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저축은행 왜 몰락했나?
금융지주, 솔로몬 등 4개 저축銀 인수 ‘냉랭’
이준혁
immasat@naver.com | 2012-05-11 16:26:43
저축은행업계가 업계 1위인 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에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금융당국이 또다시 저축은행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지난 7일 영업정지 된 솔로몬저축은행, 미래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 한주저축은행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서는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불법 대출 및 횡령 규모가 모두 5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전문가는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저축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꼽았다. 더불어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부실을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한편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4개 저축은행의 인수ㆍ합병(M&A) 작업이 순항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PF대출 ‘끝없는 역풍’
지난 1년간 문을 닫은 저축은행은 벌써 20여곳에 달한다. 이번이 제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인 걸 감안하더라도 퇴출 은행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벼랑 끝에 선 저축은행의 발밑에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간 인수ㆍ합병(M&A)의 길을 열어주고, 동일 여신한도 등 규제를 완화해 부실의 골을 더 깊게 만든 것도 한몫 한다.
2000년대 카드사태로 소액 신용대출이 부실이 커지자 저축은행은 고위험ㆍ고수익인 PF대출에 눈을 돌렸다. 당시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기반으로 저축은행들은 2005~2007년 집중적으로 ‘브릿지론’ 형태의 PF대출을 늘렸다. 그러나 2008년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PF 대출도 잇따라 부실화돼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도 화(禍)를 불렀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특정 회사에 80억원 이상을 대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8월 금융당국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 고정이하여신 8% 이하인 '8·8 클럽' 저축은행에 80억원의 한도를 없애고, 한 사람에게 자기자본 20%까지 돈을 빌려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PF 대출과 같은 고위험 대출은 저축은행이 대형화와 함께 악화일로를 달렸다. 금융당국은 2005년 감독규정을 개정해 저축은행간 인수합병(M&A)을 허용했다. 또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밖에서 지점을 추가로 열 수 있도록 하고, 연결 자기자본비율 산출을 3년간 유예하는 혜택도 줬다. 이로써 지난해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계열을 포함한 7개 계열 저축은행이 탄생했다.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의 흥망성쇠엔 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무수익여신(NPL)을 처리하는 '솔로몬신용정보'를 설립한 뒤 3년 뒤인 2002년 부실화된 골드저축은행을 인수해 솔로몬저축은행으로 개명했다.
특히 솔로몬은 2005년과 2006년에 부실이 심했던 한마음저축은행(현 부산솔로몬저축은행)과 전북 나라저축은행(현 호남솔로몬저축은행)을 잇따라 인수하고, 2007년에는 경기 소재 한진저축은행을 사들여 경기솔로몬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당시 2002년 솔로몬저축은행이 새로 개발한 수익 모델이 부동산 PF대출이다. 이때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이면서 솔로몬저축은행은 서민금융보다 PF대출 확대에 심혈을 기울였다.
솔로몬저축은행은 M&A와 함께 주력 사업인 PF대출 확대를 통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체율이 급증했다. 실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08년 말 5.25%에서 지난해 13.98%로 급증하면서 휘청이기 시작했다.
한국저축은행도 솔로몬저축은행과 같은 길을 걸었다. ‘M&A 1세대’로 불렸던 윤현수 한국저축은행장은 2000년 진흥상호금융금고를 인수해 한국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경기, 진흥, 영남저축은행까지 계열사를 늘렸다. 이후 2007년에는 한국종합캐피탈, 영남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확대했지만 무리한 PF 대출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시중은행과 같은 5000만원 한도의 예금보험한도를 적용한 것도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며 “무리하게 외형을 확대하고, PF대출을 늘리는 저축은행들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PF 대출과 M&A를 기반으로 외형을 키워온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불법 대출에 온갖 비리까지 더해지면서 퇴출의 길로 내몰렸다. 현재 검찰은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하고,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저축은행 비리 조사에 나서고 있다.
◇ 檢, ‘미래저축銀 불법대출’ 수사 박차…솔로몬도 비자금 의혹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지난 9일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찬경(56·구속)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불법대출과 연관된 단서를 포착, 사실관계를 확인하는데 주력했다.
합수단은 김 회장이 차명(借名)으로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통해 불법 대출한 혐의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합수단은 이날 현재까지 김 회장이 고객 예금을 불법 대출해 빼돌린 규모를 최소 1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지만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전날 구속한 김 회장을 불러 추가 불법대출 사실과 횡령 액수 등을 추궁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충남 아산시에 골프장 겸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 지인들과 특수목적법인 K사를 설립했으며 K사 명의로 대출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회장이 차명 소유한 충남의 골프장 겸 온천 리조트(시가 2000억원 상당)는 K사 명의로 미래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1500억원으로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불법 대출 및 횡령 규모가 모두 5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국내 한 명품가방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 명목으로 미래저축은행에서 400억원을 불법 대출한 뒤, 또 다른 차명회사를 통해 100억원을 대출받아 돌려막기 식으로 빚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충청권의 골프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차명회사 20여개를 동원해 불법 대출받은 규모가 4000억원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지난 3일 우리은행 수시입출금계좌(MMDA)에 넣어둔 회사 자금 203억원을 빼돌렸고, 지난달에는 미래저축은행 명의로 증권사에 예치된 시가 270억원 상당의 주식 20만여주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 규모만 480억여원에 달한다.
검찰은 조만간 차명회사 설립에 관여한 주주들을 차례로 소환해 불법 대출에 가담한 경위와 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 퇴출 저축銀 M&A 매물 나왔지만…
더욱이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규모만 5조원 가량 돼 인수 부담이 큰 데다 아직 시장에는 저축은행 매물들이 남아 있어 대부분의 저축은행 매물은 가교저축은행으로 상당기간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은 총 자산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4조9758억원, 한국저축은행은 2조243억원, 미래저축은행은 1조7594억원에 달한다. 한주저축은행은의 총자산은 1502억원으로 가장 작지만 이들 저축은행은 모두 자기자본 잠식 상태다.
금융권에선 인수 여력이 있는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상당기간 가교저축은행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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