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중세수도원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신과 인간의 쾌락을 둘러싼 광신
송현섭
21cshs@sateconomy.co.kr | 2006-11-27 00:00:00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과 현대 기호학이론의 조화를 추구하는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이 장미의 이름이다. 사건의 무대는 유럽의 암흑기인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내면에 숨겨진 쾌락을 원하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1327년, 영국 수도사 월리엄은 수행자 아드소와 함께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탈리아 수도원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수도원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연쇄살인이 마치 묵시록에 언급된 예언처럼 벌어지고 있었다. 윌리엄은 이 사건을 해결해달라는 수도원장의 요청을 받고 파견된 수도사였다.
그는 사건의 열쇠를 쥔 고대그리스의 서적이 그들의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암호를 풀어 수도원을 지배하는 광신의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장미의 이름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 긴장감과 스릴은 독자들로 하여금 매혹적인 중세유럽의 수도원생활로 인도한다. 특히 과연 인간에게 강요된 금욕과 맹목적인 신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새삼스럽게 생각해보게 만든다.
연쇄살인은 요한 묵시록에 나온 예언내용에 따라 진행되고 윌리엄은 마지막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광기 어린 살인을 막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은 결국 수도사들의 출입을 한사코 거부하는 장서관의 숨은 지배자 맹인수도사 호르헤의 흉계에 따른 것임이 밝혀지면서 마감된다.
기독교가 맹위를 떨친 중세유럽에서 인간적인 신화를 믿었던 그리스의 고전들은 터부시됐다. 결국 인간의 쾌락을 유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이 금욕과 맹신을 전제로 한 광기 어린 한 맹인수도사에 의해 철저히 은폐되며 광기 어린 독선과 아집이 연쇄살인을 몰고 왔다는 스토리 전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편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생활에 대한 훌륭한 입문서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신·구교를 막론하고 신학생들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음침한 중세유럽, 수도원의 비밀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의 진실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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