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 보존기간 남은 보험계약서 원본 54만여건 폐기...1년간 은폐 의혹

‘청약서 보존 의무 위반’...원본 폐기 고객 스캔본 재동의 절차 있어야
사측 “은폐의혹 사실아니다, 고객 피해 발생 가능성 전혀 없어”

김사선

kss@sateconomy.co.kr | 2020-06-04 09:45:29

[토요경제=김사선 기자] DB생명이 고객과의 보험 계약 54만여 건이 담긴 보험 서류 원본을 실수로 폐기하고도 금융감독 당국과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1년 넘게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대해 DB생명은 “은폐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고객피해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해 고객에게 통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3일 보험업계와 DB생명에 따르면, DB생명은 지난해 4월 자사 인재개발원의 문서창고에 보관하던 보험 청약서 등 보존연한이 지난 문서폐기 작업을 진행하던 중 직원 실수로 보존연한이 남은 문서 54만 건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된 문건은 2014년부터 2018년 까지 작성된 보험서류의 원본으로 서류내용은 ▲청약서 ▲알릴 의무사항 ▲상품설명서 등 총 16종 54만2000여건에 달하고, 관련 고객 37만 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DB생명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감독기관인 감독당국인 금감원과 폐기된 문서 고객들에게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으면서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상법33조에서는 `상인은 10년간 상업장부와 영업에 관한 중요서류를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법 시행령 3조에서는 `법에 따라 작성자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야 하는 장부와 서류는 그 원본을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DB생명 준법감시팀 관계자도 "서류 원본 폐기가 ‘청약서 원본 등 보존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사실이 금감원에 알려지면 감사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언론에 알려질 가능성을 걱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DB생명은 대응책으로 고객들에게 스캔사본에 '원본과 동일하다'는 도장을 찍어 고객에게 내주자는 방안까지 제시됐으나 이마저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이번 DB생명의 문서 폐기로 추후 고객과 사측 간 벌어질 수 있는 소송에도 문제가 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불완전 판매 여부 등 충분히 설명이 이루어졌는지, 이를 인지하고 자필서명을 했는지에 대한 감정을 했을 때 이번 서류 폐기로 감정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와 관련 DB생명 측은 해당 문제에 대해 "원본을 스캔해 보관하고 있고, 고객도 부본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에게 피해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어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DB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개인정보보호 강화로 인해 문서창고에 보관된 서류 중 보존 기간이 지난 서류 폐기 작업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보존기간이 남은 서류가 잘못 분류돼 폐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관서류 박스 겉면에 숫자만 표기돼 있어 숫자의미를 몰랐던 직원이 폐기서류로 분류했다”면서 “직원 과실이 있는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추후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은폐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고객에게 부본을 주고, 회사에 원본 이미지를 스캔한 것을 전자문서로 보관하고 있다”면서 “고객피해 발생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고객에게 알릴 경우 혼란을 줄 것으로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보험사 사이트에서 원본이 폐기된 고객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고, 원본이 폐기된 고객에게는 스캔본이 본인 것이 맞는지 재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DB생명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법률적 검토 및 금융감독원에 유권해석을 의뢰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조치가 없어 미흡한 부문이 있었다”면서 “법률 검토후 재동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으면 후속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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