에서는 시리자가 제1당이 되고, 구제금융 조건 수용에 반대하는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원 중단으로 재정 압박이 심해진 그리스가 유로를 탈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8.43포인트(3.08%) 하락한 1840.53에 마감했고,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500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홍콩(-3.24%)과 중국(-0.94%), 대만(-2.18%), 일본(-1.12%) 등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한편 한 시중은행 딜러는 “그리스 문제로 아시아 증시와 한국 증시가 강하게 반응하면서 1800선까지 내려왔고, 유로화 역시 장중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였다”며 “그리스 문제가 획기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한 불확실성은 지속되면서 다음 저항선은 1175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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