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기구가 독립적 일 수 있나?

‘금융소비자보호처’ 출범과 ‘논란’

전성운

zeztto@sateconomy.co.kr | 2012-05-18 15:53:38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에 치우쳐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사방에서 쏟아지자 정부는 소비자 보호기능을 담당할 기구를 만들기로 결정, 그 첫 결과물로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출범했다. 당초 독립기구로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금감원 내부에서 조직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감원 하부조직으로 탄생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직의 독립성 문제와 법적 지위의 모호성을 지적하고 있다.


▲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처’ 현판식에 참석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관계자들.

금융감독원의 감독검사부문에서 금융소비자보호부문을 따로 떼어 낸 금감원장 직속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가 15일 출범했다.


금소처 설치는 지난해 9월 총리실이 권고한 ‘금융감독혁신방안’에 따른 것으로, 목적은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다.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됐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건전성 감독에 치우쳐 소비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질책을 받고,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 및 독립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금소처를 신설하게 됐다.


외부 소비자 전문가로 금감원에 영입돼 현 금감원 소비자담당을 맡고 있는 문정숙 부원장보가 초대 처장으로 임명됐으며 부원장보급 임원자격이 유지된다. 금소처 내 금융교육국과 민원조사실 등이 신설되는 등 조직도 대폭 보강됐다.


향후 금소처는 ▲소비자에 불리한 금융상품 조사 ▲금융소비자 리포트 발간 ▲금융회사에 민원감독관 파견 ▲금융소외지역에 사랑방버스 운영 ▲대학생 금융교육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집단 분쟁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금융상품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신속하게 권리를 구제하는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 금감원 반발로 ‘하부조직’으로 출범


문제는 ‘독립기관’으로 출범하려던 당초 계획과 달리 금감원이 조직 축소를 우려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예산권과 인사권은 모두 금감원장이 쥐는 금감원 하부 조직이 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금소처가 이도 저도 아닌 기구가 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권도 없는 상황에서 인원도 금감원의 10분의 1 정도 인원을 갖춘 금소처가 과연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로선 법적인 지위도 모호하다. 금소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설립되기 전의 과도기적인 성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융분쟁조정과 민원처리, 금융교육 등을 맡는 조직으로 인사와 예산, 업무상으로 금감원장의 지시를 받지 않는 준 독립기구다.


때문에 금소원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그때는 금소원이 역할을 대신하면서 금소처의 존재감은 희미해진다.


아울러 소비자보호기구와 금융감독기구를 한군데로 묶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월 금감원 노조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공개질의서를 통해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원’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를 논의하지 않거나, 연기하고 있는 이유를 아느냐?”라고 지적하고, “선진국은 금융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 사이에서 갈등이 유발된 사례를 인식하고 있어 이 같은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융위 관료들이 금소법 추진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의 권한이나 낙하산 자리를 늘리기 위해 급하게 서두르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일단 ‘연금저축 컨슈머리포트’ 낸다


한편 이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소비자들이 연금저축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컨슈머리포트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융소비자보호처’ 현판식에 참석,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가 전해질 수 있도록 우선 연금저축 컨슈머리포트를 낼 것”이라며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긴 정보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상품 실태조사를 위해 컨슈머리포트를 꾸준히 발간할 예정”이라며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치도록 해 소비자의 정보선택권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통해 집단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의 권리 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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