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입 막는 '속보이는 제약사'

외부의 적보다 치명적인 ‘내부에서의 공격’

유상석

listen_well@sateconomy.co.kr | 2012-05-18 14:25:55

공정위와 검ㆍ경등의 리베이트 조사로 제약업계가 또 다시 ‘내부고발’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복지부, 공정위, 경찰 등의 불법 리베이트 조사가 확산되는데다, 조사가 주로 제약사 직원의 내부고발로 촉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약사들이 영업사원 집중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내부고발 막아라!” 제약사 ‘비상’
정부의 고강도 리베이트 단속이 계속되면서 제약사들이 내부직원 단속과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서약서를 받는 제약사들도 크게 늘었다.


쌍벌제 첫 처벌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K제약사의 경우, 내부 직원에 의한 제보로 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사가 다른 회사를 고발하는 경우는 증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덜하고, 제약사 측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사 직원에 의한 내부고발의 경우, 고발자가 거래 장부 등을 보유하고 있고, 회사의 영업 행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회사가 입는 충격이 크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제 영업사원에게 서약서를 받는 것은 기본이 됐다. 회사가 리베이트 단속에 걸리면 회사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고 말했다.


A제약사 영업 책임자는 “포상금제 도입 이후 일부 직원들의 악의적인 리베이트 제보에 힘들어 하고 있다”며 “내부직원 제보가 접수 됐을 경우 증거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회사 입장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제약사 영업 담당 부장은 “일부 영업사원들이 자료를 가지고 포상금을 받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회사 측에서 그 많은 영업사원을 일일이 관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조사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고 있으며 직원 교육 강화 등 내부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리베이트 않겠다’ 서약서 받지만…


최근에는 영업사원들에게 서약서를 받는 제약사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견사 3곳, 상위사 1곳이 영업사원들에게 서약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제약사 팀장은 “회사 차원에서는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정부 조사가 진행될 경우 영업사원에게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약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영업사원 관리 및 윤리 교육이 미흡했기 때문에 내부고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영업사원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서약서에는 ‘회사가 지급한 법인카드 등은 엄연히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판촉활동을 위해 지급한 것이니 영업사원들도 이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제약사가 법과 사규에 따라 영업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영업사원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불법 리베이트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것이 영업사원들의 시각이다.


D사 영업사원은 “일개 직원으로서 거부할 힘이 없다”며 “암묵적으로 리베이트를 인정하면서 서약서를 쓰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E사 영업사원도 “규제가 강화된다 해도 리베이트 제공은 가능하다”며 “업계 환경이 점점 척박해진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서약서까지 작성하라니 오만 정이 떨어진다”고 성토했다.


F사 영업사원은 “리베이트를 요구하면서까지 실적 올릴 것을 강요하던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리베이트 금지 서약서를 받는다는 둥, 윤리교육을 실시한다는 둥 유난을 떠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은 후 “윤리교육의 목적으로 겉으로는 리베이트를 없애자는 것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내부고발을 막기 위한 입막음 아니겠느냐. 회사가 원하는 대로 입을 다무는 것이 윤리적이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내부고발은 비윤리적이란 뜻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부고발 방지나 책임전가를 위한 문서 작성을 요구하는 제약사들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G사 영업사원은 “서약서 비슷한 성격의 문건을 영업사원들에게 서명하고 제출토록 한 제약사는 지난해부터 있었다”며 “정부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 같은 회사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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